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는 뭔가 떠들고 터는 거 좋아하니까, 그것들을 기록으로 남겨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
그 말에 힘을 얻어 유튜브를 할까 페이스북을 할까 하다가, 그래도 가장 고전적인 플랫폼인 블로그를 선택했다. 블로그에는 이전에 올렸던 포스팅들도 있고 해서 그대로 버려두기 아까웠던 마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블로그는 주로 문자와 시진으로 된 콘텐츠였다. 하지만 트렌드를 따라가며 '사용후기'나 '추천', '광고성 글'을 쓰는 건 취미가 없었다. 그래서 한 달 좀 넘게 포스팅을 이어가다가 포스팅을 중단하고 [브런치]로 넘어왔다.
확실히 어느 정도 선별된 사람들에 의해 정성껏 작성된 [텍스트] 위주의 콘텐츠들이 알차게 들어있는 플랫폼이라서 그런지, [브런치]에는 항상 읽을거리도 많고 글을 쓰는 재미도 있었다.
그래서 내가 말하고 싶었고, 블로그에서 이어왔던 소재인 [가족에 대한 이야기], [결정장애 테라피]와 [코로나 이후의 세상]에 대한 글들을 쓰는데 점심시간과 퇴근 후 시간을 갈아 넣었다.
그렇게 해서 두 달 정도가 되었고, 이제야 [브런치]라는 플랫폼에 대한 이해가 조금 생기는 것 같다. 그래서 방향의 재설정을 위해 이번 글을 쓰게 되었다.
두 달 간의 브런치 성과
'성과'라고 표현하기에는 조금 민망하지만, 4월 8일부터 약 두 달간, 얼마 안 되는 자유시간을 최대한 활용했다. 다섯 개의 매거진을 출간해서 운영 중이고, 모두 합쳐 110여 편의 글을 썼다.
초반에 일일 조회수가 수회~30회 정도로 유지되던 것이, 글이 늘어남에 따라 어느 순간부터 150~200회 정도로 올라왔었다. 그리곤 [아이의 자존심]과 [친구 없는 아내]라는 두 개의 글이 어디엔가 노출되었는지, 각각 5만 회, 9만 회 조회수를 올리며 브런치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글 하나가 일 조회수 4만 2천을!
그리고 이제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 일 200~400 정도의 조회수를 유지하고 있다. 신기하게도 아직까지 [친구 없는 아내]는 매일 50~100회의 조회수를 올리고 있고, [코로나 이후의 세상]에 대한 검색 유입도 매일 10회 안팎으로 유지되고 있다.
남들은 헛소리라고 비웃고, 사내답지 못하고 비웃던 주제들을 글로 남겼는데 두 달 사이에 280명의 구독자분들이 생겨 내 글을 읽어주시고 아내에게 하고 싶은 속에 담아두었던 말들도 간접적으로 할 수 있게 되어 감사하고 만족스럽게 생각한다.
내 한계점에 대한 인식
아무리 뭔가 적어 내려 가도 내용이 부실하고 앞뒤가 맞지 않는 글들이 많다. 독서량도, 필력도 딸리기만 하니 한 순간에 양질의 콘텐츠를 만들어내기는 어려울 것 같다. 단 몇 편의 글 만으로도 대단한 내공을 보여주시며 많은 구독자들을 만들어내고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진짜 작가님들]과는 사뭇 대조적이다.
또 내가 말하고 싶었던 [결정장애 테라피]라든가 [코로나 이후의 세상]은 생각보다 독자들의 반응이 좋지 못했다. 조회수가 30~50을 오가는 수준인데, 오히려 별다른 고민 없이 적어 내려갔던 아내와 아이들에 관한 글 들은 작성 후 평균 100 이상의 조회수를 보이는 등 훨씬 더 좋은 반응을 이끌어냈다.
연재중인 매거진 중
[결. 테.]나 [코. 이. 세]가 세상을 약간 삐딱하게 보면서 남들에게 뭔가 훈계하는 느낌이 있는 글들이라 반감을 사는 것인지, 아니면 완성도가 떨어진 것인지, 혹은 두 가지 이유가 다 해당되는 것인지 모르겠다. 하지만 나름대로 생각하기로는[브런치]라는 플랫폼은 [따듯함]을 바탕으로 하는 공간인데, [결. 테]와 [코. 이. 세]가 그 콘셉트에는 잘 맞지 않는 장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또한, 점심시간이나 자투리 시간에 짧은 호흡을 가지고 글을 작성하다 보니 전체적으로 글의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한계점도 노출했다. 20~30분 짬이 나면 후다닥 쓰고 올려버리니 [생산성]은 매우 높으나 퇴고의 과정이 아주 적거나 없으므로 [완성도]가 낮은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실제로 첫 한 달간은 신나서 글을 썼는데, 30일간 93편의 글을 쓸 정도였다.
앞으로의 작문 방향
앞에서 판단한 나의 한계점을 바탕으로 브런치 방향에 대한 '중간 수정' 과정을 가지고자 한다.
우선 콘텐츠의 장르를 조정하기 위하여 두 개의 매거진을 신설하기로 했다. 하나는 [태국에서의 한 달 살기를 했던 내용]이고 다른 하나는 [80년대생에 대한 응원]에 관한 이야기이다.
현재 연재 중인 매거진들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어 줄 것이고, [브런치]라는 플랫폼에 맞게 표적을 좀 더 정조준해서 작성해볼 생각이다. 물론 그렇게 쓴다고 해서 바로 독작들의 반응이 나오는 게 더 이상하긴 할 테지만 말이다.
또한 내가 여기서 글을 쓰는 이유가 단지 독자들의 반응을 이끌어내고 플랫폼에서 요구하는 방향대로 글을 써나가는 작문 하청업자가 아니기 때문에, 앞에서 말한 방향성에 더해 '나만의 철학'이 가미된 '나만의 글쓰기 스타일'을 구축해 나가는데 들 초점을 두고 '나만의 세계'를 구축해 나가야겠다는 생각이다.
그리고 약간의 완성도 향상을 위해, 쓴 글을 바로 업로드하지 않고 숙성시키는 시간을 갖으려고 한다. 에이징을 통해서 고기가 맛있어지고 스피커가 길들여져 더 좋은 소리를 내는 것처럼, 글을 잠시 묵히고 다시 읽어보며 조금 더 읽을 만한 글을 지어보려고 한다.
마치며
[브런치]라는 이름에 플랫폼의 성격과 비전이 담겨 있다. 너무 길거나 분석적인 글 말고, 잘못했다고 혼내는 글 말고, 너무 어렵고 고리타분한 이야기 말고 말이다. 집 근처 아는 사람만 아는 그런 브런치카페에서 매일 시켜먹는 일상적인 브런치와 같이 따듯하고 단순하고 부담 없이 소화시킬 수 있는 그런 글. 그런 글을 쓰면 되겠구나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