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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웨이에서 마지막 날을 보내다

by MARY

아일랜드라는 나라로 정하고 골웨이로 정한 건 순식간의 일이었다.

평소의 나처럼 이런저런 일어날지도 모르는 현실보다 이루고 싶은 것만 생각했다.

유럽에 가보기, 영어권 나라에서 영어 배우기, 외국에서 살아보기.

그렇게 아일랜드, 골웨이에서 반년의 시간을 확보했고 어느새 그 마지막 시간이 찾아왔다.

꽤 잘 살아냈다는 뿌듯함과 후련함 그리고 아쉬움이 남았다.

그럼에도 마지막날까지 추억거리를 만들었다.


민트는 호불호가 참 갈리는 맛이다.

불호 측의 이유는 확실하다, 치약맛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나는 민트맛을 즐기는 편으로 아일랜드나 영국에서는 민트맛 초콜릿, 민트맛 아이스크림 등 민트맛을 쉽게 찾을 수 있어서 좋았다.


같은 풍경이지만 겨울에서만 느껴지는 차갑고 황량한 풍경은 또 다르게 보였다.

매일 같은 길을 걷지만 또 매일 다르게 보이는 것이 자연의 매력이라고 느꼈다.

과연 빌딩숲에서는 조금도 느낄 수 없는 느낌이었다.

친구가 데려간 스페니시아치에서의 식사는 특별했다.

아일랜드에서는 딱히 특색 있는 음식이 있지는 않으니 그나마 로컬식당을 찾아 그때그때 맛있는 걸 찾아보는 것도 괜찮은 방법일 수 있다.

영국, 아일랜드, 뉴질랜드 등 영연방 국가에서 판매되는 한국의 초코파이 같은 과자.

처음엔 호기심에 샀는데 생각보다 중독적인 맛이라 몇 번 더 사 먹은 기억이 난다.

다만 초코 코팅에 마시멜로에 잼까지 들어있어 몇 번 먹다 보면 다이어트는 불가피한 맛이기도 하다.

거의 아일랜드를 떠나기 직전에 아이엘츠 시험을 보게 되었다.

사실 어학 비자를 받아 체류하면 코스가 끝날 무렵에 시험을 치르고 가야 하는데 나는 그 시험을 아이엘츠로 교체했었다. 사실 지내면서 흐릿해졌지만 나의 아일랜드 생활 내 목표는 아이엘츠였었다.

국가별 권장하는 어학연수 이유가 있는데 아일랜드는 주로 영어 초보자에게 유리한 나라라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나는 이미 영어를 할 수는 있는 상태에서 아일랜드를 선택했기에 목표를 아이엘츠로 삼았던 것이다.

덕분에 학교에서도 고난도 공부를 할 수 있었다.

시험 전날은 맥도널드에 가서 공부를 했는데 한국에서도 안 해본 패스트푸드점 공부라 나에게 꽤 신선했다.

떠나기 마지막 주말. 원래는 비가 오기로 했었고 친구랑도 만나기로 했었다.

하지만 친구가 사정이 생겨 약속이 취소가 되어 방향을 잃은 상태가 되었다.

그럼에도 집에서만 보내기는 싫어 창밖으로 미어캣 마냥 줄곧 내다보면서 날씨를 체크했다.

그러면서 무지개도 얻어걸렸다.


다행히 일기예보와는 다르게 비는 오지 않았다. 그래서 당장 나갈 채비를 하고 집을 나섰다.

비는커녕 화창하고 파란 하늘이 너무 예쁜 날이었다.

시티센터에 도착하니 비가 그친 후의 청량한 공기와 투명하게 파란 하늘이 어우러져 안 그래도 활기찬 크리스마스 시즌의 분위기를 한층 더 업시켜 주었다.

언젠가부터 파란 하늘 하면 이때의 하늘이 제일 먼저 떠오른다.

흐린 날 낮의 크리스마스 마켓은 우중충하고 음산하기 짝이 없었는데 이 날 만큼은 크리스마스 영화처럼 밝고 활기차보였다. 전반적으로 너무 좋은 곳이었지만 날씨 관련해서는 애증일 수밖에 없었던 골웨이.

마지막에 이렇게라도 파란 하늘을 볼 수 있어 감사했다.

언젠가부터 미세먼지가 기승인 한국에서는 보기 힘든 정말 청량한 하늘이기에 너무나 귀하게 느껴졌다.

역광이지만 꽤 마음에 드는 사진이다.

골웨이는 대표적으로 사람이 모일 곳이 이 시티센터라 주말이면 유독 많은 사람들을 볼 수 있다.

