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 시킨 지친 군인
때는 일요일 22:30, 저녁 점호도 끝났을 시간
by
아빠 민구
Nov 2. 2020
한 주가 끝났다.
예전 같으면 맥주나 한 캔 따서 어질어질-한 느낌으로 잠에 드는 것을 택했겠지만, 아내가 임신 중인 이상 [5분 대기조] 임무수행을 해야 하기 때문에 잠시 고민하다 맥주는 포기했다.
그래도 일주일 동안 너무 고생한 민구가 너무 안쓰러웠다. 그냥 보내기엔 민구가 아쉽고 속상할 것 같았다. 출근 전 집안일, 밥/반찬 준비. 아침 일찍 출근해서 온종일 훈련, 퇴근해서는 아내와 아이들 케어, 모두 잠들면 다시 집안일을 반복한 일주일이었다.
민구는 민구에게 치킨을 포상하기로 했다. 하지만 막무가내로 치킨을 시킨다고 하면 안 될 일. 아이들을 씻기고, 재우고, 집안일을 마무리 지었다. 그렇게 20평짜리 집을 세 바퀴 정도 돌면서 더 이상 할 일이 없음을 확인하고서는 배달 가능한 치킨을 탐색했다.
침실에서 사촌과 전화통화를 하는 아내에게 거실에서 카톡을 보냈다.
[카톡] "여보, 나 치킨 시켜도 될까"
아내는 답이 없었다. 전화 통화하느라 못 본 것일까.
벌써 일요일 22:30이 넘은 시간. 더 늦어진다면 주문을 하지 못할지도 모른다.
[카톡] "여보"
[카톡] "여보!!"
[카톡] "여보!!!!!"
카톡을 읽지 않는다. 마음이 조급해졌다. 카톡을 읽지 않는 아내를 향해 거실에서 소리쳤다.
"여보 통화 중에 미안한데 카톡 좀~!"
[카톡] 오키
승인을 득했다. 잽싸게 치킨을 시키고 목욕재계를 했다. 치킨 먹을 테이블을 세팅하고 시계를 쳐다본 지 세 번.
[똑똑똑]
치킨이 왔다. 새로운 가게에 시켰다. 양념 반 후라이드 반을 시켰는데, 이건 걱정 반 기대 반이다.
"감사합니다. 안녕히 가세요"
군더더기 없는 동작으로 치킨을 세팅하고 통화 중인 아내를 향해 손짓을 한다. 입덧 중인 아내는
손사래 쳤다.
평소 같으면 두세 번 권하거나 한 조각 접시에 담아 베드 트레이로 가져다줬겠지만 입덧 중인 아내에게 그럴 순 없다.
내가 제일 싫어하는 게 맛있는 음식 식은 다음 먹는 것이다. 공격적으로 치킨에게 달려들었다.
맛있다
.
한 주간의 노고가 치하되었다.
한 참 먹고 있는데 통화를 마친 아내가 거실로 나왔다. 속이 좀 괜찮은지 한 조각 뒤적뒤적거리더니 한 입 맛보곤 침대로 가버렸다.
아내의 숙면도 나의 필수 과업이다. 요즘 소화가 안 되는 아내는 내가 마사지해주어야 잠이 들 수 있기때문다.
잽싸게 식탁을 정리하고 코코넛 오일을 챙겨 아내 마사지를 해준다.
한
참을 마사지하다 보니 아내는 크릉 크릉 귀엽게 코를 골며 잠이 들었다. 오늘도 성공했다. 마사지를 마치려는데 아내가 아직 잠들지 않았다는 듯이 말한다.
"어우, 너무 시원해서 잠이 솔솔 올 것 같다-"
조금 더 해서 재워달라는 얘기다. 멈추려던 손으로 코코넛 오일을 한 번 더 펴 바르고 마사지를 '재시작'한다.
이젠 정말 잠든 아내 옷을 정리해주고 아이들 자는 자세를 고쳐주고 실내 공기의 미세먼지와 온도와 습도와 이산화탄소 농도를 확인한다.
오케이. 이상 무.
닭은 아직 소화되지 않은 채 뱃속에 있지만 급하게 잠자리에 든다. 아침엔 애들 먹을 볶음밥을 해놓고 출근해야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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