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생각하고 쓰고 (29) - 여행의 장면
“결국 모른다. 가봐야, 해봐야, 경험해봐야만 안다.”
“이제 여길 좀 알 것 같은데 떠날 시간이네. 여행이 그런 건가 봐. 내가 답하자 친구가 이어서 말했 다. 인생도 그렇긴 하지. 그 말이 사뭇 연극 대사 같아서 우린 마주보고 웃었다. 그치, 인생도 그렇지. 어느새 사는법을 좀 알 것 같을 때 끝나겠지.“
“짙은 노을과 강물에 발 담그고 장난치는 아이들의 모습을 번갈아 바라보다 생각했다. 살면서 힘든 일이 생기면, 버티기 힘든 순간이 찾아오면, 이 마을에 다시 와야겠다고. 내가 이런 삶을 원했던가? 싶어지는 순간, 사는 일이 끝없는 숙제처럼 느껴지는 순간 우리에겐 고요하고 평화로운 여행지가 필요할지 모른다. 아, 눈앞의 이 삶이 전부가 아니지, 느끼게 해줄 여행지가.”
여름은 사람들에게 휴가, 그리고 여행이란 키워드와 자연스레 연결되는 계절이다. 뉴스에서는 휴가철을 맞아 쭉쭉 올라가는 여행객 수를 보여준다. 많은 이들에게 마스크를 벗고 홀가분하게 떠나는 해외여행이란 코로나 이후 수 년만에 처음일 것이다. 공항으로 가는 길부터, 아니 여행 짐을 싸는 순간부터, 아니 비행기 티켓을 끊는 순간부터 시작되는 그 설렘은 언제라도 즐거운 것이다.
그러나 모든 이들이 원하는 때 여행을 갈 수 있는 건 아니다. (썬파클 지난 뉴스레터에서도 썼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나역시 이번 여름은 아이들과 함께 집에 머무는 걸 택했다. 남은 아쉬움은 인스타에 올라오는 동료들의 피드, 그리고 책으로 달랜다.
<여행의 장면>은 여러 작가들이 쓴 여행에 관한 글을 하나씩 가려 뽑은 짧은 여행에세이다. 열 명의 저자들이 풀어놓는 여행 단상이 그야말로 10인 10색이다. 각자 선택한 여행지가 다르고, 그 여행지에서의 느낌을 공유하는 방식들이 또 모두 달라 재미있다. 더운 여름날 제각기 다른 향과 멋을 뽐내는 맥주 샘플러를 차례로 한잔씩 홀짝홀짝 뽑아 마시는 느낌이랄까.
아바나처럼 상대적으로 근래에(?) 다녀온 곳은 글을 읽고 있노라니 그때의 감각이 다시 살아난다. (그래… 확실히 아바나는 가봐야 경험해봐야 아는 곳) 치앙마이나 빠이, 끄라비처럼 늘 한번 가봐야지 하고 마음만 먹었던 곳들은 제멋대로 상상하게 된다. 그리고 언젠간 꼭 가보겠다는 의지를 +1만큼 불태운다. 텍스트로만 이뤄진 여행기가 주는 장점이겠다.
태풍이 지나고 더위가 한풀 꺾였다. 아직도 후덥지근하긴 하지만 그래도 잼버리 폭염(?)으로 기억될 2023년 여름도 이렇게 지나가고 있다. 책과 함께 하는 여름 휴가도 더할 나위 없이 좋았지만, 또다시 훌쩍 여행길에 오를 날도 조만간 다시 맞이할 수 있음 좋겠다. ‘책은 앉아서 하는 여행, 여행은 걸어서 하는 독서’라는 말도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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