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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민 Mar 30. 2023

내가 나를 모르고 있다는 것

읽고 생각하고 쓰고 (24) - 나도 아직 나를 모른다

"우리는 앞으로도 계속해서 실패할 것이며, 느닷없는 불행과 거절을 경험하게 될 것입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여태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매일 조금씩의 허무를 이기고 그럭저럭 잘 살아갈 것입니다."


"앞서 달려가는 걱정을 멈추고, 나의 생각과 행동과 결과물을 하릴없이 수정하는 일을 그만둬야 합니다. 완벽주의 경향성이 있는 분들이라면 피했으면 하는 소설 가운데 하나가 <방망이 깎던 노인>입니다. 깎고 깎다가 아예 이쑤시개를 만들 참이 아니라면, 거기서 그만 손을 떼고 머릿속에서건 실제 현실에서건 '외부로 전송' 버튼을 누릅시다. 밖으로 나가 오랜만에 맛있는 커피나 한잔 하는 것도 좋겠지요."


"왜?'가 어디 있어요. 그냥 하는 겁니다. 나 말고는 다들 되게 생각 있어 보이고 의미 있는 삶을 살아가는 것 같지만 사실 그렇지 않습니다. 삶에 뭔가 큰 의미가 있어야 한다는 믿음은, 누군가의 삶에 도움이 되는 기능적 요소라기보다는 상처 입고 고단했던 자기애가 남긴 하나의 증상 같은 것입니다. 삶에 큰 의미가 있을 필요가 없습니다. 살아 있는 것 자체가 의미입니다. 그것으로 당신은 다 한 겁니다."




회사에서도, 집에서도 간신히 버티고 있다는 생각이 들 무렵 심리상담을 받으러 간 적이 있다. 몇 차례의 상담을 지나는 동안 깨달았던 사실은 ‘내가 나를 모르고 있다는 것’. 수십 년을 살아왔는데도 내가 내 상태가 어떤 줄 몰랐다. 몇 번 만나지도 않은 상담사님이 가만가만 내가 모르던 내 모습을 짚어줄 때, 순순히 인정할 수밖에 없었던 그 순간순간의 충격이 지금도 여전하다. (그 놀라운 경험 이후로 사는 데 힘겨움을 토로하는 동료나 지인이 있으면 주저 없이 심리상담을 추천하는 편이다.)


임상심리학과 뇌인지과학을 전공한 허지원 교수 역시 '내가 나를 모를 수 있음'을 이야기한다. 삶은 그 자체로 의미가 있으니 너무 아등바등 애쓰지 않아도 되며, 세상 누구보다 가장 나를 잘 아는 내가 스스로의 양육자가 되자고. 그런 글을 읽다 보면, 그동안 수없이 스쳐 지나갔을 사람들과 그 사람들의 힘겨움에 공감했을 저자의 모습이 자연스레 스쳐 지나간다.


EBS를 통해 방영된 강의가 책의 바탕이 되어서인지 종종 대화체로 독자의 마음을 달래는 표현들이 등장한다. 심리학과 뇌과학에서 사용되는 전문용어 역시 최대한 풀어쓰고자 한 노력이 엿보인다. 저자의 강의를 보는 것도 좋겠지만, 책을 통해 정제된 내용을 쭉 읽어보는 것도 좋겠다. 같은 내용이더라도, 각자에게 콘텐츠를 전달받기 편한 방식들이 있을 테니.



#나도아직나를모른다 #허지원 #김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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