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세가 나쁜가
생각해보니,
허세라는 단어의 어감은 나쁘지만, 나쁘지 않은 단어다.
허세는 허장성세에서 온 말인데, 진나라가 위나라를 공격할 때 언덕 가득히 기치를 세워놓고 자기 병력의 규모보다 더 크게 과장한 것에서 유래했다. 군사적으로 유의미한 전략으로서 적으로 하여금 나를 오판하게 하는 방법인 것이다.
허세가 나쁘다는 것은 자신을 과장하고 부풀려 말해서 남들에게 피해를 입혔을 때, 피해를 입은 입장에서 나쁘다고 말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가령, 위나라 오록성에 있던 백성들은 진나라 군대의 기치를 보고서 위압감을 느껴 성을 탈출했고 진나라는 무혈입성을 했다. 그러니 위나라 입장에서는 허세가 나쁘다고 말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다.
허세를 사전에서 보니 영어 번역으로 5번째에 swagger라고 번역한다. 요즘 젊은(나는 늙은?) 래퍼들이 부리는 객기인 스웨그가 허장성세인 것이다. 래퍼들 사이에서는 긍정적 부정적 구분을 떠나서 필수재이나 공공재로서 사용되나 보다.
내가 자라나던 시절(뭐, 중고등?)만 해도 벌써 20년 전인데 '자기 PR의 시대'라고들 했던 것 같다. 그 당시를 지금에 비춰보니, 허장성세는 PR이다. 내가 가진 것을 다 보여주고 없는 것도 보여주며 고객을 유치하는 온라인 스토어들, 지키기 어려운 공략들을 내세우며 유세하는 후보자들, 가짜 뉴스를 양산하고 유포하는 미디어들, 그리고 현실에서 몇 센티 떨어져 '나는 잘될 거야', '나는 자신 있어'라고 자기 최면 거는 모든 것들이 허장성세와 맥을 같이한다.
이렇게 생각이 닿으니, 허장성세는 나쁘다고 못 박을 개념이 아니라 하나의 '툴'일뿐이라는 생각이 든다. 게다가 요즘 시대에는 더욱이 '필요'하고 '요구'되고 '요긴'하게 쓰일 수 있는 방법이니, 불법적인 경우가 아니라면 사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단적인 예로,
신에게는 아직 열 척의 배가 남았다고 자신하던 이순신, 허허벌판 미포항에 조선소를 짓겠다며 차관을 빌리러 다니던 정주영도, 결론적으로 성공을 했으니 성공신화인 것이지 당시에는 모두 허세였다.
일단 허세를 부리고 성공을 하면 되는 것이다.
허장성세는 미덕인 것이다. 단, 성공을 한다면.
어서 부려보자.(실패하면 성공할때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