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누구 편이야?"
"저요? 저지르고 보는 편이요"
나는 저지르고 보는 편이다. 즉흥적이고 직관적인 것을 선호한다. 그래서 실수가 많다. 실수가 많으니 임기응변이 많이 필요하다.
아랫돌을 윗돌로 궤고, 언 발에 오줌을 누는 일이 많다는 뜻이다. 조금만 꼼꼼히 고민하고-준비하고-시행했으면 좋았을 텐데 그렇지 못한 것에 대해 아쉬움이 있다. 그 아쉬움이 나의 몫은 아니고, 아내와 주변 사람들의 몫이다.
미군의 살아있는 전설 중 한 명인 '맥 레이븐'은 [침대부터 정리하라]라는 강연과 책으로 유명하다. 감명 깊게 읽은 책이지만, 책 내용에 모두 동의하지는 않는다.
침대를 정리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침대 정리만 잘하는 사람은 침대를 정리하는 일을 하면 되는 것이다. 침대 정리를 못 한다고 해서 큰 일도 못한다는 법은 없다. 절대적인 상관관계가 없다.
사람마다 잘하는 것이 있고, 못 하는 것이 있다. 나의 경우에는 꼼꼼하게 일하는 것을 못한다. 하지만 추진력 있게 - 꾸준히 밀고 나가는 것을 좋아한다. 빨리 시작해야 하고 오래 지속해야 하니 작은 디테일까지 가지고 갈 수 없다.
나름대로는 지치지 않고 앞으로 나갈 동력을 잃지 않기 위해 하나하나 멈춰 서서 멋지게 만들고 가지 않는 것이다. 에너지는 제한적인데 멈춘 후에는 다시 움직이기 위해 또 한 번 엄청난 동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속도가 빠르지 않지만 시작이 빠르고, 완벽하지 않지만 꾸준히 지속하는 것이 나의 생존 전략인 것이다. 그렇게 살아간다.
저지르고, 보는 습관은 빨리 시작하기 위해서 쓰는 전략이다. 대부분의 일들은 결과가 거기서 거기이기 때문에, 우리가 시작도 하기 전에 하는 걱정들은 실제로는 일어나지 않거나 생각만큼 중요하지 않기 때문에 시간만 들이면 충분히 통제할 수 있는 변수들임에도 의도적으로 무시한다.
그렇게 저질러진 일들을 살펴본다. 잘 된 것은 그냥 두고 잘 못된 것들 중 중요한 것은 다시 처리한다. 하나하나 핸드 픽으로 골라낸 스페셜티 원두의 고품격 향기를 얻을 수 없지만 큼직한 채로 슥슥 걸러내고 좀 더 작은 채로 두세 번쯤 더 거른 후 러프 한 맛의 커피를 얻을 수 있다.
저지르고 보는 일이 꼭 필요한 경우가 있다. '작은 일도 잘 못하면서 어찌 큰 일을 하겠냐'라고 하지만 추진력이 필요한 집단에서는 방향을 정해주거나 조직을 끌고 나가는 사람이 꼭 무언가를 저질러 줘야 한다. 그리고 조직을 구성하고 있는 이유를 증명하기 위해, 조직원들의 다양한 능력과 조합으로 디테일을 살리고 성과를 향상할 수 있다.
저지르는 사람을 미워하지 말자. 딱 한 발 앞서 나간 사람이 한 시간 먼저 도착할 수 있다. 빠르게 변화는 세상 속에서 저지를 사람들을 키잡이로 편성하고 함께 움직이자.
아랫돌을 빼서 위에 궤는 일도 반복되고 시간이 지나면 쓰러지지 않게 잘 쌓아 올릴 수 있는 경지에 도달할 수 있다. 언발에 오줌도 추위가 끝날 때까지 끊임없이 눈다면 동상으로부터 발을 지켜낼 수 있다.
저지르고 보는 편. 글도 그냥 쓰고 보는 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