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민구 왈왈

Post corona #30 코로나 이전의 세계(완결)

뉴 노멀, 그것은 무엇인가

by 아빠 민구



자동차가 처음 나왔을 때. 사람들은 무서워했다. 쇳덩어리가 굉음을 내고 연기를 내뿜으며 달려 나가는데, 인도와 차도의 구분도 없던 시절이었다. 실제로 어떤 사람들은 차사고를 당했고, 차를 통제할 수 있는 '약'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사람들은 '규칙'을 정해서 차와 함께 살 수 있는 방법을 마련했다.

차가 사람 옆을 지나가도 안심할 수 있는 '뉴 노멀'의 시대가 된 것이다.


물론, 자동차와 비교할 파급력이 아니라는 것은 알겠지만 결국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도 사람은 살아나가야 할 것이고, 바이러스도 없어지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또 새로운 '규칙'으로 바이러스와 함께 살아갈 수 있는 '뉴 노멀'의 시대를 열어야 한다.



"코로나 이전의 세상이 궁금하지 않습니까."


20년 즈음 지난 어느 때에 한 교수가 학생들에게 묻는다. 그리고는 약간의 떫으면서 아련한 회상으로 강의실 한쪽에 시선을 버린다.

하지만, 이내 현실로 돌아와 말을 잇는다. 그것도 그저 하나의 '사건'정도로 치부하면서 말이다.

"세계대전이 있었고, 석유파동이 있었고, 금융위기가 있었고, 코로나 사태가 있었다."라며 말을 이어나간다. 하지만, 학생들은 별다른 감흥 없다는 듯, 노트에 필기를 이어가거나 딴청을 피우거나 졸고 있다.




어쩌면, 우리가 돌아갈 수 없는 강을 건너는 중이고, 코로나 이후의 세상에 대해서 아무리 상상해본다고 한들 맞출 수 있는 가능성은 희박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하지 않는 것은 이미 지나가 버린 과거, 즉 [코로나 이전의 세상]이다.

BBC 5월 14일 기사 제목

코로나 사태가 벌써 우리의 반년을 씹어먹으면서 기세 좋게 소매를 걷어올리는 가운데, 하버드나 WHO에서는 '코로나가 끝나지 않을 것이다'라는 뉴스가 무심히 도 귀를 스치고, '한국인의 항체 생성률이 사실상 0%에 가깝다'라는 뉴스가 잠시 시선을 빼앗았다.

그렇다고 바뀌는 일상은 없다. 나는 어제와 비슷한 내일을 이어갈 것이고, 이미 이 모든 것들이 우리에게 [일상]이 되어버렸다. 더 이상 후회하거나 원망해봤자 소용없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우리는 적응한 것이다.


코로나가 초기에 중국에서 대규모로 유행이 시작돼 던 시절, 정확히는 중국과 우리나라에서 구정 연휴를 보내던 시절에 인터넷에 돌아다니던 동영상 하나가 떠올랐다.


동영상 속 중국 의사는 다른 동료 의사를 향해 "너만 힘든 게 아니다. 나도 집에 가서 가족들과 있고 싶다, 더 이상 할 수 없다"라며 울부짖었다. 하나의 단면일 뿐이지만, 당시의 인류는 환경의 변화를 정면으로 마주하며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

어떤 이들에게는 '코로나 블루'라는 이름으로 불리었을 그 정신적 대미지가 사실은 우리 모두를 조준했었다는 사실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하지만, 그 화살에 맞고 쓰러진 사람들이 있는 반면에 당장에 기회를 포착하고 앞서 나간 사람들도 있었다. 어떤 이들은 주식시장으로 어떤 이들은 부동산으로, 실물자산으로 어디로 어디로 계속해서 달려 나갔다. 경쟁자들은 그로기 상태였고 바꿔 말하면 인생에 몇 번 오지 않는 기회였다.



지난 3월, 내 작전지역에 '군사보호구역' 내 공장 건설을 위한 민원 신청이 들어온 적이 있었다. 금없는 '마스크 공장'이었다. 그리고 난 속으로 비웃었다.


"에이, 무슨. 이미 기존의 업체들도 밤낮으로 공장을 돌리고 있고, 양말이나 속옷 만들던 회사들도 마스크로 전향해서 생산라인 조정하고 있는데, 이제 신생 마스크 업체가 이제 공장 짓는다고 신청하면 어느 세월에 공장 세우고 생산라인 돌려서 마스크 납품하냐. 코로나 끝나겠다."


그 이후로 우리나라야 확진자가 기껏해야 하루에 수십 명 발생하고 있지만, 오늘 뉴스에 미국은 하루 7만 명의 확진자가 발생했다고 한다. 전 세계적으로도 녹록지 않은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그리고 방금 말한 그 공장은 이미 여름이 되기 전에 생산을 시작하고 있었다.


코로나 이전의 세계를 구분 짓고 이렇게 방구석에 앉아 허무 맹랑한 소리만 쓰고 있는 나 같은 사람도 있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도 있고, 걱정만 하는 사람도 있다. 동시에 마스크 공장을 세우거나 수소차를 만들거나 나노 기술을 활용한 의약품을 만드는 사람들도 있다.


뉴 노멀의 시대를 특별히 규정할 시간 따위는 필요 없는 것이다. 언제나 '지금'이 있어왔다.

인류는 그렇게 전쟁도 자연재해도 역병도 이겨내며 살아가고 있었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코로나 이전의 세계가 생각난다.


쇼핑몰엔 사람들이 어깨를 스치며 지나다녔고, 식당에서는 마주 보고 식사를 했으며, 학교에서는 아이들이 함께 뛰어놀았다. 사람이 모이는 곳에 돈이 있었고 정치인들이 있었고 권력과 명예가 있었다.


코로나 이상도 이하도 아니고 코로나 이전도 이후도 아니고 그저 '지금'을 뉴 노멀이라 규정하며 불안에 떨고 있는 우리들은 이제 패닉과 블루에서 빠져나와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볼 필요가 있다.

우리에게 백신은 없지만 선악과를 따먹은 것 같은 자유의지와 생존을 향한 뜨거운 열망이 있다. 그것으로 충분하다.

우리는 이번 사태를 통해서 배웠고 바뀌었다.


이제 [코로나 이전의 세상]은 잊자.

머릿속에서 지우자는 이야기는 아니다. 거기에 빠져서 회상하고 슬퍼하고 후회하고 있지 말자는 이야기이다. 그 보다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기도하고 고민하고 실행하자.


기회는 바로 우리 발 앞에 채이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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