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민구 왈왈

화장실 = 휴게실

휴식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그곳

by 아빠 민구



"설마 용변 본다고 화장실 들어간 사람까지 괴롭히겠어"




정신없이 집안일을 하다 화장실로 들어간다. 몸과 마음의 안식을 모두 얻을 수 있는 곳이다. 그냥 가서 앉아만 있더라도 좋다. 어쩔 땐 과자나 음료수를 들고 들어가서 먹기도 한다.


아내는 이해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가로젓는다. 하지만 저 나무 문짝 하나가 나를 지켜주고, 그 뒤에 숨으면 아이들이 올라타지도, 지저분해진 거실이 보이지도 않는다. 휴식이다.


그러니 나는 힘이 들 땐 하루에 세 번도 네 번도 화장실에 가서 앉는다. 나에게 화장실은 휴게실이기 때문이다. 담배라도 폈으면 일하는 중간중간에 흡연장이라도 갈 테지만 나에겐 그런 휴식이 없다.


부대에서건 집에서건 화장실 못 가게 하는 사람은 없으니까. 많이 간다고 뭐라고 하지는 않으니까. 빨리 나오라고 재촉하지는 않으니까-라고 생각했지만, 그건 큰 오산이었다.


아이들은 "아빠 어디에 계셔요?"라며 나를 찾아다니고, 아내가 "아빠 화장실 가셨어"라고 알려주면 아이들은 계속해서 문을 열려고 시도한다. 그러다 내가 "조금만 기다려줘~!"라고 말하면 10초에 한 번씩 "언제 나오셔요?"라며 묻는다.


내가 끝까지 버티면 떡 본 김에 제사 지내는 심정인지, 아니면 나를 빨리 나오게 할 심산인지 아이들은 "아-쉬 마려우다-"라며 나를 압박한다. 어쩔 수 없이 강제 휴식 종료다.


혹은 아내가 나의 잦은 화장실행을 눈치채고 몇 번이나 가는지, 얼마나 오래 있는지를 지켜본다. 그리곤 시간이 얼마 지나면 "여보, 오래 앉아있으면 건강에 안 좋아"라며 내 건강을 챙겨준다. 얼른 나오라는 소리다.


한 번은 내가 화장실에서 맥주를 한 캔 하고 나오자 이상한 눈빛으로 날 쳐다보며 그러지 말라고 했다. 내가 생각해도 그게 좀 그렇긴 한데, 화장실만큼 편한 장소가 없어서 그런 것이라고 설명하기엔 좀 구차했다. 알았다고 했다.


화장실은 나에게 휴게실이다. 나의 휴식장소 화장실이 넓고 큰 집에서 살고 싶다. 화장실에 침대도 놓고, 컴퓨터도 놓고, 커피머신도 한 대 있으면 좋겠다고 [또 허튼소리, 이상한 생각]을 했다.


아- 화장실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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