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생각하고 쓰고 (30) - 여름 맥주 영화
“내가 얼마나 특별한 사람이라고, 온종일 회사에 묶여있는데 그 회사에서 해야 하는 것만이라도 잘 해내면 기본은 아닌가. 아무것도 못하는 사람이라는 말을 들을 필요는 없지 않은가.”
"평범하고 무난해도 적어도 누군가의 수십 년 손때를 탄 그것은 그렇게 나쁠 이유가 없다."
유성관 작가는 경기도 양평에 살며 경의중앙선을 타고 상암으로 출퇴근을 한다. 춘천에서 학창 시절을 보내며 책과 영화에 빠져들었고, 지금은 어느덧 이십 년을 영화 경력으로 채운 영화 관련 기관의 팀장님이다. 맥주를 좋아하고, 다양한 맥주를 다양한 곳에서 맛보는 즐거움이 삶의 동력 중 하나다.
에세이가 주는 힘은 이런 데 있는 걸지도 모른다. 일면식도 없지만 책을 읽어나가면서 점점 스며든다. 때론 비슷한 처지에서 비슷한 생각을 품는 작가의 생각과 표현에 얼씨구나 맞장구를 치면서, 또는 비슷한 상황이었는데도 나와는 다른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거나 전혀 생각지도 못한 사고의 전개를 따라가며 자연스레 나 스스로를 돌이켜보기도 한다.
작가와의 그런 교감 아닌 교감 속에, 책을 다 읽고 덮을 때쯤엔 뭐든 하나 정도는 ‘따라 해볼까..?’ 싶은 마음이 드는 에세이들이 있다. 유성관 작가의 이번 책도 그런 책 중 하나다. 경쾌한 표지와 왠지 계절마다 소환될 것만 같은 제목의 조합에 이끌려 골랐던 책이었는데, 읽는 내내 꽤나 즐거웠다.
이 책을 다 읽으면 여름이 가겠구나… 했는데 9월이 되어도 계속 한낮 30도라는 게 믿기지 않는다. 여름 맥주는 너무나 포기하기 어려운 조합이지만, 이젠 슬슬 놓아줄 때도 됐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