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민구 왈왈

잠도둑

by 아빠 민구


새벽마다 잠을 깹니다. 하루에 최소 두 번, 많으면 30분 단위로 깹니다.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3일 전 한 참을 깨다가 아예 정신이 들어버려 쓰게 된 글입니다.



잠을 깊이 자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일 년에 360일쯤 그렇게 잠을 설친다.


늘 피곤하기 때문에 금방 잠에 빠져들지만, 한 시간. 어쩔 때는 삼십 분 단위로 깨며 시계를 보고 주변을 살핀다.


뭔가 불안해서일까. 뭐가 불안해서일까.


이불을 아내 목 까지 덮어주고 베개를 고쳐 베어 준다. 아이들 살갗을 만져 차가운지 더워서 땀이 났는지를 확인한다. 집안 공기가 답답한지 건조한 지 확인하고 숨쉬기 원활하게 조치한다.


전기나 가스레인지, 건조기나 불필요한 전등이 켜져 있는지 확인한다. 핸드폰들을 충전기에 꽂아 놓는다. 현관문이 잘 잠겼는지 확인한다.


물을 한 잔 마신다. 화장실을 한 번 간다. 입이 텁텁하면 양치도 한 번 한다. 핸드폰을 켜 부재중 전화가 있는지, 중요한 뉴스가 있는지 확인한다.


침대에 눕는다. 이불을 고쳐 덮는다. 베개 높이를 맞춘다. 팔다리 자세를 두세 번 고쳐 눕는다. 그리고 잔.


아침이면 알람이 울리기 10분 전에 깨서 알람을 기다린다. 기다렸던 알람이 울리면 바로 끄고 다음 알람 때까지 잠시 잠이 든다. 다시 다음 알람이 울리기 10분 전에 깨서 알람을 기다린다. 그리고 다시 끄기를 세 번쯤 반복하고 일어난다.


알람을 많이 맞추는 것도 일종의 병인 것 같다. 지각은 싫은데, 밤새 몇 번이고 깨다 보니 까딱 잘못하면 피곤해서 알람을 못 듣는 경우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사는 나도 참 피곤하다.


내 깊은 숙면을 뺏어가는 도둑은 내 불안함이다.


뭐가 그렇게 불안한지. 어렸을 땐 빚 독촉 오는 사람들 때문에 불안했었고, 초등학교 때는 옷이나 신발주머니가 후줄근하다는 이유로 때리는 애들 때문에 불안했었고, 학창 시절에는 학비나 급식비를 내라고 할 때 불안했었고, 재수생 때는 '혹시라도 육사에 갈 수 없으면 어쩌나'라고 불안했었다.


더 이상 때리는 애들도 없고, 옷은 유니폼이고, 빚에 시달리는 것도 아니고, 육사는 졸업한 지 오래전인데.


지금은 도대체 무엇이 그렇게 불안할까.


오늘도 세 번째 깬 새벽.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추-울 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