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민구 왈왈

6인용 식탁

by 아빠 민구


우리 결혼할 때 아내는 거대한 식탁을 샀다. 우리 둘이 사는데 6인용 식탁은 컸다. 하지만 아이들이 없었던 시절이었기 때문에 일주일에 몇 번씩 손님들을 초대하며 그 자리를 채웠었다.


아이들을 낳고 살림이 늘어가니 그 식탁은 부담이었다. 너무 컸다. 조금 과장해서 싱글 침대만큼 광활한 식탁이 주방 혹은 거실을 오가며 자신의 입지를 찾기 바빴다.


집은 늘 18평~20평이었고, 식탁과 의자가 차지하는 면적은 그 10% 이상이었던 것 같다. 어느 순간부터인가 그 식탁은 나에게 늘 눈엣가시였다. 집도 좋은데 식탁 하나 들어가면 어떻게 보더라도 숨이 막혔다.


침대만큼 크다고 했는데, 그래서 한 번은 그 식탁에 매트와 가드를 달아 아이들 2층 침대로 쓸까- 하는 고민을 한 적도 있었고, 혹은 그 식탁에 미끄럼틀 슬라이드를 설치해 간이 놀이터를 만들어볼까 하는 구상도 해봤었다.


그 6인용 식탁은 목재도 후하게 사용해 묵직-했고 옮기기에도 그냥 두기에도 정말 부담이 아닐 수 없었다. 진짜, 이 걸 어떻게 써야 하나- 하는 고민은 매년 이사를 다닐 때마다 반복되는 것이었다.


그런 고민이 반복될 때마다, 나는 아내에게 "이거 처분하고 작은 식탁이나 하나 사자. 제발."이라고 간청했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군인 관사에 맞지 않는 식탁이었다.


그리고 이제 아내가 쌍둥이 출산을 앞두고 있다.


처음부터 계산된 구매였었나- 하는 소름이 돋을 정도로, 우리에겐 이제 6인용 식탁이 필수적이다. 어제도 아내와 얘기를 했었다.


"외국 영화에 나오는 것처럼, 이 식탁 양 끝에 우리 둘이 마주 보고 앉고, 옆으로 애들 둘 씩 앉혀서 식사해야겠다."


왠지 미국의 한 가정에서 칠면조를 올려놓고 추수감사절 음식을 한 상 차려 가족 식사를 하는 장면이 떠올랐다. 꼬리가 올라갔다.


어제도 그 식탁에서 저녁을 먹는데 첫째와 둘째가 난리난리를 치고 시끄럽게 굴었다. 아내는 첫째 아이만 있을 때는 가끔 정적이 어색할 때가 있었다고 했었는데, 이제 우리 집에 '정적'은 없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6인용 식탁에 늘 의자 4개만 놓고 사용했었는데, 이젠 거실로 옮겨 의자 6개를 두고 사용할 준비를 해야겠다. 우리 집에 거실은 없겠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이 좁은 집이 터져 나갈 것 같았다.


6인용 식탁이라니. 제대로 시대를 역행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6인용 식탁이 꽉 찰 행복하고 조용하지 않은 저녁식사가 매일 같이 이어지겠지. 식탁 위를 가득 채워 차려 낼 음식들과, 식사 후 치워야 할 그릇들을 생각하니 또다시 머리가 아찔해졌다.


식기세척기는 하나 사야겠다-하는 생각이 들었다. 무심하게 서있는 저 식탁을 보고 있자 하니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어쨌든, 이제 '왜 저렇게 큰 식탁을 샀냐'는 타박은 그만하고 '잘 샀다'라고 칭찬해야겠다. 역시 남자는 여자 말을 잘 들어야 한다.


하- 6인용 식탁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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