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즈 큐레이션 (23)
2020년의 생각
마이크로소프트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2050년까지의 장기 계획을 발표했다.
단순히 홍보 또는 사회공헌 측면의 어프로치로 보일 수도 있지만, 구글, 애플, 아마존 등 경쟁 기업들에게 인재를 빼앗기지 않기 위한 속내도 포함하고 있다. 지구온난화 등 사회적 어젠다에 대해 관심을 가진 직원들의 증가 추세가 글로벌 대기업을 변화시키고 있는 셈이다.
바쁜 일상을 살아내느라 느리게 일어나는 변화는 모르고 지나치기 일쑤다. 기후변화가 그렇다. 조금씩 사람들의 삶을 바꿔가고 있지만 즉시 체감할 수 없어 급하지 않은 것으로 착각하기 쉬운 문제. 멀리 갈 것 없이, 대표적인 지역 축제 중 하나인 화천 산천어 축제도 올해는 따뜻한 겨울 날씨로 인해 예정보다 3주 가까이 지연된 1월 27일에야 시작한다. 해프닝으로 지나갈 수도 있지만, 기후변화는 매해 점점 더 심각하게 우리의 일상을 치고 들어오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물론 마이크로소프트의 사례를 ‘장기간 호황 기조가 지속되며 노동자 우위의 고용시장이 형성된 실리콘밸리’에 한정된 사례일 뿐이라고 한편으로 제쳐둘 수도 있다. 하지만 더 많은 직원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회사가 차차 변해갈 수 있다는 마음가짐을 가진 구성원들이 많다면, 알게 모르게 회사도 그 방향으로 향해 나아가게 되는 것이 순리 아닐지. 회사라는 말의 어원 자체가 ‘같은 뜻을 공유하는 사람들의 모임’이니, 무리한 해석은 아닐 것이다.
새해부터라도 기후변화를 포함한 우리 주위의 다양한 사회적 의제에 조금씩 관심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어쩌면 본의 아니게 회사의 글로벌 경쟁력(?) 상승을 이끄는 계기가 될 수도 있겠다.
인용한 기사
아마존 "탄소 0" MS "우린 마이너스"···기후변화 놓고 붙었다
(중앙일보, 202년 1월 19일)
2021년의 생각
마이크로소프트는 지난 1년간 탄소감축 계획을 실행에 옮겼고, 그 결과를 지난 1월 발표했다.
계획 첫 해에 전 세계에서 26개의 프로젝트를 수행, 탄소 배출량을 6% 줄였다. (자사 홈페이지에 게시된 내용을 보면 각 프로젝트는 주로 미국, 유럽, 남미, 인도에서 수행되었다. 제안된 프로젝트는 총 189개이며, 한국에서 진행 예정인 프로젝트는 나타나 있지 않다.)
마이크로소프트가 밝힌 중간 종착지는 2030년이다. 이때까지 탄소배출량을 50% 이상 줄이고자 하는 계획을 갖고 있다. 이때가 되면 감축하는 탄소가 배출하는 탄소보다 많아져 순 배출량이 마이너스가 되는 '탄소 네거티브' 상태가 된다.
마이크로소프트는 궁극적으로는 2050년까지 1975년 설립 이래 회사가 배출한 모든 탄소를 제거하기로 약속했다. 30년짜리 장기 프로젝트인 셈이다. 생겨난 지 만 46년째인 회사가 앞으로 30년을 내다보고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그 사이 몇 번이나 CEO가 바뀔지는 알 수 없고, 2030년에 실제 탄소 네거티브에 도달하게 될지는 미지수이지만, 장기적인 목표를 갖고 매년 이를 달성하기 위해 움직이고자 하는 방향성 자체에는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구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를 비롯한 미국의 대형 IT 기업들이 기후변화 어젠다에 대응하고 있는 과정 속에는 직원들의 역할이 적지 않았다. 큰 회사들이 전체적인 방향타를 바꾸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구성원들의 마음이 모아진다면 꼭 불가능한 것도 아니라는 사실을 이번 기후변화 사례를 통해 다시금 되새겨 본다.
참고하면 좋을 후속기사
MS, 2020년 탄소배출량 73만 톤 줄였다
(IT조선, 2021년 2월 2일)
One year later: The path to carbon negative – a progress report on our climate ‘moonshot’
(Microsoft Blog, Jan 28, 2021)
Microsoft and 12 others join Amazon's climate change initiative
(Engadget, Dec 9, 2020)
* 이미지 출처: 마이크로소프트 공식 블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