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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국 전 스위스에 머무르다

by MARY

식 아일랜드를 떠나 도착한 곳은 한국이 아닌 스위스.

아일랜드에서 학교 첫날 만났던 친구 중에 시라라는 친구가 있었다.

나보다 꽤 어린 친구였지만 성향이 비슷해서 잘 어울렸던 친구라 꾸준히 연락을 하고 지냈는데,

그 친구에게 초대를 받은 것이다.

근데 그 친구는 스위스 사람으로 나는 스위스에 가게 된 것이다.

스위스라, 내 머릿속에 너무 멋지고 환상적인 나라지만 비싸서 엄두도 못 내던 나라였는데 그렇게 가게 되었다.


역시나 합리적인 가격의 항공편은 새벽같이 이른 시간일 수밖에 없다.

피곤함보다 또다시 새로운 나라에 간다는 부푼 마음을 안고 비행기에 올랐다.

그새 비가 왔는지 창문에 빗방울이 맺혀있었지만 다행히 아무 문제 없이 비행했고 그렇게 스위스에 도착했다.


사실 친구가 공항에 마중 나오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는데 친구가 어머니와 함께 게이트에서 기다리고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오랜만에 친구를 본 반가움 그리고 고마움까지 더해져서 스위스에서의 시작부터 설렘으로 가득했다.

사실 계절이 겨울인지라 눈이 꽤 많이 올 수도 있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날씨가 너무 좋아서 다행이었다.

차를 타고 가며 마주한 스위스의 풍경은 머릿속에 그리던 그런 풍경 자체였다.

미세먼지 비슷한 것도 없는 파란 하늘에 곳곳에 눈이 덮인 산 그리고 푸른 땅까지 과연 그림 같은 풍경이었다.

거기에서 놀라기는 일렀다. 친구네 동네에 가니 글쎄 설산에 둘러싸인 곳이 아니겠는가.

서울은 말할 것도 없고 이런 풍경은 골웨이에서도 보지 못했던 풍경이기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근처에 보이는 집들마저 대부분 뾰족 지붕 집이라 왠지 아기자기한 동화 마을이 떠올랐다.

이런 마을에서 살면 얼마나 청량한 느낌일까 내심 부러운 마음이 들었다.

고소공포증이 있는지라 산을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저런 멋진 산이 집 앞에 있다면 산이 좋아지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산에 알록달록한 집이 어우러져 아주 멋진 풍경을 만들고 있었다.

집에 잠깐 짐을 내려놓고 친구 심부름하는 길에 같이 따라나섰는데 스위스 가게는 처음 들어가 보았다.

정육점같이 고기류를 파는 가게 같았는데 이것마저 신기해 보였다.


이제 본격적으로 친구네 집 투어를 하게 되었다.

친구네 집은 일단 규모 자체가 대저택이었다.

친구는 육 남매 중에 막내로 위로 언니 오빠가 다섯이나 있지만 몇몇은 이미 독립을 했기에 같이 사는 언니랑 오빠만 볼 수 있었다.

친구 가족 모두가 아주 환대해 주셔서 몸 둘 바를 모를 지경이었다.

친구가 안내해 준 방은 친구 언니의 방으로 문부터 심상치가 않았다.

왠지 하이틴 느낌이 강하게 나는 느낌이었다.

방 내부는 참 아기자기했다.

각종 소품과 사진 등이 이곳에서 지냈던 친구 언니의 추억을 간직하고 있는 것 같았다.

이런 추억이 가득한 방을 내어주어 고마울 따름이었다.

이 집에는 또 하나의 볼거리가 있었는데 바로,

여기서도 보이는 검은 고양이 한 마리와

미모를 자랑하는 흰색과 갈색의 조합은 메인쿤 고양이 그리고 갈색 고양이.

고양이 있는 집에 초대받는 것도 흔한 일이 아닌데 이렇게 예쁜 고양이들을 볼 수 있다니 두배로 감격이었다.

