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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웨이에서 크리스마스를 준비하다

by MARY

찬바람이 불고 핼러윈으로 분주했던 게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12월이 되었고 크리스마스 시즌이 다가왔다.

크리스마스.

이 다섯 글자로 몹시도 설레게 만드는 마법 같은 시즌.

사실 한국에서의 크리스마스는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그저 크리스마스스러운 그런 분위기를 즐기는 정도라면 서양국가에서는 매체에서나 영화 등 작품에서나 볼 수 있듯이 아주 큰 명절이라고 할 수 있겠다.

때문인지 온 동네가, 나라가 크리스마스에 진심이다.

작은 동네에 그 틈을 비집고 귀여운 크리스마스 마켓을 만들고 그것도 모자라 거리고 곳곳에 크리스마스스러운 장식을 알차게 배치해 놓았다.

날짜, 계절 감각을 잊고 사는 누군가가 봐도 딱 크리스마스라는 것을 알아챌 수 있을 정도로 말이다.


또 크리스마스 선물은 당연 중에 당연인 일로 이게 은근 스트레스로 여겨지는 것 같기도 했다.

가족에 친구에 한두 명도 아닌 사람을 한 번에 챙겨야 하니 힘들게 느껴지는 게 이해 못 할 일도 아니겠다.

그 때문인지 온갖 곳에 할인하는 상품들을 볼 수 있었는데 그걸 구경하는 재미도 꽤 쏠쏠했다.

그렇게 또 타국에서 새로운 문화를 몸소 느낄 수 있었다.



크리스마스와는 무관하지만 장을 보다가 디저트 트라이플을 발견해서 사 오고야 말았다.

전부터 영드나 영화를 보면서 궁금했던 터였는데 막상 사서 먹으니 생각보다 평범한 맛이구나 싶었지만 어느새 바닥을 보이고야 말았다.

원래도 아기자기한 시티센터는 크리스마스 시즌이 다가오자 반짝거림이 더해져 더 동화마을 같은 분위기를 풍기게 되었다.

크리스마스에 들뜨는 것도 잠시 겨울이 되면 아일랜드를 비롯한 유럽국가들은 해가 일찍 지기 때문에 보다 하루가 일찍 끝나버리곤 한다. 게다가 날씨도 흐리고 비가 오는 날이 많아 축축하고 싸늘한 날을 경험하기 일쑤다.

친구네 집에 놀러 갔던 날 마침 폭풍우 같은 비를 만나 중간에 옷까지 사야 했던 경험도 있다.

그럼에도 소소한 홈파티는 여전히 즐거운 기억으로 남아있다.

낮에는 그렇게 무섭게 오던 비가 밤에는 그쳐 모처럼 선명한 달도 볼 수 있었다.


어느 주말저녁 무료함에 해가 졌지만 시티센터에 혼자 산책을 나가보았다.

근데 어째 시티센터 주변부터 풍기는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세상에나 알고 보니 크리스마스 마켓이 벌써 꽤 활성화되어 있었던 것이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낮에 잠깐 본 게 다여서 이렇게 번쩍이는 화려한 마켓을 본 것이 처음이었다.

동네 사람들이 다 나왔나 싶을 정도로 크리스마스 마켓은 문전성시를 이루었고 나는 드라마에서나 봤던 화려하고 신나는 분위기의 크리스마스 마켓을 실제 눈으로 보고 있다는 사실에 신나서 여기저기 쏘다녔다.

확실히 크리스마스 마켓은 저녁이 메인이라고 할 수밖에 없는 게 낮의 과자집과 저녁의 과자집은 꽤 많이 차이가 나 보인다.

특히나 크리스마스 마켓이기에 다양한 수공예품이나 기타 물건을 파는 걸 볼 수 있는데 그걸 구경하는 재미도 있다.

거대한 루돌프 같은 조형물도 있었다.



크리스마스 마켓 이외의 백화점이나 그냥 상점에도 크리스마스 분위기는 물씬 풍겼다.

괜히 거리만 걸어도 크리스마스 캐럴이 들리는 듯했고 나 홀로 집에 가 생각났다.


관람차 옆에는 인형이 가득 달린 천막이 있었는데 마치 게임을 하고 상금으로 인형을 얻는 것 같았다.

걸려있는 인형이 좀 섬뜩해 보였지만 누군가는 재미나게 게임을 했을 터이다.


그리고 크리스마스 마켓을 떠나기 전 몰드와인을 마셔봤다.

몰드와인은 프랑스어로는 뱅쇼 즉 레드와인에 각종 향신료를 가미한 것으로 달달하고 진한 와인이다.

크리스마스 마켓에서 한 번쯤 마셔봐야 한다는 말에 마셔봤는데 딱 기분 좋게 마시기 좋았다.

마지막으로 대망의 민스파이!

영국 기원의 대표적인 크리스마스 디저트인데 다진 고기와 건포도 등을 넣고 만든 파이이다.

별이 올라가 있는 파이는 보기부터 참 앙증맞은 모양이었다.

일단 향부터 심상치 않았는데 한입 베어무니 상당히 강한 향신료 향이 났다.

호불호라기보다 아주 처음 먹어보는 맛에 적응이 안 되었는데 한 개 먹고 나니 생각나는 맛으로 나중에는 꽤 즐기면서 먹었던 기억이 난다.


크리스마스를 미처 보내기 전에 이곳을 떠나는 일정이었기에 최대한 그전에 크리스마스를 느껴보려 했다.

어설프게나마 반짝이고 화려한 배경을 눈에 가득 담았고 또 그곳에 있었다는 것에 참 만족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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