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즈 큐레이션 (14)
1년 전 커리어리 코멘트
자립할 수 있는 사업모델을 만드는 것이 스타트업들에게 최우선 과제이고, 꼭 투자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라면 VC 뿐만 아니라 상대적으로 회수 기간이 긴 ‘인내 자본(Patient Capital) 유치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는 모니크 기기 싱귤래리티 대학(SU) 벤처스 설립자의 지적.
앞서의 언급은 와이콤비네이터의 폴 그레이엄이 이야기하는 ‘라면값 벌기(Ramen Profitable)’ 개념과 일치하는 점이 있다. 적자 구간에서 빨리 벗어날수록 생존을 위해 투자자들에게 휘둘릴 우려가 줄어들고, 투자유치에 드는 역량 소모를 줄이고 제품/서비스 개선에 집중할 수 있다는 것.
한편 ‘인내 자본’은 임팩트 투자를 떠올리게 한다. 사회적 가치와 경제적 가치 창출을 동시에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를 가진 소셜 벤처들을 대상으로 자금을 대는 임팩트 투자가 점차 확대되는 추세인데, 대체로 일반적인 VC 투자보다는 회수기간 및 기대수익률 면에서 좀 더 우호적인 편이다. (물론 해당 소셜벤처가 창출하는 사회적 편익에 대한 별도의 평가가 뒤따르는 경우가 많다.) 기사에서 언급한 ‘인내 자본’의 성격이 임팩트 투자와 꼭 일치하는 것은 아니지만, ‘자금은 VC만 들고 있는 게 아니다.’라는 모니크 기기의 지적은 새겨볼 만하다.
라면 수익률에 빨리 도달할 수 있는 사업모델을 갖추는 데 초기기업들이 더 집중하고, 동시에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참고 기다려줄 수 있는 투자자들이 늘어난다면 스타트업들의 생존율이 더 높아지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죽음의 계곡을 건너 살아남은 기업들이 만들어내는 사회경제적 가치의 총합 또한 지금보다 더 커질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
인용한 기사
"길게 보는 스타트업엔 VC 자금이 오히려 독"
(한국경제 2019년 12월 23일)
2021년 1월 새롭게 드는 생각들
창업자와 투자자는 기업을 이끄는 양대 축이다. 창업자는 아이디어와 역량을, 투자자는 자금을 댄다. 경제학적으로 이야기하면 창업자는 생산요소 중 노동을, 투자자는 자본을 책임진다. 창업자 그룹이 투자를 받는 순간 구조적으로 동업 관계에 들어선다.
1년 전에 비해서는 생각이 조금 변했다. '자립할 수 있는 사업모델을 만드는 것'이 스타트업의 '최우선 과제'는 아닐 수 있다. 자립할 수 있는 것에 대한 정의는 개인마다 다르며, 그것 역시 취향 또는 성향의 문제가 아닐까 한다. 얼마나 더 미래의 위험을 감수할 수 있는가. 얼마나 더 큰 목표를 추구하고 있는가. 삶을 바라보는 가치관과도 연결되어 있는 것 같다.
창업자 입장에서 본다면, 조금 더 사업의 상황을 이해해주고 인내해주는 투자자와 손을 잡고 싶겠지만, 투자자 입장에서는 더 빠르게 자금을 회수해서 순환시킬 수 있도록 해주는 창업자가 고마울 것이다. 머신러닝의 시대라지만 기계들이 만나는 것이 아닐 것이니, 결국 사람들 간의 일이다. 인연의 영역, Fit의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