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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민 Mar 07. 2021

현질 확률과 스타크래프트 세대

세상은 돌고 돌고 돌고 (1)

"Q: 확률형 아이템이 불만이면 게임을 안 하거나 다른 게임을 하면 되지 않나."


"게이머 입장에선 그게 쉽게 안 된다. 록인(Lock-In) 효과가 있다. 하나의 게임에 투입한 시간과 자산이 있기 때문에 쉽게 못 떠난다. 새 게임을 하려면 빈손에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 또 하나는 네트워크 효과다. 가상공간이지만 같은 게임을 오래도록 한 이용자들끼리는 더 끈끈한 인간관계로 엮여 있다. 함께 전쟁을 한 동료가 있는데 그걸 다 버리고 떠나기 쉽지 않다."


1. '현질' 하고 있으신가요?


얼마 전, 초등학생인 아이가 '아빠 나 현질하고 싶어'라고 이야기를 해서 작은 충격(?)을 받았습니다. 친구들과 함께 즐기는 게임도 세대 공통의 기억을 남기는 중요한 또래문화의 하나라는 생각을 갖고 있지만, 막상 '현질'이라는 단어가 입에서 튀어나오는 것을 보니 부모로서 당황스러움을 숨기기는 어렵더군요.


2. 확률게임의 비중이 커진 게임산업


'현질'을 하는 이유는 더 좋은 아이템을 갖기 위함입니다. NC 다이노스가 지난해 프로야구 우승 후 세리머니 때 활용했던 '진명황의 집행검' 역시 NC의 게임 리니지 아이템 중 고가로 거래되는 아이템 중 하나입니다. 좋은 아이템을 얻기 위해서는 많은 투자(!)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게임산업은 충성도 높은 팬덤이 이끄는 비즈니스와 비슷한 형태를 띠게 되었습니다.


3. 메타버스 속 공정성 문제


올해 들어 IT 업계에서 회자되고 있는 가장 핫한 키워드 중 하나는 '메타버스'입니다. 3차원 가상세계를 뜻하는 메타버스에 현재 가장 가까이 닿아있는 것은 게임입니다. 일부 온라인 게임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아이템 뽑기 확률에 관한 논란에는 메타버스로 대표되는 게임산업의 미래와, 2010년대 이후 한국 사회를 관통하고 있는 키워드인 '공정성' 문제가 함께 얽혀 있습니다. ‘함께 고락을 나눈 동료들이 있는 가상공간’에 대한 애정이 적지 않은 게이머들에게조차도 그 공간이 공정성을 잃었다고 판단하게 되면 그 공간을 떠날 가능성은 점차 커집니다.


4. 스타크래프트 세대의 방향성은?


스타크래프트를 즐기던 3040세대들이 사회의 중추가 되어갑니다. 출시된 지 20여 년이 훌쩍 지나 고전 게임의 반열에 오른 이 게임은 실시간 전략이라는 장르의 특성으로 인해 방송 중계를 통한 e스포츠의 활성화에 결정적인 기여를 했습니다. 어느덧 게임 산업 내 각 영역을 주도하는 위치로 성장한 스타크래프트 세대가 확률 논란을 딛고 산업 자체를 한 단계 더 성장시키기 위한 방향성을 제시해줄 수 있길 바랍니다.


현재 한국의 엔터테인먼트 산업군에서 가장 큰 매출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다름 아닌 게임이고, 앞으로도 제 아이를 비롯한 미래 세대에게 중요한 자산으로 남겨줄 수 있는 큰 부가가치를 가진 산업이니만큼 말이지요. (올해 한국 게임산업 규모는 약 18조 원으로, 59조 규모인 자동차 산업의 1/3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본 글은 퍼블리 '커리어리'에서도 확인 가능합니다.




참고한 기사 

(한국일보, 2021년 3월 6일)


함께 읽으면 좋은 기사 

국내 게임산업 올해 7% 성장... 18조 넘는다

(한국경제, 2021년 1월 4일)


*Photo by Jonathan Petersson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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