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인가..부하들이 "빠그- 빠그-" 말하고 다니길래 "야 그게 뭔 말이냐?" 물었더니 노땅 취급을 받았다.
[염따]라는 래퍼가 하는 유행어였는데,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말을 물어보는 나에게 세대차를 느끼는 것 같았다. 그래서 나도 몇 번인가 [염따]의 유튜브를 보고 (별로 좋은 뜻은 아니지만) "빠그-빠그-"를 따라 했었는데, 그 이후로 정말 '옛날 사람' 취급을 받았었다.
남자들의 세계에서는 한 두 살만 나이가 많아도 '형님~ 형님~'하면서 따라다니고 형 대우를 해주는데, 생각해보니 벌써 새로 입대하는 병사들과는 띠동갑도 넘는 차이가 나긴 한다. 세대차를 느끼는 것도 무리는 아닌가 보다.
어찌 되었든, [염따]를 알게 되고 나서 그 가수의 노래도 종종 듣고 유튜브도 몇 편 봤다. 보면 볼수록 돈을 쿨하게 써버리는 모습에 알 수 없는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되었는데, '언젠가는 나도 한 번 저렇게 돈을 흥청망청 써보는 것도 재밌겠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FLEX
그래서 언제 한 번 플렉스 하나~ 하다가 드디어 오늘! 그 플렉스는 아니고 외국어 시험 플렉스를 한 번 보게 되었다.(ㅠ) 아마도 돈을 흥청망청 과시하듯 써보는 일은 가까운 미래에는 없을 것 같아 플렉스 시험이라도 본 것일까..(염따 플렉스하고 오늘 플렉스하고 전혀 연관성 없쥬)
사실 정확하게는 FLEX(Foreign Language Examination) Center에서 주관하는 제1회 [특수 외국어능력평가]를 치르고 왔다.
당연히 13년도에 10개월 간 배웠었던 [아랍어]를 응시했는데, 사실 회화야 가끔 통역이나 안내를 다니면서 종종 하지만 문법이나 어휘는 7년 전에 배운 이후로 따로 공부를 하지 않은 터라 '얼마나 덜 까먹었냐'를 가늠하는 시험이라 생각했다.
또한, 배울 당시에도 공인 시험을 한 번도 보지 않아서 공식적인 성적이 없는 상태였다. 맨날 여기저기 다니며 '나 아랍어 좀 해'라고 떠들어 봤자 증명할 수 있는 데이터가 없는 상태였다.
비록 [전국 대학생 아랍어 말하기 대회]에 출전해서 3위에 입상한 적은 있지만, 그게 군 내에서 반영되거나 어디 취업할 때 제출할 수 있는 점수도 아닌지라 특별히 쓸모는 없었다.
여하튼 시험을 보긴 봐야 하는데 오랜만에 아랍어를 읽고 쓰려니 참 적응이 안됐다. 부랴부랴 유튜브에서 아랍어 강의를 몇 개 찾아서 이틀 동안 부리나케 리마인드를 해 보았지만 한계가 있었다.
그리고 드디어 시험 당일
마스크를 단단히 차고 외대로 향했다.
크- 시험장의 그 긴장감이 좋았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긴장감이라 그런지 더 설렜다. 조용한 가운데 집중할 수 있는 그 분위기는 시험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맛이다.
나 빼고는 아마 외대나 다른 대학에서 아랍어를 전공하고 있는 학생들 같았다. 다들 젊고 똘똘해 보였다. 나만 노땅이라 "아랍어 시험이나 보러 다니기엔 너무 늙어버렸나.." 하면서 머리를 긁적긁적했다.
시험에 대해서 특별히 준비를 한 건 아니었지만, 우선 전 문항 4지선다라는 것에 위안을 얻으며 시험을 시작했다. 초반 듣기 몇 문제가 너무 쉬워서 당황하며 시험을 깔보게 되었다. 그리고 정확히 10분 뒤 방심한 틈을 타 난의도의 급상승 속에 잠시 정신을 잃고 듣기 4문제를 날려버렸다.
읽기 파트도 다소 어려움이 있었다. 단어를 너무 많이 까먹어버린 탓에 질문 자체를 정확히 이해하지 못한 경우도 있었고, 지문을 읽는데 시간을 너무 많이 허비하기도 했다. 하지만 풀다 보니 요령이 생기며 속도가 붙었다.
굳이 지문의 완벽한 해석에 집착하지 않아도, 보기 속에서 어느 정도 유추하면서 답을 찾아낼 수 있었다. 이게 문법 문제인지 어휘 문제인지도 모르는 경우가 있었지만, 7년 전에 치열하게 공부해놨던 것들이 장기기억 어디에선가 슬쩍슬쩍 떠오르며 머리 위로 전구를 밝혔다.
거기에 더해 정신을 차리고 특유의 시간 조절 능력과 찍기 능력, 결단력을 바탕으로 쭉쭉 풀어나갔는데(크-), 그 결과 다행히 시험시간을 몇 분 남기고 문제를 다 풀 수 있었다.
공부가 하고 싶다
나는 공부가 하고 싶은 사람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알게 되었다. 난 하고 싶은 게 참 많은 사람인데 그중에는 항상 공부도 빠지지 않는다.
가끔은 수학 증명 문제를 풀면서 머리를 식히고 싶기도 하고, 경제나 정치나 새로운 사회현상에 대한 공부를 하고 싶기도 하다.
역사나 지리, 언어를 공부하는 건 가장 흥미진진한 분야이다. 학사 전공인 국제관계학이나, 석사 전공과목인 방위산업학을 공부하는 것도 즐거운 일이다.
이렇게 공부를 좋아하는데 공부를 할 수 있는 시간이 없다는 것은 참 아쉬운 일이다. 나름 시간을 쪼개 책도 읽고 영어도 공부하지만, 아무래도 쉽지가 않다.
나중에 여유가 생기고 큰 집으로 이사 가면 꼭 서재를 만들어서 보고 싶은 책들 켜켜이 쌓아놓고 공부를 하고 싶다. 알아간다는 건 즐거운 일이니까.
다시 주제로
어쨌든, 오늘 글을 쓴 목적은 사실 '시험 후기'를 남겨보려는 것이었는데 머릿속도 복잡하고 몸도 마음도 피곤하다 보니 정말 어수선하고 횡설수설하는 글이 되어버렸다.
주제는 아랍어 시험이었는데 말이다.
아랍어를 다시 공부해보고 싶다. 좀 어렵지만 정말 매력적인 언어이기 때문에 즐거움은 흘러넘칠 것이다. 준비가 좀 된다면 다시 한번 시험도 응시해봐야겠다.
오늘 글은 정말 머릿속 잡념이 그대로 글로 옮겨진 브런치 격에 맞지 않는 글이다. 죄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