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민구 왈왈

똑똑한 사람이 많다

나는 보통. 혹은 그 이하.

by 아빠 민구


요즘 나는 공부가 일이다. (일이 공부인가.)

아침부터 저녁까지, 그리고 아 퇴근 후에 또다시 공부를 한다. 육아와 병행하다 보니 절대적인 학습량이 부족하기도 하지만, 그 외의 어떤 차이들에 의해서 동료들보다 뒤처지는 게 느껴진다. 마치 고속도로에서 80km/h로 달리면 옆에서 차들이 치고 달리는 게 느껴지는 것과 같다.


기본적으로 인성도 좋고 운동들도 잘하고 뭐 하나 빠지는 것 없는데 머리까지 좋은 친구들과 함께 공부하는 중이다. 아니다, 머리가 좋으니 운동도 잘하고 사회성도 좋은 것 같다. 정말 옆에서 보면 그만큼 IQ와 SQ를 고루 갖춘 동료들이 많다.


항상 자만감과 자신감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는 나로서는 이제야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되는 좋은 계기가 되는 것 같다. 그들 사이에서 나는 보통 혹은 그 이하의 사람이다. 이 좁은 군에서도 이 정도인데, 사회에 나가면 얼마나 많은 훌륭한 사람들이 있을지 상상도 안 된다.


하지만 그럼에도 내가 좌절하지 않는 것은, 모두가 각자가 주연인 세트장이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예를 들어 나는 창문 손잡이다. 창문을 열 때 필요한 존재다. 어떤 친구는 텔레비전이고 또 누구는 자동차 바퀴다. 어찌 됐든 모두가 다 필요한 존재다. 모두가 각자의 자리에서 충실하면 되는 것이다.


누구 하나 필요하지 않은 사람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늘 누군가와 비교하며 스스로의 가치를 잃어버리기도 한다. 예를 들어 창문 손잡이인 내가 자동차 바퀴를 부러워하며- "아- 나는 아스팔트 위를 데구루루 굴러다니지 못해. 참 별로인 것 같아."라고 말한다면 그건 '틀린' 것이다.


각자의 삶에 목적이 다르고 조건이 다른데 그 상호 간을 비교해가며 무언가 '정답'처럼 보이는 무언가를 찾아다니는 게 참 불필요한 에너지의 낭비다. 물론 내가 진심으로 존경하는 멋진 동료들이 많지만, 그들은 내가 할 수 없는 어떤 부분에서 탁월한 것이고, 나는 또 그들이 잘 모르는 분야에서 앞설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비교의 끝'은 그다지 좋은 결말이 아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는 점이다. 끊임없는 비교를 통해 상대적 최고점에 위치할 수 있는 가능성은 현실적으로 '0'에 수렴한다고 할 수 있다. 물론 비교를 통해 긍정적인 효과를 볼 수 있지만, 비교가 반복되면 좌절이라는 덫에 쉽게 걸리고 만다. 그러니 늘 조심해야 한다.



그리하여 이번에도 내 자신감과 자만심은 계속 유지하기로 재다짐하였다. 똑똑한 사람이 많지만 그들이 모두 내 경쟁상대도 아닐뿐더러, 경쟁에서 이긴 사람들이 인생에서 승리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 모두는 우리 모두에게 각각 부여된 정답 없는 인생을 살아 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IQ와 SQ에서 내가 보통, 혹은 그 이하라고 하더라도 그것은 내 인생에서 중요한 고정 요소는 아니다. 지능을 넘어서는 수많은 가변 요소들이 있다. 그리고 보통 그 가변 요소들은 덧셈이 아니라 곱셈으로 적용되기 때문에 조바심을 느낄 필요도 없다. 나로서 나의 삶을 살면 된다.


분명 지구 어디에 선가는 나를 필요로 하는 어떤 곳이 존재할 테니까. 뭐, 지구가 아닐 수도 있고.


난 가재, 도롱뇽, 사슴벌레를 잘 잡는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