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히 있어보자.
아무런 생각도 고민도 번뇌도 슬픔도 두려움도 문 밖에서 잠깐 기다리게 두고, 나 만의 방 안에 들어앉아 편한 자세로 있어보자.
두 다리는 풀어헤치고, 두 팔은 날부라지고, 입을 벌리고 바보스럽게 보이든지 말든지, 가만히 있어보자.
음악도 듣지 말고, 책도 보지 말고, 창밖의 풍경이나 살결을 지나가는 바람도 거기 없이 두고 가만히 있자.
아무것도 나를 건드리지 못하게 얼빠진 사람 같은 표정으로, 벌어진 입에서 침이 흐르든지 말든지 가만히 좀 있어보자
내가 누구인지, 나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도 필요 없고 그저 가만히
가깝게 지내던 바로 옆 동료의 자살시도가 있었고, 다행히 살아있으나 그의 책상에 먼지가 쌓일 무렵. 의사로부터 더는 희망이 없다는 소리를 전해 들으니.
가만히 있고 싶어 졌다.
그러다 정신의 바닥이 가라앉고 마르고 단단해질 때 즈음, 다시 한번 기회를 달라고 하나님을 찾아보자.
그리고는 다시 가만히 있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