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민구 왈왈

좋아해요

진심으로다가

by 아빠 민구


#1 페이보릿 디저트

퍽퍽하고 밀도감 있는 너희들이 좋다

누차 말하지만, 형은 단거 싫어한다.

그런 면에서 너희들은 합격이야.

묵직하고 고소하지.

목 막혀 캘룩 거릴 때까지 마구 먹고 싶다. 인절미 너는 숭늉이랑, 스콘 너는 홍차랑 함께 먹는 거야. 그럼 막 입안에서 막 그냥 사르르 녹아 없어지겠지. 아쉬워서 어쩌냐, 입안에서 사라져 버리면 말이야.

그렇게 다 먹고 나서 입안이 텁텁- 할 텐데, 그때 대추를 몇 개 먹는 거야. 상큼하고 풋풋한 그런 맛 대추 있잖아. 대추면 충분해. 너무 달지도 시지도 않고.

아주 맛있는 것들이야 아주



#2 우당탕탕 산악자전거
낑낑거리고 몇 시간을 오르는 것은 재미있는 일은 아니야. 하지만 그 시간을 견디고 가장 높은 지점, 아무도 자전거 타고 왔을 것 같지 않은 곳에 자전거로 도달했다는 것은 엄청난 성취감을 안겨주지. 그곳에서 등줄기의 땀을 식히며 잠시간의 여유를 느끼면 돼. 아주 잠시면 충분해. 그리고 그 변곡점을 넘어 울퉁불퉁한 경사지를 내려가는 일은 재미있는 일이지. 위험한 일이고. 상식적으로 접근하지 말아줬으면 해.

언젠가 아들들이 크면 그 애들에게도 MTB를 사줄 거야. 그렇게 셋이서 산에 오르면, 아내는 무척 싫어하겠지?

진부령 산길과 미시령 옛길을 넘어다니던 떄도 있었는데




#3 인장 인장 선인장
키우기도 쉽다고들 생각하지만, 우리는 알잖아. 너 생각보다 쉽지 않은 거. 한 때 너에게 미쳐, 그렇게 돈만 생기면 사들이곤 했는데. 장교의 삶이란 이사와 이사 사이의 복무가 있을 뿐이라는 것을, 이사와 너희들은 상극이라는 것을, 몰랐네.

간신히 몇 번의 이사를 극복하고 지금의 집으로 데려 온 최후의 최애 선인장들. 겨울을 넘기려고 10월부터 물을 굶겼건만. 내 참, 남쪽으로 배산을 하고 정북향으로 지어진 관사에서, 또 몇몇은 겨울을 넘기지 못했네.

나중에 따듯한 나라에 살면서 마당을 너희들로 채워줄게, 조금만 기다려. 인장아.

꽃 같기도, 공 같기도, 방망이 같기도.




#4 허머, 기름 먹는 하마

사내아이들을 키워보니 말이야

아이들에게 별다른 교육을 하지 않아도, 장난감을 사주지 않아도, 어떻게 된 일인지 바퀴 달린 것들을 좋아하더라고.

그러니 남자들 가슴마다 드림카 하나씩 품고 사는 것도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아니지 않을까? 내 경우에는 말이야 '미국스러운' 차를 좋아해. 게다가 '군대'스러운 차를 좋아하고. 그렇다면, 답은 전 세계에 딱 하나뿐이야. 그래, 영화나 드라마에 나오는 그 차.

군수용으로는 '험비'지만, 민수용으로는 '허머'야. 어머. 어쩜 이름도 이렇게 이쁠까. 언제쯤 살 수 있을까, 나의 드림카.


군용이든 민수용이든 하나만 주세요





#5 음악이라면

나는 음악 듣는 걸 좋아해. BTS도 좋아하고, 사물놀이도 좋아하지. 트로트나 EDM, 락, 랩 가리지 않고 다 좋아해.

하지만 그중에서 제일 좋아하는 음악은 '챠이코프스키'와 '델러니어스 몽크'의 작품들이야. 처음에는 좀 있어 보이고 싶어서 클래식과 재즈를 듣곤 했는데, 이것저것 듣다 보니 어떤 건 계속 듣게 되고 어떤 건 금세 질리더라고.

챠씨 아저씨 음악은, 뭔가 나를 상상하게 했어. 듣고만 있어도 이야기를 듣는 것 같아서 좋았지.

델형은 너무 과하지 않으면서 재미있는 애드리브들이 많아서 지루할 틈이 없었어. 리듬도 너무 좋고.

듣는 것 만으로 상상하게 만드는 형들의 음악




#6 편백숲과 더덕

장성에서 근무할 때는 편백숲에 자주 갔었는데, 지금은 편백나무 만나기가 쉽지 않아. 집 근처에 편백이랑 비슷한 삼나무 숲이 있기는 한데, 그래도 장성에서의 편백숲과는 비교가 되지 않지.

잠깐 떠올리기만 해도 머릿속이 맑아지는 느낌이 들지. 쭉쭉 뻗은 나무 사이로 바람이라도 불라치면, 피톤치드 상쾌한 향기가 온몸을 적시지.

