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뚤어진 군인

군인 시리즈 4편

by 아빠 민구

1편 : 아랍어 하는 군인

2편 : 축구 못하는 군인

3편 : 학군 같은 육사 출신 군인

4편 : 비뚤어진 군인




초등학교 때 담임선생님은 나를 [헛소리 꾼]이라고 부르셨다. 좋게 얘기하면 뜬금없거나 특이한 이야기를 늘 하고 다녔기 때문이고, 직설적으로 말하자면 쓸데없는 소리를 한다는 것이었다.


시각이 달랐던 것일지 생각이 달랐던 것인지, 아니면 표현이 달랐던 것인지 알지 못하겠으나, 내가 생각해도 별별 소리를 다 하고 다녔었다.


중학교 때도, 고등학교 때도 담임 선생님들은 비슷한 맥락으로 나를 특정 지어주셨다. [민구스럽다]라는 표현이 늘 따라다녔다. [민구스럽다]는 말 안에는 약간의 긍정적인 의미와 더 광범위한 부정적 의미들이 공존하는 것이었다.


그런 내가 생도생활을 했다고 해서 바뀌었을 리 없다. 물론 입학 초기에는 정신도 못 차리에 얼차려를 주고 군기를 잡아서 '백지'상태로 포맷을 시킨다고 했다. (지금은 그렇지 않겠지만)


새하얀 백지상태로 만든 다음, 하나부터 열까지 군인화를 하는 과정이 있었다. 그 융통성 없는 과정에서 생각보다 많은 동기들이 중도 포기한다. 분명 오랜 꿈을 가지고 입학한 학교일 텐데도 말이다. (라떼는 육사 입학자의 상당수가 재수, 삼수생이었다.)


하지만 그때뿐이다. 3학년이 되고 4학년이 되면서 아마 내 본모습이 다시 스며 나왔을 것이다. 민구스러움 말이다. 그리고, 임관하고 나서도 마찬가지였다.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난 '비뚤어진 군인'이었다.

다르게 생각한다는 것은 늘 화살받이를 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보통 집단과 동일한 사고를 하는 것을 '옳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군대는 조직 특성상 '통일'을 매우 중요시하기 때문에 사회보다 더 선명하게 그런 것들이 문제가 된다. (물론 우리 군은 창의성을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지극히 내 생각으로는 '창의성'과 '비뚤어진 생각'은 사실 태풍과 윌리윌리만큼 같은 모습이다. 하지만 보는 사람에 따라서는 나의 언행이 '불순분자', '불만', '딴생각'으로 비치기도 할 것이다. 억울하다.


(변명 시작) 내가 다른 생각과 행동을 한다고 해서 군에 반감이 있거나 나쁜 의도를 가지고 그렇게 하는 것은 아니다. 내 딴에는 더 좋은 방법을 찾으려고 하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남들과 같은 것이나 단순 반복되는 일을 싫어하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답을 알면서도, 혹은 어떻게 하면 답에 이르는지 알면서도 그렇게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교범은 지나간 사건들을 바탕으로 이론을 만들어 놓은 것이고, 이론 대로 반복되는 일들은 이미 결정적이지 않다. 북한의 최근 도발 중에 매번 하던 식으로 일어난 도발이 있었던가 생각해보면 답은 나온다.


전술이라는 것도 매번 하는 것처럼 전형적이고 정형적으로 한다면 오히려 안 세우느니만 못한 약점이 될 수도 있다. 말도 안 되는 방법에 대해 질타하고 배척하는 것보다, 그 이상한 방법을 독려하고 개선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렇게 말을 안 들었다.(죄송합니다. 변명 끝.)

죄송합니다요

나의 장점으로도, 단점으로도 쓰일 수 있는 '비뚤어진 시선과 행동은' 아직 베타 테스트 버전이라 더 많은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는 바이다.


술을 진탕 먹고 코가 비뚤어진 것도 아닌데, 그래도 주변에서 좀 이쁘게 봐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결국엔 발전이라는 것도 불만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있을 때 촉발되는 것이고, 불편을 느끼는 사람이 있어야 개선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현실의 벽은 확실히 존재한다. 비뚤어진 군인은 잘 환영받지 못한다. 10년 간의 군생활을 통해, 나도 어느 정도 감을 잡고 있기 때문에 '민구 스위치'를 On/Off 하며 지금까지 군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한 커플 더 걷어내고 조금 더 솔직히 말하자면, 군생활이 즐겁고 재밌고 보람되지만 이런 점에서 느끼는 괴리는 이따금씩 [전역]을 생각하게 한다. "전역을 하면 이런 '틀'에서 자유로워 질까..."라고 생각을 했을 때의 답이 아직까지는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전역]이라는 생각을 금세 [역전]시키기도 한다.


아무튼 비뚤비뚤 걸어온 나의 군생활과 비뚤비뚤 이어나갈 나의 앞 날에 뻣뻣한 잣대가 드리우지 않기를 바라며, 또 오늘도 지킬 건 지키고 따질 건 따지며 글을 마친다. 이상.


직선으로가면 빠를것을...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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