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민구 왈왈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

로맨틱 코미디??

by 아빠 민구


우린, 해밀턴호텔 바로 앞 횡단보도에서 처음 만났었다


우리의 처음

아직도 이태원 해밀튼호텔 앞에서 꽃무늬 스커트 날리던 그날의 모습이 훤하다. 그녀는 카라꽃(calla)같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난 굵은 허벅지를 스키니진에 구겨 넣고 [게스!]라고 외쳐대는 티셔츠를 입고선 테러를 하고 있었다. 등줄기로 연신 땀이 흐르던 여름날이었다.


시간은 참 빠르기도 하지. 6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아이 넷이 생겨 여섯 식구가 되었다. 볼 것 못 볼 것 다 본 사이가 되어 부부이자 최고의 친구로서 너울너울 인생의 파도를 넘어가고 있다. 며칠 전 사소하게 다툰 어느 날, 내가 물었다.


"다시 우리 만난 처음으로 돌아가도, 나랑 결혼할 거야?"

"하지. 너랑 백 번 다시 결혼하지. 존재 자체가 귀여운 구돌구. 뒤통수 '딱-!' 때려주고 싶은 순간 빼고"


이런 게 천생연분인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그렇다. 나도 다시 우리의 처음으로 돌아간다면, 한 주만에 사귀자고, 그다음 한주만에 결혼하자고 이야기할 것이다. 우리 같이 과거로 시간여행을 해서 우리의 시작을 다시 확인해봐도 좋다. 좋은 건 바뀌지 않는다.




뻔한 영화인가

영화에서는 식상한 '시간여행'을 소재로 스토리를 끌고 간다. 늘 있어왔던 시간여행의 영화들처럼 자신이 원하는 현재와 미래를 만들기 위해 과거로 돌아가지만, 시도할수록 현실은 악화되기만 할 뿐이다. 주인공은 수 차례 과거를 바꾸려 노력하지만- 결국엔 현실로 되돌아와 깨달음을 바탕으로 현실에서부터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간다.


여기 까지라면 사실 이 영화를 볼 필요는 없다. 하지만, 이 영화 '우리가 처음 만난 날'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들이 있다. 이 영화는 지금까지 '시간여행'을 다룬 영화들과는 조금 다른 각도에서 보아야 한다.




시-공을 초월하는 그것.

노력을 통해서 많은 것 들을 바꿀 수 있지만, 그럴 수 없는 것이 사람의 마음이다. 특히 '사랑'이라는 감정은 인위적인 무언가를 통해서 바꿀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영화는 말하고 있다. 자칫 뻔한 스토리라인에 배우와 배경만 바꿔가며 찍은 것이라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쉽게 웃어넘길 수 있는 에피소드를 이어 붙여놓은 그 플롯들 사이 '행간'에서 묵직하게 말하고 있다.


"사랑은 변하지 않아"


그것을 캐치해낸다면 로맨틱 코미디임에도 불구하고 단순한 따듯함과 유머 넘어 노을처럼 하늘을 물들이는 '사랑'의 가치와 위대함에 대해서 알 수 있을 것이다. 모든 것이 바뀌어도 사랑은 바뀌지 않으니까.




평생을 바꾸네

주인공은 반복적으로 과거에 돌아간다. 다른 영화에서와는 다르게 과거의 많은 부분을 바꾸거나 시도하지 않는다. 다만, 순간의 말 한마디나 인생에 대한 태도를 바꿀 뿐이다. 그렇게 사소하게 틀어진 각도가 3년이 흐른 뒤 완전히 다른 미래를 가지고 온다.


사소한 요소 하나가 어떤 사람과 주변 사람들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놓는다니. 무섭지 않을 수 없다. 그 순간의 태도 하나로 주인공은 천하의 몹쓸 양아치가 되기도- 기업의 부사장이 되어 꿈과 같은 집과 차를 누리며 살기도 한다. 순간이 평생이 좌우되는 것이다.


이런 모습을 보며, 우리가 과연 지금의 사소한 행동과 생각을 가볍게 넘길 수 있을까. '지금'의 '내가'하는 그 모든 생각과 행동이 나의 미래를 만들 텐데, 과연 그렇게 무례하고 성의 없게 경거망동할 수 있을 수 없다. 이 영화는 그냥 웃으라고만 만들어 놓은 영화가 아니다. 이런 요소들을 통해, 우리가 '지금에 충실한가?', '지금, 나는 올바른가?'라는 질문을 던져놓는 것이다.




그래도 로코는 로코지

웃음 속에서 '사랑'과 '지금'에 대해 돌 하나를 던져 마음속 파장을 만들어내지만, 그래도 로맨틱 코미디 영화는 확실하다. 껄껄- 웃을 내용은 아니지만, 순간순간 '피식-'하고 웃거나 미소를 띠게 만드는 전형적인 로맨틱 코미디 영화다.


특히 남자 주인공 '애덤 더바인'의 연기는 크-

시시각각 나타나는 사소한 표정과 제스처에서부터 애드리브와 시나리오를 구분할 수 없는 웃음의 포인트들은 영화를 보는 내내 '로맨틱 코미디 스피릿!'의 텐션을 팽팽-하게 끌고 간다. 애덤 더바인은 장르의 정체성을 정확하게 빚어내는 신세기 로맨틱 코미디의 대표 스타라고 생각된다. 자연스럽게 '애덤 더바인'이 출연하는 [어쩌다 로맨스]라는 영화에도 관심이 가게 되었다.




아니 내가 왜

여자의 임신 과정에서 수많은 호르몬에 기인한 신체/정신적 변화가 나타나는데, 그게 여자만의 이야기는 아니라고 한다. 어떤 경우에는 남편에게도 호르몬의 변화가 수반된다는데- 내 경우가 아마 그런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직업적 특성인 건지- 아니면 테스토스테론이 충만했던 것인지 모르겠으나, 늘 내 플레이 리스트에는 '전쟁영화'나 'SF영화', '역사영화'만이 번호표를 뽑고 대기 중이었다. [1917], [덩케르크], [미드웨이], [핵소고지], [퓨리] 등등등등등 실제로 근 몇 년간 본 대부분의 영화는 전쟁영화뿐이었다.


하지만 아내의 임신으로 호르몬의 변화가 생겼는지, 나도 모르게 난생처음 자발적으로 고른 로맨틱 코미디 영화 [우리 처음 만났을 때]를 보게 되었다.


사람은 자신이 경험하고 관심 갖는 만큼만 보게 된다더니- 그 말이 사실이었다. 로맨틱 코미디라는 장르에 대한 가치와 재미에 대해서 알게 되었고 또 즐기게 되었다. 그렇게, 이번 영화는- 아마도 부쉐쉐-한 내 마음에 어제오늘 내린 것 같은 봄비(좀 이른가)를 내려 준 그런 영화였다. 추천이다.




넷플릭스 스토리텔러로 선정되어 넷플릭스 멤버십을 지원받아 작품을 감상하고 발행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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