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민구 왈왈

네 자녀를 키운다니

잘 안 나오는 펜을 쓰는 것만큼 답답한 생각이 들었다

by 아빠 민구




아내의 임신 소식을 듣고서는 대책 없이 기뻤다. 특히 초음파를 보면서 쌍둥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는 뭔가 '감정'이라는 단어로 표현되지 못할 수준의 기쁨을 느꼈다. [크-아]

며칠이 지나면서 아내와 시간이 날 때마다 앞으로의 대책을 궁리하고 계산하고 있는데 이제 생각보다 쉽지 않은 앞날이 예정되어있다는 것을 조금씩 깨닫고 있다.


느낌으로는 마치 뭔가 대대장님의 지시를 급하게 받아 적어야 하는데 펜이 나오다 말다 하는 답답-한 기분과 같았다. 펜을 톡톡 두드리고 펜촉에 입김을 불고 수첩 여백에 빙글빙글 펜을 놀려보지만, 결국엔 펜이 잘 나오지 않아 메모를 하지 못하는 상황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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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에서 정신없이 쌍둥이를 돌보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는 저기에 사내아이 둘이 뛰어다니고 사고 치고 달라붙는 거구나.."하고 생각하니 숨이 턱 막혔다. 극한이겠구나.


[으아-악] 하면서 식은땀 흘리고 깨서 "아- 꿈이었네.."라고 말할 수 있는 상황이라면 다행일 테지만, 살벌한 현실은 절대로 우리를 피해 가지 않을 것이겠지.


네 아이가 내뿜는 이산화탄소, 투정, 대소변, 사고들을 생각하니 "이게 가능해?"라는 [의구심]이 들었다. 이게 과연 가능한가. 불가능하다면 과연 어떻게 조치해야 하는가.


휴직을 해야 할까. 식구가 늘었는데 월급 없이 가능할까?


산후/육아 도우미를 써야 할까. 다음 부대가 어느 시골, 산골이 될지 모르는데, 도우미가 있기는 할까?




나의 지나간 33년에도 나름의 어려움은 상존했고, 입대 후 훈련들에서 극기의 상황들은 심심치 않게 있어왔지만 아마도 앞으로 3-4년은 차원이 다른 수준의 난의도가 될 것 같다고 생각했다.


나의 체력도, 아내의 멘탈도, 첫째 둘째의 마음도, 쌍둥이들의 육아도 모두 다 확보해야 한다. 대신해줄 사람도 없고 물러설 곳도 없다. 오로지 나와 아내의 노력으로 헤쳐나가야 한다.


힘들겠지만 그게 나의 몫이다.

펜이 잘 나오지 않는다면 손가락을 베어 혈서를 쓰든 볼펜심을 끌처럼 써서 조각을 하든 모조리 외워버리든 방법은 상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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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정은 명확하고 아군의 전투력도 명백하다. [How to fight]는 알아서, 목표는 별거 없다. 방어 전단 확보. 후퇴는. 없다. 고수방어 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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