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나라에서 돈을 받으며 공부를 하고 있다.
"뭐!! 돈을 받으면서 공부를 한다고!!"라는 시기와 질타는 잠시 미뤄두시고 내 얘기를 들어보시라.
군인과 공부는 참 별개의 단어 같아 보인다, 마치 밥그릇에 파스타, 석쇠 위에 짜장면처럼 - 어울리지 않는다.
하지만, 군인들은 끊임없이 공부를 해야 한다. 소위가 되어서도 몇 개월, 대위가 되어서도 몇 개월, 중간에 특정 보직을 맡았을 경우에도 직무 관련 몇 주, 위탁교육에 선발되었을 경우에는 몇 개월에서 많게는 5년까지 '공부만'한다.
대개의 경우에는 그 공부의 결과물인 '성적'이 인사고과(평정)에 영향을 미친다. 절대적인 기준은 아니지만, 공부를 잘하는 사람이 좋은 평가를 받고 계속해서 군 복무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군인은 계급이 올라갈수록 더 많은 사람의 목숨을 좌지우지할 수 있기 때문에, 계급이 올라가면서 더 많은 지식과 더 높은 수준의 판단력을 필요로 한다. 그 잣대가 성적이니 교육과 학업은 또 다른 전투의 장이자 경쟁의 최전선이다.
하지만 이 경쟁에도 예외가 있기 마련이다. 다음 단계(계급)로 넘어가는 것에 대한 의지가 좀 적은 사람이나 조금 천천히 가도 무방하다고 생각하는 사람, 공부가 아니더라도 야전에서 너무 고생을 해서 좀 쉬고 싶은 사람이 있다.
그리고 나처럼 일보다 가정이 더 중요하다고 느끼는 사람은 경쟁에서 한 발짝 물러서 있는 상황이다.
그런 나조차도 심리적 압박이 심대한 모양이다. 어제는 밤새도록 악몽을 꾸었다. 보통 꿈은 '잠깐'이라고 하는데, 내 악몽이 '밤새'라고 말하는 데에는 근거가 있다.
한참 악몽을 꾸다 깨니 1시, 다시 잠들어 악몽을 꾸다 깨니 2시, 3시, 4시, 5시, 6시였다. 그렇게 밤새도록 '공부'와 관련된 꿈을 꾸었다.
꿈속에서 나는 시험을 보기 위해 어떤 교실에 앉아있었다.
시험지를 받자 동료들은 수월하게 문제를 풀어나갔다.
제일 뒤에 앉은 나는 '시험 문제가 무엇인지'를 파악하는데 막대한 시간을 허비하고 있었다.
조급한 마음이었고, 수많은 문제 중 단 한 문제만 푼 상태로 시험이 끝났다.
밤새도록 쫓기고 조급한 마음이 이어졌다.
밤새 자고 일어났는데 피곤이 몰려왔고 다리에 힘이 없었다. 지치고 쳐졌다. 이제 하루를 시작해야 된다는 것에 한 숨이 나왔다.
공부가 중요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가정에 집중하면서 공부를 충분히 할 수 없다는 것에 부담을 느끼는 심리적 요인이 깊이 반영된 꿈같았다. 또 한 편으로는 항상 절박한 상황 속에서 쫓기는 것 같은 나의 처지를 반영하는 것 같기도 했다.
어찌 보면 그 꿈이라는 것은 '가장'이라는 사람이 짊어져야 할 합당한 '부담감'의 일부인가 보다. 그 부담감이 꿈으로 나타났다.
꿈이라는 것은 우리가 바라고 열망하는 것들이나 두려워하고 걱정하는 대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우리는 그래서 '당신의 꿈은 무엇이냐'라고 미래에 대한 청사진을 묻기도 하고, '악몽'을 꾸기도 한다.
꿈을 크게 갖음으로 나의 지경을 넓히고 비전을 투사할 수도 있고, '꿈같은 소리를 한다'라거나 '꿈 깨라'라고 하며 핀잔을 주기도 한다. 그리고 대전에는 꿈돌이가 있다.
뭔 말이냐 하면, 꿈돌이를 제외하고는 '꿈'이라는 것이 보이지 않는 인간의 정신적 영역에서 심리적 지향점과 일조량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악몽은 좀 그렇지만, 그래도 나처럼 공부에 안일한 태도를 갖는 사람이 꿈을 통해 공부에 대해 경각심을 갖게 되는 것이다. 또 미래를 향한 꿈을 가지고 살아가면서 꿈을 현실화하는 자아성취의 과정을 만들어나갈 수 도있다. 늘 꿈속에 살면서 현실을 도외시할 수도 있다.
꿈은 그런 것들이다. 꾸다의 명사형 꿈. 어감이 귀여운 꿈. 악몽은 구겨서 휴지통에 던져버리고 다시 밝은 내일에 대한 꿈을 꾸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