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변 터미널에 가면 마음이 설레고 좋았다. 고성에서 근무할 때는 소초에서부터 행정보급관이 운전해주는 중대 지프차를 타고 간성 터미널에 갔다. 표를 산 후 버스를 기다리며 맥주를 한 캔 따고, 버스에 타서 맥주를 한 캔 더 마신 다음 언제나 부족한 잠을 채웠다. 굽이진 진부령 길과 몇 번의 터널을 지나 버스 기사님이 실내등을 켜주시면 잠에서 깨었고, 한강이 보였다.
터미널에 닿으면, 오랜만이라 더 반가운 친구들을 만나러 갔다. 아직도 강변 터미널에서 강변역 개찰구까지의 모든 길이 선명히 머릿속에 남아있다. 지하철을 타고 '그간 고성에서는 잘 못 보던' '사람들'을 만나러 가는 길은, 그렇게 즐겁고설렜다.
뉴스에 강변 터미널이 나온다.
집에 가려는 사람들은 마스크를 낀 채 경계심을 늦추지 않고, 이용객은 내가 평소 보던 강변 터미널 인파에 반도 안된다. 아마, 그 인파 덕에 큰 매출을 올리고 있던 터미널 앞 복권가게는 매출이 많이 줄었으려나. 횡단보도 건너 있던 맥주집엔 손님이 많이 줄었으려나.
허전한 터미널 영상을 보다 생각이 이어졌다.
아내랑 둘이(애들 맡기고) 손 잡고 터미널에 가서 아무 곳으로나 가는 표를 끊고, 매점에서 간식을 사서 기다리다가 버스에 오른다. 간식은 아내가 좋아하는 초콜릿과 내가 좋아하는 자가비에 맥주 한 캔.
버스가 한강을 지나 어디론가 지나갈 때 이런저런 이야기를 속삭이다가 뽀뽀도 한 번 하고, 그러다 덜덜거리는 버스 진동에 스르륵 잠이 든다. 따듯한 햇살이 아내를 깨울까 커튼을 치고, 나도 이내 잠이 든다.
한적한 시골 풍경에 아직 덜 깬 아내를 데리고 버스를 내리면, 나지막한 건물들과 빛바랜 간판들 몇 개가 반기는 그런 곳에 도착한다. 건어물 가게든 지물포든 건재사든 들어가 오래된 물건들도 구경하고, 구멍가게에서 아이스크림도 사 먹는다.
언덕 위 심심하게 앉아있는 정자에 올라 마을을 바라보며 이런저런 이야기로 시간을 보내다, 이 산 끝에서 저 산 끝 사이에 펼쳐진 자그마한 마을이 주황빛으로 물드는 모습을 보고는 도착했던 그 장소로 돌아간다. 표를 구해 서울로 돌아오면 히터 바람에 몸이 노곤 노곤해지는 그런.
그런 여행이, 당분간 가능할까 싶다.
뉴스 보면서 잠시 멍-때린 시간, 별 쓸데없는 상상을 다해 본다.
나는 버스를 좋아한다. 복잡한 시내버스 말고, 터미널에서 출발해 고속도로 타고 쭉 뻗어 어딘가 도착하는 고속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