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생각하고 쓰고 (31) - 내가 가진 것을 세상이 원하게 하라
“지금이 어떤 시기이든, 중요한 것은 현재 일하는 곳에서 매일을 충실하게 잘 보내는 겁니다. 결국은 그 시간들이 쌓여 자기 인생을 만드는 거니까요.”
“선택할 수 없다고, 내몰렸다고 해서 미리 절망할 필요는 없습니다. 지나고 보면 그 대안 없음이 훌륭한 대안을 만들어주기도 하니까요.”
“무조건 주위 사람들에게 맞추라는 게 아니라, 일이 되게끔 하기 위해 염두에 둬야 할 것들은 그저 내가 맡은 일을 끝내는 것 외에도 많다는 사실, 그런 변수를 섬세하게 헤아리고 반영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저는 이런 자세와 역량이 ‘타인에 대한 감수성’이라 생각합니다. 우리는 혼자 일하지 않으니까요.”
순전히 내 자의적 기준이지만, 출근길 직장인들의 마음을 다잡게 만들어주는 작가들이 있다. 페북과 인스타, 링크드인을 종횡무진하는 KT의 신수정 님, 조선비즈의 인터뷰 섹션을 대표하는 김지수 님, 동아일보에 정기적으로 칼럼을 싣는 김호 님, 그리고 최인아 님. 2020년대 한국 사회를 사는 직장인들 중에는 이 네 분의 내공에서 나오는 글을 통해 다시 일할 기운을 차린 분들이 수천 수만 일 거라고 확신한다. 마치 김용의 무협 세계관 속 무림 4대 고수를 보는 것 같다고 해야 할까.
동아일보 ‘동아광장’ 섹션에 정기적으로 실리던 최인아 님의 칼럼은 때로는 나직한 목소리로 따끔한 충고를 건네는, 그리고 가끔은 ‘나도 그랬다’ 며 토닥이는 곰살맞은 직장 선배의 글처럼 다가왔다. 나만 그랬던 건 아니었는지, '태도가 경쟁력이다' 같은 칼럼은 꽤나 여러 경로를 통해 여러 차례 공유받기도 했다.
단행본으로 정돈된 글을 읽는 것은 칼럼 형식의 단문과는 또 다른 느낌을 갖게 한다. 지면의 제한이 있는 칼럼이 칼럼대로의 맛이 있다면, 단행본의 호흡은 또 달라서 끝까지 읽어나갈 만한 가치가 있다. 글쓴이의 생각이 어떤 궤적을 거쳐 이어졌는지를 (보이진 않지만 편집자의 손길을 따라) 한 장 한 장 넘기며 쭉 따라갈 수 있고, 그만큼 이전보다 더 저자의 관점을 이해하게 된다. 칼럼으로 먼저 접해 익숙한 주제인데도, 그래서 또 새로운 읽기가 된다.
책에는 삼십 년 가까이 한 직장에서 줄곧 일하며 벼린 일에 대한 생각들이 차곡차곡 담겨 있다. 내게는 저자기 마흔 중반을 넘겼을 무렵, 1년간 휴직을 하고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으며 자신의 마음속 고민과 마주하던 순간의 모습이 가장 눈에 들어왔지만, 20대부터 50대까지 독자들 각자의 사정에 따라 공감하는 지점은 각기 다를 것이다. 사회초년생부터 퇴직자까지를 아우르는, 넓은 스펙트럼을 가지고 있다는 이야기이기도 할 것이고.
사실 저자는 지금 하고 있는 일(책방)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농반진반으로 이제 서점도 ‘셀럽’이어야 할 수 있는 거라는 이야기를 어딘가에서 들은 적이 있다.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 가장 먼저 머릿속에 떠오른 브랜드가 '최인아책방'이었다. ‘최인아책방’을 포함한 독립서점 브랜드들이 출판업계에 미치는 영향력이 그만큼 커져가는 반증이라고 볼 수도 있겠다.
최인아책방이, 앞으로도 새로운 트렌드를 이끌어가는 브랜드로 오래도록 자리매김하길 바라는 마음이 크다. 며칠 전 그 최인아책방이 7주년을 맞았다는 소식을 들었다. 창업 후 7년간 생존할 확률은 한자릿수에 수렴한다는데, 바깥에선 알 수 없을 온갖 난관을 뚫고 이뤄낸 성과일 것이다.
제일기획 시절의 경험을 바탕으로 직장인들에게 칼럼을 통해, 그리고 책을 통해 일과 삶에 대한 메시지를 전해줬던 것처럼, '책방마님' 저자가 책방을 운영하며 분투하는 지금 이 순간들의 경험들을 차곡차곡 쌓아 올려 또 다른 메시지를 독자들에게 전해줄 것이란 믿음이, 내겐 있다. 그렇게 본다면, 저자는 지금도 펜이 아니라 몸으로, 삶으로 글을 지어 올리고 있는 것일 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