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벌써 무릎과 눈가에서 매일같이 노화를 경험하고 있지만, 부대에서는 늘 젊은이들과 함께 생활한다. 오늘날 스물둘, 셋 된 친구들이 전역하면 내일은 스무 살 친구들이 입대한다. 직업적 사명의식으로 안 읽어볼 수 없단 생각에 [90년대생이 온다]를 한 호흡으로 읽어버렸다.
하지만, 이 마저도 한 발 늦은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90년대생이 언제, 어디에 왔다는 말인가. 이미 군대에는 2000년 대생들이 들어오고 있었고, 90년대생들은 거진 전역하고 없었는데 말이다.
물론, 이 책에서 말하는 것은 90년대생이 소비와 트렌드를 주도할 수 있는 '사회생활'을 시작했다는 의미였겠지만, 군생활을 하고 있는 나에게는 이미 한물 간 이야기였다.
그러다가 문득 생각이 이어졌다. 이번에 90년대생도 주목받았고, 전 세계적으로 밀레니얼 세대들도 주목받고 있고, 이미 386세대도 주목받았는데, 그 어디에도 80년대생을 주목하는 글은 없었다. 80년대생에 대해 '낀 세대'라거나 '좌절하는 세대'라는 일부 글이 있었지만 당최 동의할 수 없는 내용들로 얄팍하게 지어져 있었다.
그래서 내가 80년대생에 대해 [조명]을 해보기로 마음먹었다. "80년대생이 뭐 어때서"라는 반감과 자존심의 미세한 떨림이 있었다.
80년대생 : 도란스 제네레이션
우선 80년대생을 대표 할 [무언가]가 필요했다. 한참을 고민하다가 어릴 적 사용하던 [도란스]가 생각났다.
내가 어릴 때는 110v짜리 가전제품과 220v짜리 가전이 공존하는 시대였기 때문에 [도란스]라는 장치가 필요했었다. 110 볼트를 220 볼트로, 220 볼트를 110 볼트로 전환해주며 중간 다리 역할을 하는 장치였다.
우리 80년대생이 딱 그 모습이라고 생각했다. 과거와 미래를 연결하는 통로, 다리, 중간자 역할 말이다. 만약, 단순히 중간자적 입장에서 끝난다면 어느 누가 주장한 것처럼 '낀 세대'라는 표현이 더 적합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도란스]의 원래 표현인 [트랜스포머]라는 단어의 의미를 생각해본다면 80년대생의 가능성을 더 무한히 확장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내가 알던 가전의 전압을 변환하는 역할로서의 도란스 뿐만 아니라, 모양이나 구조, 기능을 바꾸며 무엇이든 될 수 있고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이다.
실제로 80년대생들은 현재도 과거와 미래를 연결하고, 다양한 것들 조합하고 변형하고 응용하면서 점점 더 불확실해져 가는 앞으로의 세상에서 그 가치를 증명할 수 있다.
80년대에 태어나서 비슷한 경험을 하고 비슷한 가치관을 공유하는 우리 세대의 특징과 장점이 명확히 구분된다. 그리고 그 다른 세대들과 구분되는 특이점은 앞으로의 세상에서 분명히 유효하다는 생각에서 이 글을 쓰게 되었다.
우리 중에 누군가는 80년대생 당사자일 테고, 80년대생의 남편이자 아내일 테고, 직장상사나 부하직원일 테고, 자식일 테고, 부모일 80년대생에 대해, 우리는 더 관심 갖고 알고 이해해야 한다.
80년대생은 이미 와 있었지만, 세상이 변함에 따라 80년대생에게 더 적합하고 유리한 환경이 조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유리한 조건을 잘 이용해야만이 우리 사회와 국가가 앞으로의 불확실성을 더 줄여나가며 경쟁력을 갖출 수 있기 때문이다.
아무쪼록 다양한 분들의 80년대생에 대한 관심과 이해를 증진하기를 기대하고, 이 시대의 무거운 짐을 지고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는 80년대생에게 응원이 되기를, 희망과 자신감을 갖기를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