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민구 왈왈

뭐! 군인이 되겠다고!!!

아들들의 장래희망 : 군인

by 아빠 민구



첫째 아이가 유치원에서 장래희망을 '군인'이라고 적어왔다. 애엄마는 충격적이라며 나에게 사진을 찍어 보냈다.

장래희망은요? 군인


퇴근해서 첫째에게 물어보니 '군인'이 되고 싶다고 한다. 옆에 있던 둘째 녀석도 '군인'이 되겠다고 한다. 다시 첫째는 한 술 더 떠서 뱃속에 셋째까지 같이 군인이 되겠다고 한다.


"군인들은 악당을 무찌르고 사람들을 지켜주잖아요. 우리 다 같이 군인 하면 좋겠어요."


옆에서 듣고 있던 아내는 2차 세계대전에 자식을 파병 보내는 엄마가 되어 "내 아들 못 보내-!!"라고 한다. 마치 벌써 대대손손 전쟁터에서 아들들을 잃은 참전용사 집안이 된 것만 같다.


"군인이 뭐 어때서? 여보 군인이랑 결혼잖아"


솔직히 나도 아들 셋, 딸 하나 중 한 명 정도는 군인이 되어도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모조리 군대로 가는 건 좀 별로라는 생각을 했다. 군인이라서 그런 건 아니다. 다만 다 같이 똑같은 직업을 하기엔 그냥 좀 별로일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이다. 자식 넷 다 의사가 된다거나 넷 다 농부가 된다거나 해도 마찬가지로 생각했을 것이다.


군인들은 살상 무기를 다루고 무거운 것을 나르거나 아주 거대한 쇳덩어리들을 타고 다니기도 한다. 때론 숲 속에서, 물속에서, 공중에서 일하고 종종 잠도 밖에서 잔다. 그래도 전쟁만 안 나면 오히려 약간의 위험 속에서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직업이다.


문제는 그 전쟁이라는 것이 언제 날지 아무도 모른다는 점이다. 실제로 우리가 살고 있는 현재는 역대로 누려본 적 없는 평화가 지속되고 있다. 이젠 이등병부터 참모총장 끼지 전쟁을 치러본 군인이 없는 세대가 된 것이다.


때문에 앞으로는 평화의 시대가 아닐 확률도 무시할 수 없다. 역사적으로 이렇게 오래 평화로웠던 적이 있었나 싶다. 외교 정치 군사 안보 같은 어려운 말은 차치하고서라도 이런 면에서 앞으로의 군대가 지금의 군대보다 위험한 건 맞는 것 같다.


어제 뒷산 등반 훈련


그러다 자식에게 군인이라는 직업을 추천할지 말지에 대해 고민해보니, 무엇을 기준으로 따질지를 생각하게 되었다. 최소한 직업 선택의 기준이 '위험'은 아닐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생각은 이렇다. 위험보다는 직업의 만족도나 보람, 자아 성찰의 기회, 하는 일의 가치 같은 것들을 따져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군인은 추천할만한 직업이냐? 그렇다. 사실 꽤 괜찮은 직업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단순히 총 들고 뛰어다니는 그런 군인은 말고, 좀 더 구체적이고 복잡하게 들어가면 군대에서도 그 직무의 다양성은 하나의 세계와도 같다. 군대도 하나의 우주인 밀리버스(Military+Universe) 이기 때문에, 자식들이 군대에 간다면 "오케이, 다만 군대에 이러이러한 옵션들이 있으니까 잘 듣고 생각해보렴."이라고 조언해 줄 것 같다.


다시 생각을 해 보니, 자식에게 자기 직업을 추천할 수 있는지 여부가 직업에 대한 만족도 및 삶의 질과도 직접적으로 연관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자기 직업에서 즐거움을 느낄 수 없으면 직업에서의 만족도 및 삶의 질도 떨어지고 자식에게 추천할 가능성도 낮아지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내 직업을 다시 평가해보니- 나름대로 괜찮다는 결론에 닿은 것 같다. 우선은 임관해서 지금까지 계속해서 즐거운 군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야근과 훈련이 있더라도 즐거운 것은 마찬가지였고, 심지어는 가족한테 좀 미안할지언정 훈련이 길고 빡셀 때 그에 비례해서 더 재밌는 게 군생활이다.


사회적 존중이나 보수적인 측면에서는 아쉬움이 다소 있지만, 이 것들은 전쟁을 겪지 않았으며, 과거 군부정권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는 세대가 가질 수 있는 현실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개선되어야 하겠지만 대우가 박하면 박한 대로 군인은 본질에 집중하며 복무하면 된다. 만일 유사시가 되어 임무가 중요해지면 대우도 그에 비례해서 개선되겠지.


군생활의 최대 장점을 꼽는다고 하면, 일과시간 중 2시간은(부대에 따라서는 하루의 절반 이상을) 체력단련에 사용한다는 것이다. 무엇하나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지만 군인에게 기본이 되는 능력이 체력이기 때문이다. 하라는 시간에 운동만 성실히 해도 건강해 수 있지 않을까. 체력은 국력이니까.


이렇게 멋진 군인도 있고

가까운 미래에는 인구절벽도 마주 할 텐데, 군대라는 존재와 군인이라는 직업이 어떤 식으로 유지될지 모르겠다. 다만 국가가 생존하기 위해서라면 어떻게 해서든지 강한 군대가 있어야 한다는 것은 역사를 통해서 수도 없이 반복되고 있는 교훈이기 때문에- 군에 더 많은 투자와 관심이 필요하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여하튼 자식들이 군인을 한다고 하니, 출근하며 전투화 끈을 조이는 마음가짐도 조금 달라지게 되고 더 성실하고 진지하게 복무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나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은 것도 중요하지만 자식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군인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니 더 긴장되고 부담스러운 것 같다.


내가 일하고 있는 군도 그렇고, 앞으로 내 자식들이 복무하게 될(의무든 선택이든) 군대도 그렇지만 군대가 더 좋아졌으면 좋겠다. 군인들이 하는 사명의 중요성을 고려해 사회적 인식도 더 좋아졌으면 좋겠다. 그렇게 사회적 인식이 개선된다면 더 빡세고 더 추운 곳에서 근무한다고 하더라도 내 자식들에게 군인을 추천할 것 같다.



그래도 결국 군이 잘해야지-

그래야 좋아지지-

잘하자- 얍

첫째, 둘째, 셋째? 소중한 넷째는 입대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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