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다 에어팟이라고 부르게 될까?

올즈 큐레이션 (5)

by 자민
반년 전 퍼블리 뉴스 코멘트


혁신이 먼 데 있는 것이 아님을 보여주는 사례 중 하나가 에어팟으로 대표되는 무선 이어폰이 아닐까 싶다.


처음에는 콩나물 같다고 눈총을 받기도 했던 에어팟은 어느새 젊은 여성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트렌디한 패션 아이템이 됐다. 계산할 때 무선 이어폰을 빼 달라는 매장들도 심심찮게 보일 정도다. 기사에는 45% 정도라고 언급되어 있으나 체감 상 에어팟의 점유율은 70% 정도에 육박하는 느낌이다.


블루투스 기반의 오픈형 이어폰이기 때문에 비슷한 가격대의 유선 이어폰보다 음질 손실이 느껴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귀 기울여 듣지 않으면 이동 중에는 체감하기 어렵다. 여전히 압축률이 높은 MP3 기반의 스트리밍 음원 서비스들이 대세인 상황에서 애플은 포기할 부분은 포기하되, 선을 없애고 아이폰과의 편리한 연결을 보장함으로써 극적으로 고객들의 편의성을 향상시키며 무선 이어폰 시장을 열어젖혔다. 마치 백종원 아저씨의 마법을 보는 기분.


삼성을 비롯한 다른 가전/오디오 브랜드들이 얼마나 추격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과연 무선 이어폰 시장에서도 거대 기업들 틈바구니에서 핏빗같은 성공사례가 나올 수 있을지.



반년 후 드는 생각


대중교통을 타면 사람들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둘러보곤 한다.


열에 아홉, 아니 열이면 열 모두 스마트폰을 들고 있다. 그중 절반은 귀에 무엇을 꽂고 있다. 영상을 보거나, 음악을 듣는 중이다. 귀에 꽂힌 이어폰의 절반 정도는 무선이며, 모양새를 보니 다수가 애플 에어팟이다. 눈으로 본 현실만으로 매우 대강 국내 에어팟 이용자를 어림잡으면, 스마트폰 이용자 열 명 중 하나 정도는 에어팟을 사용하고 있지 않을까. 스마트폰 이용자가 5천만에 육박하니, 그럼 대략 누적 5백만 명이 에어팟을 쓰고 있는 셈이다. 대당 매출을 10만 원만 잡는다고 쳐도 5천억 원이다.


배달앱 '배달의 민족'으로 유명한 우아한 형제들, 게임 '검은 사막'을 만든 펄어비스의 2019년 전체 매출이 5천억 원이었다. 우아한 형제들이 지난해 독일 딜리버리히어로에 인수될 때 기업가치가 4.75조였고, 국내 증시에 상장된 펄어비스의 기업가치가 2.5조이니, 애플이 운영하는 국내 에어팟 사업은 최소 조 단위 가치의 사업인 셈이다. 물론 모두 뇌피셜이며, 제대로 평가하려면 수익성과 성장성 등 여러 가지를 따져봐야 할 것이다. 그저 대략 가늠해보고자 한다면 그렇다는 이야기.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의 지난해 무선 이어폰 시장 현황을 보면 에어팟의 판매 점유율은 절반을 약간 넘는 수준인데 비하여, 매출 점유율은 70%를 넘는다. 자료에 나와있지는 않지만 아마도 영업이익 점유율로 보면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지 않을까. 애플은 2016년 이 시장을 개척한 이후, 선도자(First Mover)로서의 장점을 십분 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넷플릭스 등 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들의 경쟁 활성화 덕에 사람들이 이어폰을 끼고 사는 시간이 늘어나고 있는 점은 그간 이 시장에서 입지를 굳혀 온 애플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환경이다.


삼성은 '갤럭시 버즈'를, LG는 '톤 프리'를 새롭게 내놓았다. 소니 등 해외 가전업체들, 오디오테크니카 등 전통의 음향기기 업체들도 꾸준히 제품들을 내놓고 있다. 에어팟이 3M의 '포스트잇'이나, 오리온의 '초코파이'처럼 보통 명사화하여 사람들 머리에 자리 잡는 브랜드가 될지 아닐지는 다른 기업들의 노력 여하에 달려있을지도 모르겠다. 안드로이드를 만든 구글과 갤럭시를 만든 삼성 덕분에 '아이폰'이 그대로 스마트폰을 가리키는 말이 되지 못하고 아이폰으로 남은 것처럼.



참고하면 좋을 후속기사


2019년 기준 무선 이어폰 시장점유율 현황

(Strategy Analytics, 2020년 1월 9일)


'콩밭' 무선 이어폰 시장… 삼성·LG 가세 '쑥쑥'

(비즈니스워치, 2020년 7월 15일)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VR의 시대는 언제쯤 올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