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brunch
매거진
민구 왈왈
이 안 닦는 날
응?
by
아빠 민구
Sep 11. 2020
아내는 희번덕하며 소스라치게 놀랐다.
생각만 해도 더럽다고 했다.
하지만
뭐가 웃기는지, 웃음을 참지 못했다.
"아니, 하루 일탈한다는 의미로 맛있는 걸 잔뜩 먹고 이를 안 닦고 자버리는 거야."
왜 그런 생각이 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하루 정도는 그렇게 지내면 기분이 좋을 것 같았다.
이를 닦는
일이
별 것 아니지만 매일 해야 하는 과업이다. 아이들이 이 닦기 귀찮아하는 것을 보며 본성이 원하지 않는 이성적인 행위라고 생각이 들었다.
당연히 인간이 기본적으로는 이성적으로 살아야겠지만, 어쩌다 한 번은 불법적이지 않은 범위 내에서 본능에 충실해보는 것도 일종의 해소가 될 것 같았다.
그 방법이라고 생각한 것이 [양치]라고 떠올린 나를 돌아보며, '참 더럽고 엉뚱한 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더 많은 사람들이 모여 살게 되면서 매일의 이성적인 틀 안에 본능적인 육체 늘 가둬놓고 사는 게 당연한 일이 되어버렸고, 내 본능은 저만치 구석에 처박혀 있었다. 일 년에 하루 정도는 '식욕' 만큼 먹고 '양치 안 하기'로 일탈하는 것이다.
이때 예상 반응
나 : 좋았어! 오늘이야 신나게 먹고 콜라도 마시자
아내 : 싫어~ 더러워~ 난 이 닦을 거야
첫째 : 이 안 닦으면 세균 생기지 않아요? 난 닦을래요
둘째 : 안대 안대 시~러 닦을 거야~
결국 나만의 이 안 닦는 날, 가족들의 치아 보건의 날이 될 것 같은 데
어때, 여보.
내일 고?
keyword
생각
일탈
양치
36
댓글
4
댓글
4
댓글 더보기
브런치에 로그인하고 댓글을 입력해보세요!
아빠 민구
커리어 분야 크리에이터
소속
정원
직업
에세이스트
부모익힘책: 육아팀플 가이드북
저자
군인이자 남편, 네 자녀의 아빠로서 이야기합니다. 현실에 대한 감당, 틀 없는 상상, 평범하지만 독창적 일상, 무엇보다 아내와 자식들에 대한 애틋한 감상을 담습니다.
팔로워
1,146
제안하기
팔로우
매거진의 이전글
애를 업고 뛰어라
죽는 게 무섭냐 안 무섭냐(1부)
매거진의 다음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