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쯤 전
"여보, 요즘 동네에 큰 개가 목줄 없이 돌아다니더라. 혹시 산책 갈 일 있으면 조심해!"
동네에 안 보이던 개가 돌아다녔다.
목살이 축- 늘어진 누렇고 큰 개는 목줄도 없이 여기저기 집적거렸다.
며칠 동안이나 동네를 방황하던 황구는 목줄이 있는 개들 여럿을 차례대로 돌며 신경전을 벌였다. 배가 고픈지, 주인 있는 개들의 밥그릇을 노리는 것 같다.
목줄 있는 개들이 밖에서 덜덜 떨며 사람들이 남긴 밥을 얻어먹고사는 것 같아 불쌍도 하지만, 최소한 배는 채우고 비와 서리는 피하는 신세인데 반해-
그 누렇고 큰 개는 목줄도 없이 자유롭게 떠돌지만, 마음 편히 쉴 처마 하나 없다. 그런 세월이 길어지며- 제 삶에 익숙해졌다고는 하지마는 그 긴 세월 동안 개는 더 지쳤고 목살은 늘어졌나 보다. 나이를 먹었고 근력은 떨어졌다. 결국 밥그릇 탈환은 실패했다.
'저 밥그릇 한 번 뺏어볼까' 하고 작은 개들의 영역으로 들어가 봤지만- 주인이 둘러놓은 울타리며, 함께 지내는 동료 개들이며, 잔뜩 흩뿌려놓은 체취며, 그 모든 것들이 열렬히도 늙은 황구를 거부하고 있었다.
일주일 넘게 여기저기서 신경전을 벌이던 그 황구는,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또 어디론가 새로이 지낼 곳을 찾아 떠나갔는지 보이질 않았다.
자랑스럽게 밥그릇을 지켜낸 동네 개들과, 어디론가 뺏을만한 밥그릇을 찾아 떠난 황구.
혹한의 날씨 속에서 먹다 남은 음식으로 연명하는 '목줄 멘 동네 개들'이 행복한 것인지- 춥고 배고프지만 의지대로 나아가는 '목줄 없는 황구'가 행복한 것인지 잘 판단되지 않았다.
대전으로 이사 오면서 더 이상 황구를 만날 일은 없다.
요 며칠 날이 춥다. 뜬금없지만, "많이 추운데- 그 황구는 생존하고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목줄 없는 개가 되어 자유롭게 떠도는 그 개의 삶이 조금은 부러워지는. 아침.
차가운 구두에 발을 구겨 넣으며 출근길을 나선다.
너무 추워서 그런가 이상한 생각이 든다.
(너무 추워 출근하기 싫은 마음을 담아 쓴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