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민구 왈왈

생각보다 길다

생각이 짧을 수도 있고

by 아빠 민구


살다가 보면 생각보다 짧아서 당황하게 되는 것들이 몇 가지 있다.


내 키가 생각보다 짧고, 내가 살아온 인생이 생각보다 짧고, 그중에서 내가 한 군 생활은 그보다 더 짧다. 그리고 그 보다 훨씬 더 짧은 건 이제 얼마 안 남은 전역까지 남은 시간이고, 바로 코 앞에까지 다가온 것은 소령으로의 진급발표까지 남은 시간이다.


남들이 보기에는 전부다 군바리이고 군인 아저씨이겠지만, 소령이 된다는 것은 사실 군인들에게 의미가 남다르다. 군생활 10년을 평가받는 하나의 지표가 되기도 하고, 위관장교와 영관장교를 구분 짓는 기준이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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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짧아서 얼마 남지 않았다. 한 달이 좀 넘게 남은 것 같다. 아내에게는 소령을 달지 않고 나가도 상관없다고 말했다. 사실 눈 앞에 다가와있는 기회를 잡기 위해서는 소령을 포기해야 하는데, 그 기회라는 게 살면서 얼마나 찾아올지 모르는 상황에서 고심 끝에 내린 결정이었다.


이 결정의 시간은 얼마 전에는 앞으로 2년 뒤쯤의 일이었다가, 그 얼마 후에는 당장 내년 일이었다가, 그 다시 얼마 후에는 당장 다음 달 일이 되어있는 것이다.


생각보다 짧아진 이 인생의 기로라는 분기점까지의 거리에서, 분명히 가지 않은 길에 대한 후회와 기회비용을 무릅쓰고 어디론가 나아가야만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연속된 결정과 선택들이 그 삶의 인생 그 자체가 되어 돌아보면 사진이 되어있고 기록이 되어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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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생각보다 길다.


우리의 남은 인생은 생각보다 길다. 우리가 가야 할 길은 생각보다 길다. 넓게 보고 길게 보면 사실 '별 것 아니었다"라고 회상할지 모르는 인생의 짧은 조각이다.


그리고, 나의 앞에 놓인 그 선택과 결과까지 도달하는데 놓인 40여 일 남은 시간도, 따지고 보면 대단히 많은 것들을 해 낼 수 있는 대단히 긴 시간이다.


40일이 문제이겠는가. 당장 다음 주까지도 대단히 긴 시간이고, 오늘 밤을 새우며 당직근무를 하는 이 시간도 생각보다 길다.


길고 긴 이 시간의 공간지를 어떻게 하면 아름답고 보람 있게 보낼 수 있을지를 고민하기에도 짧은 인생이다.


길고 짧음이 중요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을 줄인다. 생각은 그렇지 않아도 짧은데, 더 줄인다. 여하튼, 생각보다 긴 것인지, 내 생각이 짧은 것인지 길고 짧은 것은 대봐야 아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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