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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민 Dec 17. 2021

MZ세대의 고향, 가상공간

읽고 생각하고 쓰고 (6) - 공간의 미래

1. 큰 아들은 작년에 대학 입시생이었다. 바쁘게 공부해야 하는 시기임에도 빼놓지 않고 하루에 30분 정도는 초등학생 때부터 해 오던 '메이플 스토리'라는 게임을 했다.


2. 2003년도에 출시된 이 게임은 2차원 온라인 게임으로, 배경 화면이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흘러가면서 주인공이 그 안을 뛰어다니는 게임이다. 각 스테이지마다 각기 다른 배경의 공간이 만들어져 있다. 하늘에 떠 있는 도시가 나오기도 하고, 숲이 배경이 되기도 한다. 이 게임에는 이러한 배경 공간이 수백 개가 있다.


3. 처음에는 이 게임을 하는 아들을 보면서 쉴 때 아무것도 하지 말고 쉬지 왜 게임을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멍 때리면서 게임을 하고 있는 아들을 뒤에서 바라보다가 아들이 왜 이 게임을 하면서 쉬는지 깨달았다.


4. 그에게는 메이플 스토리의 게임 배경 화면이 고향이기 때문이다.


5. 초등학교 시절부터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낸 스크린 속 게임 공간이 그에게는 내가 어려서 뛰놀던 골목길과 마찬가지였던 것이다. 어렵지 않은 메이플 스토리 게임을 하면서 움직이는 배경 화면을 보는 것은 아들에게는 움직이는 풍경을 보는 산책과 마찬가지였다.


6. 스마트폰과 게임 같은 가상공간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밀레니얼 세대에게 가상공간은 어른 세대와는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7. 이처럼 개인의 경험은 세상을 바라보는 기준을 만든다. 그리고 그 기준은 미래를 만든다.


└ 유현준, 《공간의 미래》, p. 343-344.




자민의 세 줄 생각

질풍노도의 십대 시절, 밤낮없이 '대항해시대'를 하며 세계를 무대로 이리저리 종횡무진 뛰어다니는 미래의 모습을 상상했다. 학과 선택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쳤음은 물론이다.

지금 다시 보면 조악하기 그지없는 게임이었음에도 어린 시절의 상상은 끝이 없었다. 그때와 비교할 수 없을만큼 실감나는 가상공간에 익숙해진 Z세대의 눈은 더 먼 미래의 세상을 향해 있을 것이다.

어느덧 로블록스 속을 헤집고 다니는 게 영 어색한 나를 본다. 머리로 이해가 안된다면, 가슴으로라도 다음 세대를 품어안고 이해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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