고양이들은 강아지처럼 아주 반기는 느낌은 없어도 이렇게 슬쩍 다가와 있는 모습을 보면 오히려 반전매력에 빠져들고 만다.

이렇게 계단 밑에서 올려다보고 있는데 어찌 예뻐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친구네 거실은 아주 럭셔리한 저택의 거실을 떠올리게 했는데 넓기도 넓지만 인테리어도 잘해놔서 아늑한 느낌까지 든 것 같았다.

특히나 화이트톤의 인테리어가 내 취향이었다.

친구와의 공통점 하나가 맥주를 즐긴다는 것이었는데 일단 식전부터 맥주를 들이켰다.

한국에서는 흔치 않지만 유럽에서는 맥주는 안주 없이 그냥 마시는 것. 시원하게 마셨다.

집에 머물게 해 주시는 것뿐만이 아니라 이렇게 성대한 저녁까지 챙겨주셨는데 바로 라클렛이었다.

세상 건강한 재료와 말로만 듣던 스위스 치즈까지 너무나 근사한 식사였다.

식사를 다 마치고 친구랑 나는 외출을 했다.

스위스에 온 이유가 친구를 만날 겸 스위스에 와보는 것에 의의를 뒀기 때문에 친구를 따라 로컬 스폿에 가게 되어 들떠있었다.

우리의 목적지는 바로 펍이었는데 펍이라고 하기에는 아주 건전한 느낌으로 맥주나 간단한 주류를 마시고 게임도 하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장소 같았다.

그곳에서 마셨던 모히또가 아직까지 내 인생 모히또이다.

친구의 친구들과 같이 어울리면서 맛있는 모히또까지 마시니 벌써 하루가 다 갔다.


다음날 친구는 나애게 취리히를 구경시켜주기로 했다.

사실 나에게 스위스 그 어디건 무슨 상관인가, 그저 스위스에서 친구랑 함께라는 사실이 좋았다.

기차를 타고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아 취리히에 도착했다.

취리히는 친구가 사는 동네보다 규모가 크고 보다 화려했다.

크리스마스 시즌인지라 기대하지 않았는데 운좋게 취리히에서도 크리스마스 마켓을 볼 수 있었다.

크리스마스 마켓에서는 역시 아기자기한 작은 소품을 보는 재미이다.

지금까지 가봤던 그 어느 나라와도 다른 취리히.

유난히 특이했던 저 건물이 마음에 들었다. 백화점인데 크리스마스 시즌이라 특별히 장식 해 놓은 모양이었다.

친구와 나의 공통점, 달달한 디저트를 좋아한다 를 맘껏 발휘했다.

생크림 올린 달달한 와플에 커피라니 기분이 절로 좋아지는 조합이다.

취리히에서의 시간은 별게 있지는 않았지만 이 큰 도시에 와 본 것 만으로도 충분히 그 가치가 있었다.

정갈하고 깔끔했던 취리히는 상상했던 그 이미지와 아주 부합하는 모습이었다.

친구집에 돌아와 우리는 아메리칸 호러 시리즈를 몇 회나 집중해서 봤다.

그 때 이후로 찾아 본 적이 없지만 그 때는 그게 어찌나 재미있던지.

한 에피소드가 끝나면 친구랑 시선 교환을 하고 다음 에피소드를 물 흐르듯이 재생하곤 했었다.

아마 하루만 더 있었어도 시즌 하나를 거뜬히 끝냈을 우리였다.

낮에 외출한 김에 초콜렛 쇼핑도 잔뜩 했다.

나를 위한다기 보다 선물로 사갈 초콜렛이었는데 스위스 초콜렛은 어딜 내놔도 인기만점이었다.

스위스에서 별도 참 많이 보였다.

공기도 맑고 주변에 밝은 조명도 많지 않으니 많은 별을 아주 선명하게 볼 수 있었다.

아일랜드에서도 구름에 가려 맘껏 볼 수 없었던 별을 스위스에서 보다니, 역시 오기 잘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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