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랫집 윗집

초초네 다세대 주택

by 아빠 민구


당혹스럽게도 두 명이어서 태명을 짓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는 사이 벌써 8주도 넘어 9주를 향해가고 있었고, 아이들은 1cm를 넘어 2cm가 넘어가고 있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나는 쌍둥이이니만큼 세트로 이름을 짓고 싶었는데, 아내는 강박을 버리라며 '믹스 앤 매치식' 작명을 제안했다.


"아냐, 그래도 쌍둥이인데! 해님 달님, 감자와 고구마, 수평선 지평선, 좌충 우돌, 달콤 짭짤, 칙칙폭폭 같이 세트로 지어야지"


"여보는 강박이 심해, 강박을 좀 버려야 해. 유치하게 그게 뭐야~"


타협점을 찾지 못하고 의견의 수평적 대립이 이어지는 가운데, 엊그제 산부인과에 재진료를 갔다.


저번에는 분명 좌우로 나눠서 자리를 잡고 있었던 녀석들이 이번엔 위아래도 나눠서 자리를 틀었다. 2층으로 된 그 다세대 주택 안에서 아랫집 녀석은 앞뒤로 누워서, 윗집 녀석은 좌우로 누워서 그 짧은 팔다리를 꼼지락거리고 있었다.

좌우로 누운 윗집. 앞뒤로 누운 아랫집

흑백의 초음파 사진으로 그렇게 귀여움을 표현하기가 쉽지 않은데, 녀석들은 그걸 구현해내고 있었다.


그리고 그날 저녁, 제5차 태명 선정 협의회가 개최되었다. 이미 손과 발을 휘젓고 있는 녀석을 에게 이름조차 지어주지 못했기 때문에 아내와 나 모두 한 발자국씩 물러섰고, 30분 여 토의 끝에 합의가 되었다.


봄나(첫째)와 소복(둘째)에 이은 쌍둥이의 태명은 [초록]이와 [초원]이가 되었다.


초록, 초원


그렇게 우리 집 3번과 4번 아이의 태명은 초,초가 되었고 나는 본격적으로 초초에게 말을 걸어주었다. 지난번에 OT는 했었기 때문에, 어젯밤에는 앞으로 초초가 태어남으로써 우리 가족에 생길 변화와 기대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녀석들도 분명 재미있게 들었을 텐데, 아직은 팔다리가 짧아서인지, 신호를 보내진 못했다.


한 가지 요구한 것은, 아랫집 윗집 살면서 서로 층간 소음이나 영역다툼 같은 것 하지 말고 사이좋게 지내라는 것이었다.


다음에 만날 때까지 건강하게 지내렴! 초. 초.


그나저나 첫째 둘째가 또 저 난리다.

"야 준돌이들! 그거 하지 마! 또 동생 생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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