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축구코치의 뼈때리는 조언

올즈 큐레이션 (12)

by 자민
2019년 12월 퍼블리 뉴스 코멘트


스포츠는 인생의 축소판이라고들 한다. 2002년 월드컵 4강 신화를 뒷받침한 네덜란드 체력 코치 레이몬드 베르하이옌이 한국 축구 지도자들 50명을 대상으로 한 강연 내용은 ‘축구’를 ‘업무’로 바꾸면 그대로 조직의 리더들에게 통용될 법하다. 뼈 때리는 멘트들 몇 가지를 정리.


1️⃣ 끊임없이 최신 지식을 습득하라


"유소년 코치 때는 열심히 하고, 1군 수석 코치가 돼도 어느 정도 하지만 감독이 되면 이미 다 알고 있다는 것처럼 행동한다. 99%, 98%, 97% 점점 떨어진다. 전 세계에서 똑같이 발견되는 모습이다.”


2️⃣ 잔소리꾼이 되지 말고 몸으로 가르쳐라


"바닥에 떨어진 종이를 아주 느리게 주워서 느리게 테이블에 두는 행동을 한다면? 내가 천천히 하는 이유는 보여주기 위해서다. 롤 모델 행동을 한 것이다. 난 절대 선수들에게 청소하라고 말하지 않는다. 지시하지 않고 보여준다. 이것을 상황 코칭이라고 한다. 말로 코칭하는 게 아니라 상황을 만들어서 코칭해야 한다."


3️⃣ 심판 탓, 선수 탓하지 마라


"내가 선수였을 때 이랬다. 5년 전 지도자였을 때 이렇게 우승했다. 이러한 것들은 지식이 아니라 경험이다. 5년 전에 진실이었을 수 있지만, 그가 선수 시절에 맞았을 수 있지만, 그 해에, 그 팀에, 그 상대 팀에 맞았겠지만, 오늘은 맞는 게 아니다. 과거를 말할 때 조심하라. 주관적 경험에 대해 얘기하는 것은 조심하라.”


4️⃣ 선수들에게 맞는 전술과 체력을 만들어라


"전술은 서로 일하는 것이다. 의사 결정은 경기 안에서 선수의 개인 통찰력에 해당한다. 경기 상황을 읽을 수 있는 능력이다. 전통적 레퍼런스에서 말하는 기술은 전술적 판단을 실행할 수 있는 능력이다. 기술 그 자체는 의미가 없다. 전술을 구현할 수 있는 능력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90분 동안 빈번하게, 오래 할 수 있는 '축구 체력'이 있어야 한다.”


5️⃣ 영어 공부하라


"여러분 직업에서 대부분의 지식은 영어로 쓰여 있다. 영어를 이해하지 못하면 직업에 관련된 지식 대부분에 접근할 수 없다. 이것을 아마추어라고 부른다. 100% 자기 일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여러분이 최고라면 영어를 배워야 한다고 영어로 말하고 모든 정보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모든 가능한 정보를 받아들여야 한다.”



인용한 기사


"선수 탓하면 아마추어" 한국 지도자에 노하우 전수한 '저승사자' 레이몬드

(스포티비 뉴스, 2019년 12월 12일)




2020년 9월 새롭게 드는 생각들


스포츠를 좋아한다. 얻을 수 있는 인생의 교훈이 많기 때문이다. 업무적인 면에서도 그렇다. 어쩌면 '태도'의 문제라고 봐야 할 지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다양한 전략과 전술을 사용한다는 면에서 스포츠는 일을 닮았다. (완벽에 가깝게 준비했더라도, 경기 당일 우연적인 요소가 결과에 적잖은 영향을 미친다는 점도 비슷하다.)


"축구 체력은 축구 안에서 체력의 맥락이다. 이 팀은 핏(fit) 하지 않아, 정신이 약해. 샤프(sharp) 하지 않아. 자신감이 없어. 이건 헛소리다. 말은 하지만 의미가 없는 이야기다. 마치 축구를 이야기하는 것처럼 하면서, 축구를 얘기하는 게 아니다. 피치 위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묘사하고 있지 않다. 말은 하는 것 같은데, 사실은 어떤 것도 말하고 있지 않다."


김훈 같은 표현을 쓰는 사람이 지구촌 반대쪽 네덜란드에도 있었다.


네덜란드 코치 레이몬드 베르하이옌이 지난해 말 방한했을 때 젊은 한국 코치들에게 했던 조언들을 다시 돌아본다. 평범하기 이를 데 없는 말들인데, 하나하나 뜯어보면 어렵고 어렵다.


올해도 세 달 남짓 남았다. 남은 시간을 세어가며 스스로 묻는다.


1. 나는 내 일에 관해 최신의 지식을 습득하고 있는가.

2. '라테는 말이야' 신공을 시전하며, 섣불리 잔소리만 늘어놓고 있는 것은 아닌가

3. 실패의 원인을 '업무 체력'의 완성도가 아니라, 개인의 부족함에 돌리고 있지는 않은가

4. '이 정도면 됐지' 하며 다른 언어를 통해 정보를 받아들이는 노력을 게을리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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