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민구 왈왈

내가 뭘 본거지

삶과 사랑에 대한 인간의 이야기

by 아빠 민구


와. 내가 뭘 본거지





투박하고 아름다울 수도 있네-

불친절하게 이야기의 전개가 시작된다. 도대체 사람들이 왜 떠나는지도 알지 못하겠으며, 주인공은 왜 남으려고 하는지도 모르겠다.


뭔가 비극적인 상황. 하지만 혼자만의 여유를 누리는 주인공. 북극에 혼자 남겨진 오거스틴은 술을 마시고- 아무렇지 않게 혈액을 투석한다. 얼마 안 남은 삶을 즐기려는 것일까.


물 대신 술로 알약을 삼키고- 투석을 하고- 자의적으로 북극에 혼자 남은 그가. 죽고 싶은 건지 살고 싶은 건지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투석을 받는 그가 유리천장 밖의 별을 바라보는 것으로 살고 싶다는 설명이 되는 것 같았다.


어디서 나타난 걸까. 무미건조하고 차갑게 죽어가는 그의 삶에 예상치 못하게 여자아이가 나타나고, 그의 삶이 바뀌어간다.


살기 위해서인지 임무수행을 위해서인지는 알 수 없으나, 주인공은 며칠 동안이나 북극의 악기상을 뚫고 다른 기지로 이동한다.


늙고 병든 그가- 혈액 투석기가 든 여행용 가방을 챙기고, 작은 여자아이를 데리고, 텐트와 식량과 총까지 들고 쉽지 않은 여정을 떠난다. 천신만고 끝에 희망이라고는 없는 그 속에서 오거스틴은 새로운 기지로 도착한다.


새로 도착한 기지. 목성에서 지구로 임무 복귀 중인 우주선과 교신이 되었고, 오거스틴은 그들에게 인류의 멸망을 알린다. 그리고 교신의 대상이 젊은 시절 버린 자신의 딸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이젠 모두가 자신의 마지막을 준비하는 것일까. 함께 있던 여자아이는 정말 있었던 것일까. 어떤 힘이 오거스틴과 아이리스를 엮어놓은 것일까. 영화는 역시나 불친절하게 먹먹함을 남기고 끝이 난다. 투박하지만 참 아름답다.






숨죽이고 몰입하게 만드는 영상미

조지 클루니의 눈빛부터 마지막 엔딩크레딧이 올라갈 때 덩그러니 남겨진 의자 두 개까지, 단 한순간도 놓칠 수 없다. 숨 막히게 아름다운 장면들이 연속되고 교차된다. 곱씹을수록 그 속에 담긴 의미를 더 진하게 알 수 있었다.


북극기지에서 혼자 보내던 시간과 여자아이가 왔을 때의 시간이 병렬적으로 반복되는 것도. 북극의 폭풍 속에서 여자아이를 잃어버리고 늑대들에 둘러 쌓이는 것도. 우주선에서 듣는 태아의 심장소리와 파괴되어버린 지구의 모습을 보는 것도. 한 장면도 허투루 쓰지 않았다. 얼마 없는 대사 역시, 한 줄 한 줄 헛되게 내뱉지 않았다.


반복해서 영화를 보며 스토리를 다 알고 있다 하더라도, 영화의 모든 장면과 소리와 상징들을 보고 듣는 것 자체가 하나의 즐거운 감상이 될 것이다.






인류는 얼마나 살고 싶은가

인류는 항상 당면한 위기들을 헤쳐나가며- 이렇게까지 살아남고 발전해왔다. 오래 살아남은 만큼 오랫동안 고통받고 걱정하며 위기의식을 느껴왔을 것이다.


우주에서 대원들이 꾸는 꿈이나- 우주를 뚫고 다시 지구로 복귀하는 과정- 지구에서 인간들이 대피하는 모습- 끊임없이 무전을 보내며 생존자를 찾는 그 모든 노력을 통해 알 수 있다. 두려움 속에서 생존을 열망한다.


인류는 항상 위기의식을 가지고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 치고 있다. 처절한 그 몸부림 속에서 삶의 가치가 더 아름답게 빛나고 또 한편으로는 애처롭게 느껴진다.


그런 악전고투 끝에 지금의 우리가 살아나가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인류의 역사에서 얼마나 많은 역경과 재난과 질병과 위기가 있어왔으며, 우리는 그것을 어떻게 버티고 이렇게 '인류'를 지켜왔는지 생각하게 만드는 대목이다.


주인공 오거스틴은 여자아이에게 '북극성'을 가르쳐주며 이렇게 얘기한다.


"하늘에서 제일 중요한 별이란다. 길을 잃은 사람들을 안내해주지"


인간은 어느 곳에서도, 어떤 상황에서도 북극성을 바라보며 다시 길을 찾고- 또 살아남기 위해 최선을 다해왔다.






사랑한다는 말 없이 사랑을 표현하다

영화 속에서는 '사랑한다'라는 표현이 거의 나오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가 끝나고 나면 우리는 알 수 있다.


'영화가 사랑을 이야기했구나-'


북극에서 바라보는 북극성만큼, 우주에서 바라보는 지구만큼. 영화는 선명히도 사랑을 표현한다. 인류에 대한 열망이고 인간에 대한 애정이고 자식에 대한 사랑이다.


눈보라 속에서 아이를 잃고- 또 찾았을 때. 임무를 마치고 돌아오는 우주비행사들의 대화 속에서. 오염되어 아무도 살 수 없게 된 지구의 상황을 알면서도 지구로 귀환하는 비행사들의 무모함을 통해서. 보여주고 있다.


전파를 통해 전달되는 '지직-'거리는 희미한 음성 속에서. 그리고 영화가 끝나고 차차 자리를 비우는 등장인물들 발걸음 속에서- 등장인물이 떠나고 덩그러니 놓인 의자에서도 말하고 있다.


사랑한다고




내가 뭘 본거지- 올해 최고의 작품이었다.

다시 봐야겠다.





넷플릭스 스토리텔러로 선정되어 넷플릭스 멤버십을 지원받아 작품을 감상하고 발행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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