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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민 Oct 05. 2022

끝까지 버티는 힘

읽고 생각하고 쓰고 (20) - 크래프톤 웨이 

 “기업의 존재 이유와 목적은 무엇일까요. 기업이 돈을 버는 건 사람이 숨을 쉬는 것과 같습니다. 숨을 못 쉬면 죽지만, 숨만 쉰다고 사람인 것은 아닙니다. 법인은 법이 만든 인간이란 뜻입니다. 꿈과 도전, 개척이 인간을 인간답게 만들듯 기업도 마찬가지입니다.”


“한국 게임업계가 지금 전 세계 1위인가요? 절대 아니죠. 업계 넘버원이 된다는 게 얼마나 중요하고 의미있는지 아십니까? 리딩 회사라면, 산업 전체가 글로벌 경쟁력을 갖도록 2, 3등을 키워줘야 한다는 책임감도 갖고 있어야 합니다. 공생하고 함께하면서 시장 경쟁력을 끌어올려야 합니다.”


“진짜 승부는 막다른 골목에 몰린 상태에서 시작합니다. ‘이건 풀릴 것 같지 않다’ ‘이건 가능할 것 같지 않다‘ 그렇게 생각한 때에 역으로 무엇인가 극복해내려고 생각하는 것, 저는 그것이 인생에 있어서 노력의 진짜 의미라고 생각합니다. 그냥 열심히 최선을 다했다고 하는 것으로는 노력했다고 할 수 없습니다.”




작년 이맘때 샀는데, 읽다 서다를 반복하다 이제야 다 읽었다. 미국이나 중국 기업의 성장 스토리는 종종 책으로 접해본 적 있지만, 한국 기업의 성장 서사를 이렇게 정제된 형태로 읽는 건 적잖이 신선한 독서 경험이었다.


책 속 크래프톤의 스토리를 정리하자면 결국 끝까지 버티는 힘 정도가 아닐까 싶다. 이유야 어찌되었든 장병규 의장과 김강석 대표를 비롯한 리더들은 처음 계획한 것과 어긋나게 돌아가는 것이 일상다반사인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10년을 ‘존버’ 했다. 처음 생각했던 것보다 많은 자본과 시간을 투자하며 버텼다. 계속 생겨나는 문제들을 사람으로 아이디어로 이리 막고 저리 막고 하면서 10년을 버텼더니 마지막에 ‘짜잔’ 하고 글로벌 히트작이, 미처 예상치 못한 곳에서 튀어나왔다는 이야기. 웅녀 설화랑 비슷한 플롯이랄까.


책에서도 언급되지만 엔터테인먼트산업의 가장 큰 문제는 반복적인 성공이 어렵다는 것이다. ‘배틀그라운드’라는 글로벌 IP를 바탕으로 또다른 히트작이 나올 때까지 크래프톤이 얼마나 오래, 잘 버틸 수 있느냐 여부가 이 회사의 미래는 물론, 한국 게임산업의 성장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 같다.


책이 출간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크래프톤은 코스피 증시에 입성했다. 하지만 이후 주가는 잠깐 반등 후 계속 내리막이다. 물론 지금도 여전히 시총 11조가 넘는 게임업계 대장주이긴 하지만, 상장 초 기세를 되찾기 위해서는 변화를 모색해야 하는 상황이다.


게임업계가 부디 이번 겨울을 잘 극복하길 바란다. 겨울을 나며 오래 버틸 힘을 축적하고, 그 힘을 바탕으로 전세계 사람들에게 오래 사랑받을 수 있는, ’배그‘ 이상의 한국산 게임을 만들어낼 수 있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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