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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위도우, 할리우드 계약의 룰을 바꾸게 될까?

세상은 돌고 돌고 돌고 (37)

by 자민

"할리우드에서는 스타 배우 스칼렛 요한슨의 이번 소송이 코로나 이후 극장-OTT 동시 공개를 도입한 디즈니 등 대형 제작사의 영화 개봉 방식을 바꿀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1. 최근 개봉한 영화 '블랙 위도우'의 수익 분배 문제를 놓고 스칼렛 요한슨과 디즈니 간의 소송이 일어났습니다. 디즈니가 '블랙 위도우'를 극장뿐만 아니라 스트리밍 방식으로 자사의 OTT 플랫폼인 디즈니 플러스에서 동시에 서비스함에 따라 5천만 달러(약 570억 원) 이상의 손실을 보았다는 것이 스칼렛 요한슨 측의 입장입니다.


2. 핵심은 결국 영화를 통해 벌어들이는 수익에 대해 어떻게 배분할 지에 대한 문제입니다. 극장-OTT 동시 공개라는 새로운 영화 유통방식의 확산 속도에 비해 기존 극장 중심의 유통방식에서의 수익배분구조가 미처 따라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NYT의 기사에 따르면 전통적인 할리우드 모델은 적은 계약금을 지급하는 대신 개봉 후 발생하는 극장 매출을 일정 비율로 제작에 참여한 감독 및 배우들과 나누는 구조였습니다.


3. 스트리밍 서비스의 경우에는 수익배분구조가 전통적 모델과는 다릅니다. 일반적으로 스트리밍 플랫폼에서의 유통은 극장 중심의 유통에 비해 감독 및 배우들과 같은 제작 참여자들에게 훨씬 더 많은 금액을 일시불로 먼저 지급하는 대신, 미래 일어날 매출에 대한 권리는 완전히 플랫폼으로 귀속시키는 형태입니다. 따라서 영화의 흥행 기대치에 따라 각 수익 분배 모델에 대한 기대 역시 달라질 수 있습니다.


4. 스칼렛 요한슨 측에서는 '블랙 위도우'가 팬데믹 이전 시기 개봉한 '캡틴 마블'(매출 11.3억 달러)이나 '블랙 팬서'(매출 13.5억 달러)처럼 10억 달러 이상의 극장 매출을 기록할 수 있는 작품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10억 달러의 매출을 가정했을 때, 약 5%에 해당하는 5천만 달러 이상의 손실을 본다는 주장입니다. '블랙 위도우'의 현재 매출은 약 3.4억 달러로 2008년 이후 개봉한 마블 스튜디오 작품들 중 가장 낮은 흥행성과를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기대보다 낮은 성과의 원인에 대해 배우와 제작사 간의 시각이 다른 셈입니다.


5. 이번 소송은 다른 작품들에도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크루엘라'의 주연을 맡은 엠마 스톤 역시 디즈니에 대한 소송을 준비하고 있고, 마블의 차기작인 '이터널스'는 OTT 동시 공개를 포기하고 극장에서만 개봉될 예정입니다. 디즈니뿐 아니라 HBO맥스를 통해 극장-OTT 동시 공개 계획을 밝힌 워너 등 타 제작사들의 전략에도 여파가 미칠 가능성이 있습니다.


6. 디즈니뿐만 아니라 이제는 소니를 제외한 주요 메이저 스튜디오들이 모두 자체 OTT 플랫폼을 통해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극장 개봉 중심으로 설계되었던 기존의 수익배분 구조는 어떻게든 변화할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7. 2021년은 어쩌면 극장과 OTT 동시 공개라는 새로운 유통방식이 팬데믹 위기를 극복하기 인한 일시적 미봉책 수준이 아니라 앞으로의 주된 미디어 감상 방식으로 자리 잡는 과도기일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영화 제작 과정에서의 주요 이해관계자들에 대한 인센티브 체계 역시 변화한 환경에 맞게 달라져야만 향후 더 좋은 작품이 만들어질 수 있는 기반이 갖춰질 수 있을 것입니다.


* 이 글은 퍼블리 '커리어리'에서도 확인 가능합니다.

*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참고한 기사

'블랙 위도우' 소송..할리우드 개봉 판도 바꾸나

(노컷뉴스, 2021년 8월 4일)


"OTT 동시 공개로 손해"...엠마 스톤도 디즈니에 소송 고려

(매일경제, 2021년 8월 2일)


Scarlett Johansson Sues Disney Over ‘Black Widow’ Release

(The New York Times, July 29,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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