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민은 쿠팡을 막을 수 있을까?

올즈 큐레이션 (11)

by 자민
2019년 12월 퍼블리 뉴스 코멘트


하루 종일 타임라인에 올라왔던 배민-딜리버리 히어로 합작 뉴스. 규모도 규모지만, 요즘 읽고 있는 책 <손정의, 300년 왕국의 야망>에서 일견 살펴볼 수 있었던 소프트뱅크 사업전략의 모범 케이스 같은 사례여서 더 흥미로웠다.


손정의의 플랫폼 전략을 살짝 비틀어 풀이하면 전형적인 독과점 전략과 궤를 같이 한다. 소프트웨어 유통업으로 시작했던 손정의는 선제적으로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치고 나가며 수익성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즐겨 썼다. 초기의 소프트뱅크, 이후의 야후 재팬이 그랬고, 이동통신 사업 진출 후에도 한동안 아이폰 공급을 독점하며 재미를 봤다. 저자의 기술에 따르면 손정의가 모범적 사례로 참고했던 것도 독과점 전략의 원조 격인 록펠러의 스탠더드 오일.


자동차 업계의 현대-기아차, 포털업계의 네이버처럼 국내 배달 서비스 업계도 합산 약 90% 수준의 압도적 점유율을 가진 지배적 사업자가 출현한 셈인데, DH-배민 계열과 이에 대항할 다른 사업자들 간의 새로운 경쟁구도가 더 흥미롭게 됐다. 특히 간접적으로나마 손정의의 비전 펀드 영향력이 미치는 쿠팡이츠와 우버이츠 등이 어떤 형태로 맞설지가 앞으로의 주요 관전 포인트가 될 듯.




2020년 9월 새롭게 드는 생각들


지난해 말 시작된 배민과 요기요의 결합심사는 아직 공정위에서 결론을 내리지 않은 상태다. 그 와중에 코로나19로 인해 시장 판도가 많이 바뀌었다. 쿠팡의 '쿠팡이츠'가 라이더들에게 더 나은 조건의 배달수수료를 제시하면서 빠르게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고, 위메프의 '위메프오' 역시 점주들로부터 입점 수수료를 받지 않는 전략으로 인지도를 높여가고 있다.


공룡 네이버와 카카오도 공정위의 결과 추이를 보아가며 언제 이 시장에 본격적으로 참전할지 시점을 조율하고 있는 모양새다. 공정위의 결과에 영향을 받겠지만, 커머스 영역에서 입지를 구축하고자 하는 두 기업 모두 장기적으로 어떤 형태로든 진입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성장 가능성이 높은 배달 서비스 영역에 인접 플랫폼 사업자가 진입하려고 하는 것은 확장 전략 면에서 자연스러운 수순이다. 배달 서비스 거래액은 어느새 약 10조 원에 육박할 만큼 규모가 커졌다. 19년 기준 전체 온라인 쇼핑 규모가 135조. 사업자별로 보면 네이버가 20조, 쿠팡과 이베이 등이 16~17조로 추정된다. 10조 원이면 이미 이들의 절반이 넘는 규모다. 거래액 10조 시장을 한 회사가 그대로 가져가게 두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게다가 올해는 코로나 19가 닥쳤다. 올해 거래액이 껑충 뛴다고 해도 놀랄 만한 일이 아니다.


점유율 98%에 달한다며 다소 비판적이었던 여론도 이러한 환경변화 때문에 바뀌는 것 같다. 공정위가 어떻게 결론을 내릴지 여부보다 더 궁금해지는 것은 배민과 딜리버리 히어로 연합이 쿠팡 등 새로운 경쟁자들과 어떻게 싸워나갈지 여부다. 핵심 비즈니스인 배달에서 확고한 시장 장악력을 보여주지 못하면 베트남을 비롯한 동남아 시장으로의 글로벌 확장, 키친, 마트, 웹툰 등 영역에서의 신사업 역시 장기적으로 동력을 잃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덧1. 우버이츠는 2019년 10월 14일부로 한국 서비스를 종료했다. 큐레이션 코멘트 쓸 때 이미 종료된 상태였다. 결과적으로 잘못 기술한 셈이다. 좀 더 찾아봤어야 하는데. 반성.


덧2. 지난해 말 <손정의, 300년 왕국의 야망> 책 읽을 때만해도 책 띠지에 있는 '손정의의 ARM 인수!' 보며 대단한 기업이란 생각을 했었다. 1년도 지나지 않았는데 손정의가 그렇게 애지중지하던 ARM을 매물로 내놓게 되었다. 코로나19는 도대체 세상을 얼마나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지. 소프트뱅크의 300년 장기 계획이라는 것은 과연 얼마나 실현 가능한 상상인 것인지.


덧3. 쿠팡은 계획대로 나스닥 상장을 하게 될까? 나스닥 상장을 통해 유치하는 자금이 배민에게는 어떤 나비효과를 가져오게 될까?


baemin.jpg 배달의 민족 (사진출처: baemin.com)


참고하면 좋을 후속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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