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민구 왈왈

움직인다 다가온다 궁금하다

잠을 줄여서라도

by 아빠 민구


움직인다

일을 마친 새벽 두 시.

이불 걷어찬 준돌이들 이불을 가슴까지 올려주고, 물을 한 잔 떠 식탁에 두고, 화장실에 불을 켜 두었다.


첫째 아이는 요즘 밤에 자다 깨서 불 꺼진 화장실에 혼자 가는 게 무섭다고 했다. 화장실 문을 반쯤 닫아 불빛이 흘러나오게 해 두었다.


아내 옆에 누웠다.

아내는 아까 자정쯤 팔다리를 주물러 재워놨다. 아내도 준돌이들처럼 이불을 걷어차고 자고 있었다.


아내 머리를 쓸어내리고 불룩한 배에 손을 얹었다. 엄마는 곤히 자는데, 쌍둥이 녀석들이 뭐하고 노는지- 신나게 꿈지락 거리고 있었다.


손이 둔해서 그런지 여태까진 태동을 잘 못 느꼈었는데, 조용하고 어두워서인지 손끝이 기민해졌나 보다. 꿀렁울렁 애기들이 움직이는 게 느껴졌다.


벌써 세 번째 임신인데도 신기하고 경이로웠다. 감사하고 감사했다.


배에 손을 얹고 조용히 기도했다.




다가온다

21주, 아내 배는 벌써 만삭이다. 쌍둥이라 배도 두배로 부르나 보다.


쌍둥이는 보통 한 달쯤 미리 나온다니 이제 고작 100일 남았다. 임신했다고, 쌍둥이라고 호들갑 떨며 자랑하고 다니던 게 며칠 전 같은데, 이제 카운트 다운이 시작됐다.


흥분되고 떨리고 걱정되고 긴장되고 기쁘고 감사하고 무섭고 뭐 이래저래 오만가지 감정이 가슴 안에서 섞이고 볶이고 난리도 아니다.


이제 따듯한 봄이 되고 벚꽃이 지고 나면 아이들이 온다. 우리에게 온다. 곧! 다가온다.




궁금하다

준돌이들 두 녀석을 보면 아내와 나를 이곳저곳 빼다 조합해놔서 신기하다.


내 새끼들 귀여워 죽겠는 건 어떻게 설명도 안되고 할 필요도 없다. 자식 생각하면 마음 저릿하고 애틋해지는 건 겪어봐야 안다.


이제 곧 만날 또 두 녀석들은 또 어떻게 얼마나 귀여울지 상상도 안 간다.


아직 얼굴도 모르지만, 네 녀석에 둘러싸여 행복하게 기진맥진해있을 내 모습을 상상하면 마음도 저릿하고 팔다리도 저릿하다.


어떻게 생기고 또 어떤 성격의 녀석들 일지 정말 많이 궁금하다.




잠을 줄여서라도

귀중한 잠 시간이 삼십 분 줄었지만, 지금 이 느낌-생각-감정을 글로 남겨놓고 싶었다.


이 복잡 미묘하고 아름다운 밤.

맥주는 좀 부적절하고, 탄산수나 한 잔 하고 자야겠다.


사랑한다. 여보야, 봄나야, 소복아, 그리고 초록아 초원아. 잘-들 자라. 이제 나도 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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