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민구 왈왈

이 안 닦는 날

응?

by 아빠 민구

아내는 희번덕하며 소스라치게 놀랐다.

생각만 해도 더럽다고 했다.

하지만 뭐가 웃기는지, 웃음을 참지 못했다.


"아니, 하루 일탈한다는 의미로 맛있는 걸 잔뜩 먹고 이를 안 닦고 자버리는 거야."


왜 그런 생각이 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하루 정도는 그렇게 지내면 기분이 좋을 것 같았다.


이를 닦는 일이 별 것 아니지만 매일 해야 하는 과업이다. 아이들이 이 닦기 귀찮아하는 것을 보며 본성이 원하지 않는 이성적인 행위라고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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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인간이 기본적으로는 이성적으로 살아야겠지만, 어쩌다 한 번은 불법적이지 않은 범위 내에서 본능에 충실해보는 것도 일종의 해소가 될 것 같았다.


그 방법이라고 생각한 것이 [양치]라고 떠올린 나를 돌아보며, '참 더럽고 엉뚱한 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더 많은 사람들이 모여 살게 되면서 매일의 이성적인 틀 안에 본능적인 육체 늘 가둬놓고 사는 게 당연한 일이 되어버렸고, 내 본능은 저만치 구석에 처박혀 있었다. 일 년에 하루 정도는 '식욕' 만큼 먹고 '양치 안 하기'로 일탈하는 것이다.


이때 예상 반응

나 : 좋았어! 오늘이야 신나게 먹고 콜라도 마시자

아내 : 싫어~ 더러워~ 난 이 닦을 거야

첫째 : 이 안 닦으면 세균 생기지 않아요? 난 닦을래요

둘째 : 안대 안대 시~러 닦을 거야~


결국 나만의 이 안 닦는 날, 가족들의 치아 보건의 날이 될 것 같은 데



어때, 여보. 내일 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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