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민구 왈왈

추-울 근

계절성 출근 증후군

by 아빠 민구



[이불 밖은 위험해]라는 명제가 제철을 맞았다. 아침은 너무 어둡고 일어나기 힘든 시간이다.


땅 속에서 애벌레 시절을 마치고 지상으로 올라와 옷을 벗는 벌레들에게 존경을 표한다.


암막커튼 사이로 비집고 들어오는 차가운 아침 햇볕은 "야 너 좀 늦었어. 이제 일어나 인마"라며 압박을 넣는다.


밤새 보일러 꺼놓은 집, 방바닥에 차가운 걸음을 뗀다. 으- 온수가 돌기 전 냉수로 재빠르고 간단없이 머리를 감는다.


수건으로 대-충 머리를 말리고 냉장고를 열어 과일 한 두 개를 꺼낸다. 사과. 한 입, 카-욱.


추운 기운 속에서 더 차가운 사과를 오물거리며 어제 현관 앞에 꺼내 둔 옷을 입는다. 다시 한 입, 카-욱. 카욱.


대충 준비가 다 되었다. 곤히 자는 아내에게 인사를 한다. "여보, 갔다 올게-!"


두 눈 비비며 잠에서 깨는 아내, "여보 떡 좀 가져가" 아내는, 차가운 냉동실에서 잔뜩 사놓았던 벽돌같이 딱딱한 쑥떡을 싸 준다.


아 생각만 해도 얼어버릴 거 같다. 카-욱.


드디어 현관을 나설 때다. 문을 열자, 으- 젖은 머리가 꼬리뼈에서 부터 소름을 끌어올린다. 으- 마지막 사과 한 입. 카-욱.


차가운 자전거 안장에 올라앉아 오르막을 오른다. 낑-차 낑-차 으잇-차. 기어가 없는 자전거로 언덕을 달리며 머리가 깨어나기 전부터 이미 온몸에 땀이 송골송골.


사무실 앞에 도착하니 이미 덥다 더워. 허벅지는 뻐근하고 할 일은 쌓여있는데, 어떻게 알았는지, 출근과 동시에 몰려드는 전화들.


역시 이불 밖은 위험해.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쉽게 포기하지 않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