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민구 왈왈

미스터 어글리 킹

얼굴은 무기

by 아빠 민구


잘난척하지 않기 위해 단점에 집중

나의 단점에 초점을 맞추고 고민하는 시기를 보내고 있다. 욱하는 성격과 계획 없는 직진성, 인맥도 백도 없는 환경 등등 생각을 거듭해봤지만 그중에 제일은 얼굴이었다.


미스터 또각펄럭에서도 살며시 언급했지만 우리는 '외모가 경쟁력'이라 통용되는 세상에서 살고 있다. 잘 생기고 이쁜 사람들이 좀 더 낮은 기준의 허들을 넘어서 앞으로 달려 나가고 있다.

유독 나에게 더 높은 허들

외모를 보완하기 위한 '패션감각'도 중요한 요소이지만, 완성은 '얼굴'이라는 명제 앞에서 나의 얼굴을 항구적 미완의 추상화 같다고 할까.


이건 나만의 의견이나 상상이 아니고 어느 정도 공인되어있는 사실이긴 하다. (정말로)



어려서부터 꾸준히 변하지 않고 못생김

나의 어두운 표정과 무거운 낯빛은 - 특히나 아내를 만나기 전에는 무척 다크 했었다 - 평범한 수준 이상이었는데, 초등학교 때 담임선생님께서는 나를 보시고 '범죄자 눈빛'이라고 못을 박으셨던 적이 있었다.


요즘 같았으면 인권을 기치로 문제가 되었을 말이었지만 당시에는 그렇지는 않았었다. 사실 선생님의 말씀이 심하긴 했었지만, 그도 그럴 것이 실제로 내 표정이 어둡긴 했었으니까.



덜 못생겨 보일 수 있었던 시기

그렇게 못 생기고 어두운 모습으로 사춘기를 보냈으나, 하나의 아이템으로 상황이 일부 반전되었다. 육사 입학과 동시에 '제복'을 입게 된 것이다. 제복을 갖춰 입고 모자를 눌러쓰면 '못생김'은 저만치 흐려졌다. 사람들은 못생김에 초점을 두지 않고 '제복'에 초점을 맞췄었기 때문이다.

잘 살펴보자, 우리는 저 사진속에서 얼굴이 못생겼는지 잘생겼는지에 집중하지 않는다. 제복에 집중할 뿐

다른 동기들은 외출 외박을 나가면 사복을 갈아입고 제복이 주는 압박감에서 해방되려고 했던 경우가 좀 있었으나, 나 같은 경우에는 살면서 경험해보지 못한 외적인 '당당함'이 솟아났다. 난 정복을 벗지 않았다.



그렇게 외모에 더 무감각해지게 살던 어느 날, 하계 군사훈련 기간에 동기들 사이에서 언쟁이 붙었다.



동기들에게 공인된 외모

"야, 누가 제일 못생겼냐?"


황량한 박격포 훈련 교장에서, 동기들은 각각 주장을 펼쳤고 논쟁은 '그래서 민구가 얼마나 못생겼냐, 민구보다 못생긴 동기가 있느냐'로 옮겨 붙었다.


그래서 나를 기준으로 삼아, 각각 주장하는 '못생긴 동기들의 이름'을 거론하면 '민구'보다 잘생겼냐, 못생겼냐로 판가름을 하는 방식으로 논쟁이 진행되었다.


김 XX, 이 XX, 전 XX, 박 XX, 총 4명의 동기가 내 앞으로 판가름되었다. 그렇게 나는 200여 명의 동기 중에서 5번째로 못생긴 사람이 되었다.


'얼굴이 무기'라고 검색하니 나온 사진

얼굴은 무기

그렇다. 난 못생겼다.

얼굴이 무기라는 표현에도 적합하게, 투박하고 거친 피부와 깊이 패인 이마에 주름, 큼지막한 코가 대표적인 이미지이다.


애초에 얼굴로 승부를 볼 수 없는 조건이었다. 다른 의미로 얼굴을 무기로 내세우는 잘 생긴 사람들과 다르게, 내 앞에 놓인 허들은 조금 더 높았다.


외모가 잘나지도, 머리가 좋지도 않았다. 이 경우 나에게 할당된 유일한 리소스는 노력과 꾸준함인데 그걸 무기로 터벅터벅 발전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 얼굴은 또 다른 의미의 무기가 되었는데, 어떤 의미에서는 '천직'이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조건이 되었다.


보통은 못생긴 남자를 보고 '남자답게 생겼다'라는 표현으로 에둘러 표현해주고는 하는데, 군생활을 하면서 '남자답게 생긴'얼굴로 '무서운 표정'을 짓고 '큰 목소리'를 내면 20대 초반의 부하들은 내 말에 집중을 해주었다.


좋게 표현하면 '군인답게', '카리스마 있게' 생긴 것이 군생활을 하면서 직업의 상징적인 이미지를 형성하는데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점점 형성되는 동안 프레임

그리고 또 하나 좋은 점은 '냉동인간'같은 얼굴 보존이다. 아니 어쩌면 시간을 거꾸로 돌리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이마에는 가로새긴 굵은 주름 세 줄이 지나갔다. 더불어 칙칙한 피부는 그때부터였다. 때문에 당시에는 노안이었고, 생도 때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임관 10주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은 동기들에 비해서 노화 속도가 현저히 느려졌다. 오히려 요즘에는 나이에 비해서 젊게 보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리고 이런 추세는 지속될 것으로 예상이 되는데, 이대로 10년만 더 지나면 남들보다 훨씬 더 젊은 모습 - 비록 못생겼더라도 -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자기 합리화, 약점 활용법

어찌 됐든, 패션센스와 더불어 나의 얼굴은 뗄 수 없는 약점인 건 어쩔 수 없다. 34년을 그렇게 붙어 다녔고, 앞으로도 이 얼굴로 살아가야 한다.


다행인 건, 아내 눈에는 내 코가 '귀엽다'라고 인식이 된다는 것이다. 사실 잘생긴 외모로 사회적인 이미지가 더 낫다면 좋겠지만, 이미 나를 '픽'한 여자가 있고, 더 이상 다른 이성에게 잘 보일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보자.


그렇게 생각하면, 나의 본판은 바뀌지 않는 상황에서 많은 노력을 들여 쪼-금 더 나아질 수 있지만 그것처럼 가성비가 떨어지는 장사가 있을 수 없다. 즉, 그냥 이렇게 살면서 다른 데에 노력을 더 투자하는 게 남는 장사라는 말이다.


못생긴 외모는 오히려 내가 성실히 살아야 할 조건으로 작용하며 나를 앞으로 밀어붙이고 있는지 모르겠다. 사실, 눈코 입은 그대로 두더라도 피부라도 좀 더 좋아지고 살 빼서 턱선이라도 드러나면 좋겠다고 생각은 한다. 하지만 쉽지 않다.


어쩌면 모르겠다. 시대를 관통하는 미의 기준이 바뀔 수 있을지 모른다는 몽상을 해보지만, 이 역시 희박한 가능성이다. 그래서 그냥 산다.


오케이. 인정.

그냥 이 얼굴로 산다.

터 어글리 킹, 이 대로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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