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민구 왈왈

죽는 게 무섭냐 안 무섭냐(1부)

바로 죽으나, 금방 죽으나, 천천히 죽으나

by 아빠 민구



삼 년쯤 전 일인가 보다.

황사가 아닌 [미세먼지]라고 지칭된 미립자의 유독물질들이 바람을 타고 건너왔다.

예민한 사람이 아니고서야 목이 좀 따갑고 눈이 좀 매운 게 전부였지만, 미세먼지는 느리고 확실한 화학무기였다.


여러 실험에서 유해성을 증명하는 데이터들이 쏟아져 나왔고, 당장에 가시적인 문제가 없다고 하더라도 장기적으로는 치명적이라는 것이 확실했다.



일산에서 살 때였는데, 15층 아파트에서 보고 있으면 서쪽에서 뿌연 연기(안개 아니고 연기)가 몰려와서 세상을 뒤덮었다. 집에 있는 측정기로 미세먼지를 측정하면 200-300을 오르내리며 심각한 수준을 보였다. 다닥다닥 붙어있는 대단지 아파트에서 바로 앞 동이 보이지 않을 때도 있었다.


건강 목사인 아내 덕에 나도 건강 전도사 정도는 되었는데, 당시에는 보기도 힘들었던 KF94 마스크를 쓰고 다니곤 했다. 하지만 그렇게 심한 먼지 구덩이에서도 마스크를 쓰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부대에서는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나를 보며 이상한 사람 취급을 했다. 한 번은 미세먼지가 심한 날 행군을 하게 되었다. 중대원 전체에게 마스크를 사주고 착용한 상태에서 행군을 시작했다. 대단한 유산소 운동인 행군을 하면서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은 대단한 고충이었다.



마스크는 한두 시간 만에 호흡으로 흠뻑 젖어 숨을 쉴 수 없을 정도가 되어버렸다. 행군하면서 한 번도 낙오하거나 어려움을 겪어본 적 없는 나조차도 산소공급이 원활하지 않아 머리가 핑핑 돌고 눈앞이 어둑어둑 해지는 상황이 반복되었다.


당연히 부하들의 99%는 마스크를 벗어던지거나 턱에 걸치고 행군을 했다. 사실은 훈련이 취소되었어야 맞는 수치였지만, 당시에는 기준이 없었다. 일주일 간의 야외 훈련은 더할 나위 없이 자욱한 미세먼지 속에서, 강행되었다.


텐트에서 자기 전 아내가 들려 보낸 휴대용 공기질 측정기를 켜 보았다. 텐트 안 미세먼지는 미세와 초미세 모두 측정기의 최대 측정치인 500을 가리키고 있었다. 자면서도 줄담배를 태우고 있는 것과 같은 정도였다.


훈련이 끝나고 돌아와도, 거리에 마스크를 쓴 사람은 열에 하나가 되지 않았다. 당장 죽거나 쓰러지는 사람은 없었다. 이비인후과 환자가 늘었을 뿐.





시대가 바뀌었다. (2부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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