한 번은 그렇게 아내와 편백숲 속을 걷다가 더덕향이 스친 적이 있었는데, 향을 쫓아 길도 없는 산비탈을 내려가 더덕을 캐와서 날것으로 오도독 씹어먹은 적이 있어.

내가 더덕을 좋아해서 말이야. 고성에서 소초장 할 때는, 감기 걸린 부하들이 생기면 순찰 복귀하면서 더덕을 캐다가 취사병에게 고추장구이를 만들어오라고 해서 먹이곤 했었지. 효과 좋았어 아주.


보기만 해도 기분좋아지는 편백숲과 더덕잎




#7 맥주는 흑맥 주지

아직 인생의 쓴맛을 못 봐서 그런지 소주는 너무 쓰다. 와인은 뭐가 뭔지 잘 모르겠고. 막걸리는 좋아하는데 한 병만 마셔도 금방 후끈후끈하는 게 체질하고 잘 안 맞나 봐.

결국 내가 제일 좋아하는 것은 맥주야. 맥주라면 기본적으로 가리지 않지만, 그래도 좋아하는 맥주 중의 맥주는 흑맥주지.

중위 땐가, 호프집엘 갔다가 '기네스'를 시켜놓고 "이걸 도대체 어떻게 먹냐"하며 맛이 없어 남겼던 기억이 있었지. 하지만 시간이 지나, 이제는 '흑맥주의 맛'을 알아버렸고, 최애 맥주는 모조리 흑맥주야.

코젤, 레페 브라운, 기네스는 없어서 못 먹는걸. 아내 말에 따르면 영국에서 먹는 기네스 생맥 맛이 기가 막히다던데 언제 한 번 먹어보나.





#8 커피는 내 친구

나는 커피를 좋아해. 생도 시절, 룸메이트가 원두를 볶아다 갈아다 내려마시는 것을 얻어먹으면서 맛을 알게 되었거든.

고성에서 군생활을 하며 바리스타도 아닌 주제에 원두를 종류별로 사다 먹었네.

얼마 지나서는 생두를 사다가 이렇게 저렇게 볶아먹었고, 물의 온도를 1도씩 바꾸면서 내려 마셔보았지. 커피에 미쳐가지고, 하루에도 고 카페인 드립 커피를 열 잔, 스무 잔씩 마시곤 했었어. 미쳐가지고.

지금도 커피라면 너무 좋아해. 출근하면 한 잔 내리고 일과를 시작하지.

언제라도 마시고 싶은 최애 커피는, 신선한 에티오피아 '아리차'원두로 내린 드립 커피와, 이탈리아에서 거리마다 마실 수 있는 설탕 때려 넣은 에스프레소, 사막에서 모닥불에 카다뭄 향 가득 끓여낸 아라빅 커피야. 아- 커피 한잔

모래사막에서 별보며 마시는 커피란




#9 언제든 먹을 수 있는 냉면

한 때는 머리카락이 숭덩숭덩 빠지는 게 아니겠어? 특별히 건강이 나빠진 것도 아니고, 아픈 것도 아니었는데 머리 감을 때마다 한 움큼씩 빠지더니 나중엔 정말 머리가 휑하더라고.

그때 한 40일 연속으로 냉면을 먹고 있었는데, 그것 때문인가 싶어서 냉면을 끊었더니 머리 빠지는 게 이내 멈추더라고. 그 뒤로 조금 절제하면서 먹고는 있지만, 그래도 냉면이라면 늘 환영이야. 특히 물냉면. 심심하고 시원한 국물- 크-





#10 구황작물

이게 가난하게 자라서 그런 건지 아니면 입맛이 원래 구수한 건지 모르겠는데 , 나는 구황작물을 좋아해. 특히 감자 고구마 옥수수 콩, 이런 것들 있잖아- 쉽게 키울 수 있고 겨우 내 저장할 수 있는 것들.

아내하고 연애하면서 처음 사준 선물이 '옥수수'라니, 도시 여자였던 아내 입장에서는 정말 어이없었겠지만, 그래도 '이 남자 뭐지?' 하는 반전의 단초를 제공했다고 하더라고.

옥수수는 정말 일 년 내내 먹을 수 있지. 특히 이번에 제주도에서 며칠 지내면서 먹었던 초당 옥수수는 신세계더라고. 막걸리도 옥수수 막걸리를 제일 좋아하고, 감자 고구마는 언제든지 먹을 수 있지.

가장 좋아하는 밥은 콩밥인데, 콩밥 하고 나면 콩이 위에 쫙- 떠있잖아. 그럼 나는 콩만 싹-다 걷어와서 콩이 밥보다 많은 상태로 먹는 걸 좋아해. 우리 집 텃밭에도 고구마와 콩을 심어놨는데, 기대된다.

생각만해도 구수하고 맛있겠다.



내가 좋아하는거 누가 관심이나 있겠나 하면서도, 쓰는 과정에서 내가 기분이 좋아서 쓴 글입니다. 참 남들에게는 의미 없는 글이네요 ㅎ

만약, 여기까지 읽어주셨다면!

감사드립니다. 고생 많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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