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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민 May 27. 2021

축적 - 하루아침에 쓰여지지 않은 '일의 기쁨과 슬픔'

직장생활 영감사전 25 - (20) 축적

"판교에서 일하면서 강북에 위치한 한겨레문화센터를 꾸준히 다니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었을 것 같은데요.


집에서도 거리가 멀긴 했죠. 하지만 너무 재미있었어요. 토요일마다 수업을 들었는데 일주일 동안 그날만 기다렸어요. 처음엔 3개월 강좌를 한번 듣고 소설 한 편 가져 올 생각이었는데 강좌에 가보니 사람들이 서로 다 아는 사이더라고요. 등록하고 끝나면 또 등록하고, 그렇게 계속 다닌 사람들이라서요. 처음엔 저 사람들은 어떻게 서로 다 알지 그랬는데 저도 나중에 그중 한 명이 되어 있었고(웃음). 처음에 두 번 연달아 듣고, 이후로는 한 번 듣고, 한 번 쉬고 하면서 들었어요. 지금은 문화센터에 플랜카드가 걸려 있어요.(웃음)" 


1. 2019년 온라인 상에서 '일의 기쁨과 슬픔'이라는 단편소설이 빠르게 회자된 적이 있습니다. IT업계의 모습을 극사실적으로 그려져 있어 큰 화제가 되었죠. 저자인 장류진 작가의 이름을 세간에 널리 알린 계기였습니다. 


2. 판교의 IT 기획자로 근무하고 있었던 장류진 작가는 그 해 10월, 같은 이름의 단편집을 출간한 데 이어 지난달 '달까지 가자'라는 장편소설을 출간했습니다. 장편소설을 쓰기 위해 퇴사 후 전업작가로 나섰고, 암호화폐를 통해 인생이 바뀐 2030들의 이야기를 밀도 있게 그려내 호평을 받고 있습니다. 


3. 장류진 작가의 인터뷰를 보다가, 문득 눈길이 한 문단에 닿았습니다. 그리고 비로소 알게 되었습니다. '일의 기쁨과 슬픔'이 어느 날 문득, 하늘에서 툭 떨어진 것이 아니라는 것을. 화면 설계서를 그리다 말고 갑자기 번득이는 착상이 떠올라 일필휘지로 단편소설을 쓰고, 문학상을 타고, 유명세를 타는 그런 스토리는 아니었다는 것을요. 


4. 장류진 작가는 회사에 입사하고 나서 한겨레 문화센터에서 단편소설 쓰기 수업을 듣기 시작합니다. 글을 쓰고 싶다는 열망을 바탕으로 시작한 신입사원의 사이드 프로젝트였던 셈입니다. 그리고는 꾸준히 판교와 강북을 오가며 소설 쓰기 연습을 합니다. 회사에서 일에 대해 쌓은 업력만큼이나 소설 쓰기에 대한 역량을 스스로 꾸준히 키워왔고, 2019년에 나온 '일의 기쁨과 슬픔'은 그렇게 축적된 긴 시간들이 모여 나타난 결과입니다. (1986년생 장류진 작가는 7년 이상 직장생활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5. 장류진 작가의 인터뷰를 보면서 사이드 프로젝트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됩니다. 내가 좋아하는 것, 그래서 내가 습관화시켜 꾸준히 밀고 나갈 수 있는 것은 과연 어떤 것이 있을지 떠올려봅니다. 좋아하는 마음으로 꾸준히 쌓아 나가다 보면 사이드 프로젝트가 언젠간 메인 프로젝트가 될 날이 올 지도 모를 일이니까요. 


* 사진: 채널예스 




참고한 인터뷰

해피엔딩이라는 틀에 갇히지만은 않았으면 – 소설가 장류진 편

(채널예스, 2021년 5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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