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 시킨 지친 군인
때는 일요일 22:30, 저녁 점호도 끝났을 시간
한 주가 끝났다.
예전 같으면 맥주나 한 캔 따서 어질어질-한 느낌으로 잠에 드는 것을 택했겠지만, 아내가 임신 중인 이상 [5분 대기조] 임무수행을 해야 하기 때문에 잠시 고민하다 맥주는 포기했다.
그래도 일주일 동안 너무 고생한 민구가 너무 안쓰러웠다. 그냥 보내기엔 민구가 아쉽고 속상할 것 같았다. 출근 전 집안일, 밥/반찬 준비. 아침 일찍 출근해서 온종일 훈련, 퇴근해서는 아내와 아이들 케어, 모두 잠들면 다시 집안일을 반복한 일주일이었다.
민구는 민구에게 치킨을 포상하기로 했다. 하지만 막무가내로 치킨을 시킨다고 하면 안 될 일. 아이들을 씻기고, 재우고, 집안일을 마무리 지었다. 그렇게 20평짜리 집을 세 바퀴 정도 돌면서 더 이상 할 일이 없음을 확인하고서는 배달 가능한 치킨을 탐색했다.
침실에서 사촌과 전화통화를 하는 아내에게 거실에서 카톡을 보냈다.
[카톡] "여보, 나 치킨 시켜도 될까"
아내는 답이 없었다. 전화 통화하느라 못 본 것일까.
벌써 일요일 22:30이 넘은 시간. 더 늦어진다면 주문을 하지 못할지도 모른다.
[카톡] "여보"
[카톡] "여보!!"
[카톡] "여보!!!!!"
카톡을 읽지 않는다. 마음이 조급해졌다. 카톡을 읽지 않는 아내를 향해 거실에서 소리쳤다.
"여보 통화 중에 미안한데 카톡 좀~!"
[카톡] 오키
승인을 득했다. 잽싸게 치킨을 시키고 목욕재계를 했다. 치킨 먹을 테이블을 세팅하고 시계를 쳐다본 지 세 번.
[똑똑똑]
치킨이 왔다. 새로운 가게에 시켰다. 양념 반 후라이드 반을 시켰는데, 이건 걱정 반 기대 반이다.
"감사합니다. 안녕히 가세요"
군더더기 없는 동작으로 치킨을 세팅하고 통화 중인 아내를 향해 손짓을 한다. 입덧 중인 아내는 손사래 쳤다. 평소 같으면 두세 번 권하거나 한 조각 접시에 담아 베드 트레이로 가져다줬겠지만 입덧 중인 아내에게 그럴 순 없다.
내가 제일 싫어하는 게 맛있는 음식 식은 다음 먹는 것이다. 공격적으로 치킨에게 달려들었다.
맛있다. 한 주간의 노고가 치하되었다.
한 참 먹고 있는데 통화를 마친 아내가 거실로 나왔다. 속이 좀 괜찮은지 한 조각 뒤적뒤적거리더니 한 입 맛보곤 침대로 가버렸다.
아내의 숙면도 나의 필수 과업이다. 요즘 소화가 안 되는 아내는 내가 마사지해주어야 잠이 들 수 있기때문다.
잽싸게 식탁을 정리하고 코코넛 오일을 챙겨 아내 마사지를 해준다. 한참을 마사지하다 보니 아내는 크릉 크릉 귀엽게 코를 골며 잠이 들었다. 오늘도 성공했다. 마사지를 마치려는데 아내가 아직 잠들지 않았다는 듯이 말한다.
"어우, 너무 시원해서 잠이 솔솔 올 것 같다-"
조금 더 해서 재워달라는 얘기다. 멈추려던 손으로 코코넛 오일을 한 번 더 펴 바르고 마사지를 '재시작'한다.
이젠 정말 잠든 아내 옷을 정리해주고 아이들 자는 자세를 고쳐주고 실내 공기의 미세먼지와 온도와 습도와 이산화탄소 농도를 확인한다.
오케이. 이상 무.
닭은 아직 소화되지 않은 채 뱃속에 있지만 급하게 잠자리에 든다. 아침엔 애들 먹을 볶음밥을 해놓고 출근해야 하니까.
치킨 시킨 지친 군인
치킨 먹은 배부른 군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