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생각하고 쓰고 (28) - 테니스 이너 게임
”내가 통제할 수 없는 것을 받아들이고, 통제할 수 있는 것을 잘 조절할 때 마음의 안정을 얻을 수 있다.”
“판단하지 않는다고 해서 사건의 본질을 보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판단을 배제하는 것은 눈앞에 보이는 사실에 어떠한 것도 더하거나 빼지 않는다는 의미다. 왜곡되지 않은 그대로의 모습을 보면 된다. 그래야 마음이 더욱 평온한 상태에 놓일 수 있다.”
“어떤 아이들은 최고가 되고, 승자가 되는 것만이 그들이 추구하는 사랑과 존경을 받을 자격을 부여한다고 믿었다. 많은 부모가 아이들에게 이러한 믿음을 주입한다. (중략) 이러한 믿음이 초래하는 비극은 이들이 갈망하는 성공을 이루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성공으로 쟁취할 수 있다고 믿어 온 사랑과 자존감을 얻지 못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테니스는 멘탈이 중요한 게임이다. 사실 일정 수준 이상으로 올라가면 모든 스포츠가 다 그렇지 않을까. 저자는 테니스를 외면의 게임과 내면의 게임으로 구분 짓는다. 기술적 완성도가 높아도 결국 마음을 잘 다스리지 못하면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없다는 것. 잘해보려는 마음 때문에 몸에 힘이 들어가고, 근육이 긴장하면 마음먹은 대로 플레이가 되지 않는다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이미 수없이 경험한 바일 것이다.
그렇다면 해결책은? 잘하려는 마음을 내려놓고 평온하게, 자신의 몸이 가진 습득력을 믿는 것. 내 플레이에 대해 잘한다 못한다 섣불리 판단하지 말고 팩트 자체에 집중하는 것. 꾸준한 연습을 통해 내 몸에 가장 적합한 플레이를 몸에 익히는 것.
어찌 보면 도가의 상선약수 같은 메시지다. 모든 무공비급의 가르침을 다 잊어야 비로소 경지에 이를 수 있다던 김용의 무협소설 속 이야기와 비슷한 결로도 읽힌다. 읽다 보니 아하하고 무릎을 치게 되는데, 그러면서도 실제 경기 중에 그렇게 제 마음을 온전히 다스릴 수 있는 사람들이 과연 얼마나 되려나 싶은 마음이 동시에 든다. (테니스 다큐 #breakpoint 속에 등장하는 상위 랭커들이 떠올랐다. 그 자체로 테니스 귀신들이지만 나달 같은 신계 강자들과 만나 제 기량을 채 발휘하지 못하고 무너지곤 하던 그들. 다들 이 책을 봤겠지?)
묘한 책이다. 분명 테니스를 잘 치는 법에 대해 말하고 있는데 자꾸 책 속 문장들이 육아와 커리어, 삶에 대한 이야기로 읽힌다. 테니스를 제대로 배워보지 못했기 때문인 것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