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쿱 택시의 몰락과 카카오T 유료화에 대한 생각

올즈 큐레이션 (22)

by 자민
2020년의 생각


“모든 기사가 사주라 해서 기대했는데 아무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었다”


협동조합은 조합원들의 상호협동을 통해 이익을 추구하는 기업 모델이다. 협동조합에 출자한 모두가 주인이 되지만, 뒤집어 말하면 명확한 주인이 없다는 이야기도 된다. 최대주주가 경영권을 갖는 일반적인 주식회사 모델과는 다르다. 협동조합의 시작 자체가 사기업의 시장 지배력 강화에 대한 대안적인 기업구조를 모색하는 과정에서 출발했기에 일면 당연한 부분이다.


출자금과 관계없이 조합원들이 1인 1표를 행사할 수 있기 때문에 민주적으로 운영된다는 장점이 있지만, 설립 목적상 조합원들 간의 상호부조가 법인의 이익보다 우선한다. 2012년 협동조합 기본법 시행 이후로 한국에서도 협동조합 형태의 법인들이 증가하고 있는데, 택시 협동조합도 그중 하나다. (2012년 전에는 농협/수협/새마을금고 등 특별법을 통해 설립된 8개 협동조합만 존재했다.)


쿱 택시가 어려움에 빠진 것은 아직은 한국에서 산업별 협동조합의 역사가 짧아서일 수도, 택시 비즈니스가 과거와는 달리 모빌리티 플랫폼 산업의 중요한 축이 되면서 대규모 자본과의 경쟁이 요구되는 영역으로 변해버려서일 수도 있다. 기사에서 언급된 것처럼 전문경영인의 영입을 통해서 고비를 극복할 수 있겠다면 좋겠지만, 생존의 길로 인도할 수 있는 전문경영인을 찾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일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 협동조합의 근본 취지 역시 훼손하지 않을 수 있는 사람이라면 더욱.



인용한 기사

임금 밀리고 조합원 이탈… 위기의 노란택시 “우린 아마추어였다”

(동아일보, 2020년 1월 17일)




2021년의 생각


2015년 시작된 택시 산업에서의 협동조합 실험은 실패로 귀결되는 중이다. 작년 초에도 불협화음이 계속 들렸던 쿱 택시는 결국 해를 넘기지 못하고 기업회생을 신청했다.


같은 해 카카오의 신규 서비스로 출발했던 카카오택시는 2017년 별도 법인인 카카오모빌리티로 독립, 2,800만 명의 사용자를 보유한 국내 최대 규모 모빌리티 서비스로 성장했다. 지난달 칼라일로부터 2억 달러를 추가 투자받으며 3.4조 원의 기업가치로 평가받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아직 적자 구간에 있다. 20년 기준 약 3천억 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전년대비 3배의 매출 성장을 이룬 것은 긍정적이나, 상장으로 가기 위해서는 300억 규모의 적자를 줄일 필요가 있다. 이번 달에 출시된 택시기사용 유료상품인 월 9.9만 원의 ‘프로 멤버십’은 이런 맥락에서 등장한 것으로 보인다.


택시업계의 반발을 고려하여 2만 명까지만 모집했지만, 3일 만에 멤버십 가입이 모두 마감되었다는 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단순 계산으로 월 10만 원 x 2만 명 x 12개월 = 240억이다. 멤버십을 운용하는데 추가적인 비용이 거의 없다고 보면, 카카오모빌리티가 올해 흑자 전환하는데 꼭 필요한 수준의 수익이라고 볼 수 있다.


게다가 전체 가입 택시기사 수가 23만 명인 것을 감안하면, 택시업계의 반발을 무릅쓰고 100% 가입에 도달하면 그때부터는 매년 2,400억의 수익이 창출된다. 10년간 이 수준으로 시장을 지배한다고 보면 2.4조 원의 수익이다. 3.4조 원의 기업가치가 괜히 나온 것이 아니다.


물론 카카오모빌리티의 계획대로 되기 위해서는 시장에 존재하는 다른 사업자들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유지해야 한다는 전제가 성립해야 한다. 지난해 출범한 티맵모빌리티는 우버와 손잡고 택시사업을 강화하기 시작했다. 차량 공유로 시작한 쏘카 역시 점차 카카오모빌리티와 영역이 겹쳐지며 인접 영역에서의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비슷한 시기에 시작한 협동조합 택시 모델이 좌초되어 가는 것을 바라보는 것이 아쉬운 것은, 국내에서도 협동조합을 통한 변화와 성장이 일어날 수 있다는, 약자가 강자를 따라잡는 언더독의 성공사례를 기대하는 사람들에게는 분명 좋지 않은 소식이기 때문이다.


상생이라는 협동조합의 설립 이념이 조금이나마 모빌리티 업계의 경쟁 속에 녹아들어가는 것을 기대해야 할까. 택시업계에서의 이번 사례가 다음에 등장할 협동조합 중심의 혁신모델을 위한 반면교사로서 도움이 될 수 있길 바랄 뿐이다.




참고하면 좋을 후속기사


사납금無 '택시실험' 실패?···'쿱 택시' 끝내 기업회생 신청

(서울경제, 2020년 12월 8일)


유료화 시동 건 카카오T… 택시업계 “플랫폼 횡포”

(동아일보, 2021년 3월 22일)


티맵-우버 손잡고 카카오에 도전…모빌리티 경쟁 시작

(연합뉴스TV, 2021년 3월 22일)


* 이미지 출처: 카카오모빌리티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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