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서비스를 세상에 내놓는다는 것
오늘도 늦었다. 애들 얼굴 보기엔 이미.
오랜만에 동료들과 둘러앉아 내일 예정된 이벤트에 쓸 스티커 붙이기와 리본 묶기 등 각종 단순노동(!)을 했다. 저녁 시간이 한참 지났는지라 간단히 소주 한 잔 해장국 한 그릇으로 허기를 달랜 후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를 타며 휴대폰 속 시계를 봤다. 11시 30분.
집에 와 보니 두 아이는 모두 곤히 잠들어 있다. 땀 많은 큰 애 베개는 이미 땀으로 흥건하다. 둘째는 한 시간여 뒤척이다 들어오기 직전에 겨우 잠들었단다.
아이들은 아빠 없이도 하루를 보내고, 잘 자라는 중이다. 잠들어 있을 때 나가서, 잠들어 있을 때 들어오기 일쑤인 아빠인데도 주말이나 어쩌다 가끔 평일에 얼굴 볼 때면 반갑게 달려와주는 게 그저 감사할 뿐.
1년이 어떻게 흘러갔는지 모르겠다. 길게 보면 1년 반. 어느새 자기 몸에 비해 작은 잠옷을 입고 빼꼼히 배를 내밀고 잠들어있는 아이들을 보고 있노라면 시간은 꽤나 흘렀음이 분명한데.
오늘, 새로운 이름을 단 서비스가 세상에 나왔다. "지금, 당신의 음악"이라는 슬로건을 내건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FLO(플로)". 아침 출근길에 상용 앱을 앱스토어에서 다운로드하여 설치할 때도, 퇴근길 버스에서 "오늘의 FLO" 플레이리스트를 들을 때도 말로 형용하기 어려운 느낌이 계속 내 몸 어딘가에 걸쳐 있었다.
집에 와서야, 아이들 자는 얼굴을 보고서야 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나는 이 사랑스러운 것들과 함께 하는 시간들을 스스로 포기하고, 그 시간들을 FLO에 녹여넣었던 것이구나. 한 달을, 반년을, 일 년을, 그 이상을.
나만 그런 게 아니다. 직간접적으로 백여 명이 훌쩍 넘는 사람들이, 새로운 서비스를 선보이기 위해 일 년, 열두 달이라는 시간을 갈아 넣은 끝에 FLO가 나왔다. 백 명이 1년씩 자신의 삶을 나눠 넣었다고 보면 100년이다. 한 사람의 인생이 통째로, 고스란히 들어가 있는 결과물이다.
한 사람 한 사람이
각자의 자리에서 다한 노력과 수고가,
부디 헛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모든 사람들의 다양성이 더욱 존중받을 수 있는 사회가 되는데 FLO가 음악을 무기로 기여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적어도 음악 앞에서는 소외된 사람 하나 없이, 모두가 평등한 존재임을 FLO가 세상에 외쳐줬으면 좋겠다. 아티스트들이 지금보다 더 나은 환경에서 자신들의 음악을 통해 사람들의 삶을 풍요롭게 해주는 데 FLO가 조금이나마 힘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그리 되어서, 12월 11일을 오래도록 기억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아니 아니, 좀 더 소박해도 좋다. 훌쩍 더 커버린 아이들과 함께 FLO로 음악을 들으며, "아빠가 지금보다 젊었을 때 이 서비스 만드느라 고생 좀 했다니깐?"하고 폼 좀 잡을 수 있을 때까지 살아남았으면 좋겠다. 비도 내리고 가끔은 눈도 내리겠지만, 중심을 잃지 말고 오래도록 살아남아 세상에 단단히 뿌리내릴 수 있으면 좋겠다.
그렇게 된다면 오늘밤 이 미안함을 나중에라도 마음속으로 쓱 달래볼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