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민구 왈왈

민구 단조 아리아

마이너 감성의 인생 한 곡조

by 아빠 민구


연애 초반의 싱그럽고 사랑이 넘치는 시기에도 늘 슬픈 발라드를 듣던 나를 보며, 아내는 "도대체 왜 그런 노래를 듣냐"며 이해할 수 없는 표정을 지었다.


"나는 원래 이랬을까"라는 물음을 던지지만, 언제나 답이 돌아오는 것은 아니다. 추측만 할 뿐이다



원래도 소극적이고 내성적이었던 성격의 키 작은 사내아이가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학교에서 또래들에게 맞으며 자랐으니 그럴 것이라고 추측하는 것이다.


그 또래의 아이들이 민감하고 질풍노도의 시기라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고, 그 시기를 보내는 과정이 다 달랐을 것이다.


나의 경우에는 동네 형한테 물려받은 신발에 매일 비슷한 옷을 입고 지하와 반지하를 전전하며 살았기에 영화 '기생충'에서 말하는 그 특유의 냄새가 무엇인지 정확히 이해하는 청소년기를 보냈다. 아마도 그 특유의 마이너 한 감성이 뼛속까지 스며있는 것 같다.


다행히, 중학생이 되어서 나는 '육사'에 가겠다는 꿈을 꾸고 학원 없이 과외 없이 펜을 들었다. 더 이상 소심하게 살고 싶지 않다는 생각으로 의도적으로 외향적으로 지내려고 노력했고 운동도 열심히 했다. 마침 그때에 맞춰 키도 많이 컸다(슬프게도 지금의 키가 그때의 키다)

형편은 그대로였지만, 몇 년을 그렇게 노력한 뒤 나는 조금은 주도적이고 적극적인 사람이 되어있었다. 반장도 했고 공부도 주도적으로 했다. 체력도 좋아졌고 싸움도 얻어맞고 다니지 않을 정도로 했다. 지하실 냄새 말고는 괜찮았다.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영화 기생충에서 언급하는 냄새와 그 냄새에 대한 혐오, 그 혐오를 받은 사람의 분노를 정확히 이해한다. 아직도 기억하는 가장 상처가 된 놀림은 고등학교 시절 "너 냄새나게 생겼어"라는 같은 반 여자아이의 놀림이었다.

생긴 것도 우중충 하고 입은 것도 후줄근하니 그런 농담을 한 것이겠지만, 아직도 기억하면 얼굴이 후끈거린다. 아직까지 이런 감정선을 이어가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아직도 그 밑바탕에 깔린 마이너 감성에서 벗어나기 어렵게 만드는 요소가 아닐까 싶다.


전에 사귀었던 여자 친구(아내는 이런 언급을 싫어하겠지만)는 고기 먹을 때 공깃밥을 같이 먹는 나를 보며 "가난한 집 애들이 고기랑 밥을 같이 먹더라"라며 나를 꼬집었다. 본인이 살 테니 고기만 먹으라고 했다.

사실, 내 습관 저변에는 그런 가난과 놀림, 학교폭력에 대한 그늘이 늘 드리워 있다. 그런 그늘이 현실까지 이어지며 계속 단조를 형성한다. 내가 하는 모든 말과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가 아닐는지 싶다.


한국인의 정체성에 대해 표현할 때 '한'에 대한 정서를 이야기하는데, 아마도 그런 식으로 내 정체성의 일부를 형성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벗어날 수 없을까. 혹시라도 아이들에게 대물림 되면 어떻게 하지. 하는 고민도 해보았다.


답은 내리지 못했다. 마이너 한 감성이 생긴 이유에 대한 추측과 마찬가지로 해결책도 추상적이고 구름처럼 둥둥 떠다니기만 한다.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 누구나 아픔이 있고 어려움이 있는데, 나는 남들보다 조금 일찍 그런 과정을 겪었고 그때의 독기와 노력으로 지금도 주먹에 힘주고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저변에 깔려있는 단조의 배경음은, 아내를 만나고 많이 바뀌었고 앞으로도 사랑하는 아내와 자식들의 도움으로 한 박자 한 박자 장조로 바꿔나가면 되지 않을까 싶다.


이상, 비 오는 금요일의 마이너 감성팔이. 끄읕.

다시 목표를 향해, 우향 우. 앞으로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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