걷고 또 걸으면서 왠지 조금 서글퍼졌다. 돌아간다니.

끝이 있어 좋았던 삶이지만 막상 그 일이 닥친다고 하니 거부하고 싶은 건 사람의 자연스러운 심리려나.

스페니시 아치도 빼먹을 수 없었다.

여기서는 시티센터와는 다르게 조용해서 사색하기에 적합한 장소다.

이렇게 맑은 날이면 책이라도 들고나가서 읽기 아주 좋다.

나도 마침내 클라다링을 샀다.

클라다링은 아일랜드, 심지어 골웨이의 전통반지로 남녀가 서약을 할 때 남자 쪽에서 여자에게 선물하는 반지이다. 사실 이 의미보다 관광객 혹은 외국인이 게는 그 독특하고 예쁜 생김새 때문에 기념품으로 많이 팔리고 있는 것 같았다.

왕관은 충성, 하트는 사랑, 양 옆에 손 모양은 친밀을 의미한다. 이 작은 반지에 많은 의미가 들어있다.

또 착용하는 손가락에 따라 의미가 달라지지만 나는 단지 액세서리 용으로 산 것이니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이렇게 드넓은 들판이 좋았다.

하늘이 아무 방해받지 않고 넓게 펼쳐져 보이는 숨이 트이는 그곳.

몇 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그리워한다.

솔트힐 쪽으로 마저 걸어가니 바다를 마주했다.

바다도 바다인데 하늘이 명과 암으로 나뉘는 진귀한 장면을 목격했다.

파란 하늘이기에 바다도 땅에 젖은 물기도 온통 파란색으로 보였다.

저 다리를 전부 건너고 싶었지만 어마어마하게 무서운 몸집으로 덤벼대는 파도를 이겨낼 자신이 없어 그냥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아주 멋진 날씨 덕에 골웨이에서의 마지막 주말이 보다 특별해졌다.



마지막은 떠나기 전에 물건 나눔을 했다.

이는 어학원생들 풍습 같은 것으로 쓰던 물건 중 가져가거나 버릴 물건을 제외하고 쓸만한 물건을 마저 지내는 친구들에게 양도하고 가는 것이다.

물론 거래를 할 수도 있겠지만 떠나는 입장에서 그런 푼돈이 무슨 소용이랴 싶던 나는 친구 유나에게 대부분의 물건을 넘겼다.

그 김에 맛있는 식사도 하고 커피도 즐겼다.



곧 이곳을 떠난다고 생각했기 때문일까 마지막은 이런 화려한 조명을 봐도 왠지 울적한 마음이 들었다.

추억이 깃든 무언가를 남겨두고 영영 멀리 떠나버리는 기분이라고 해야 하나.

좋은 풍경일수록 마지막까지 눈에 담으려고 노력했다.

이렇게 멋진 아침을 맞는 것도 마지막이 되었다.

끔찍하게 강한 바람이 부는 이 호숫가이지만 일출과 일몰은 꽤나 그립다.

이 순록 무리는 마지막에 처음 발견했는데 산타를 기다리는 건지 줄지어 있었다.

알록달록 정성스레 꾸며놓은 모습에 감탄스러웠다.

떠나기 전 집에 같이 살고 있던 고양이와도 인사를 나눴다.

고양이가 로사와 딕비 두 마리가 있었는데 로사는 나에게 굉장히 호의적이었고 딕비는 마지막까지 경계를 했다.

마지막날 드디어 수료증을 받았다.

사실 이곳에서의 생활은 대단한 영어공부의 업적보다 그 이외의 곳에서 얻은 게 많았다고 생각한다.

어쨌든 중도포기하지 않고 수료를 했다는 이 결과물을 보니 기쁘지 않을 수 없었다.

나 해냈구나!



골웨이에서 마지막 기억은 바로 같은 반 친구들과의 볼링이다.

볼링을 잘 치지는 못하지만 그 건전한 왁자지껄 분위기를 좋아한다.

다국적 친구들이 모여 볼링을 치다니 이 것이야 말로 국제교류다.


볼링을 신나게 치다가 어둠이 깔린 거리를 걸어 집에 도착했다.

이미 플랫메이트였던 샌디랑은 저녁에 인사를 나누었다. 샌디는 언제나 나에게 격려의 말을 해주었고 마지막 인사까지도 그랬다. 우리는 포옹으로 작별 인사를 했다.


다음 행선지로의 비행기가 이른 오전이어서 일단 기다리다가 집을 나서 택시를 탔다.

그렇게 버스를 타고 공항으로 향하며 골웨이를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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