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 받은 적 없다고 생각했는데- 다른 아이들 학원 다닐 때 나는 더 좋은 교육을 받고 있었던 것 같다. 산으로 들로 다니며 온갖 동물과 식물을 관찰했고 직접 만져보았다. 내 눈앞에서 벼가 익었고, 매미가 탈피했고, 토끼가 굴을 팠다.
시간이 지나 아빠가 되어보니 아이들에게 해줄 수 있는 최고의 교육이 '자연에서 놀기'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내가 굳이 알려주지 않아도 자연은 서두르지 않고 많은 것들을 가르쳐준다.
아이들은 숨바꼭질하듯, 자연이 주는 가르침을 마음속 주머니에 하나하나 주어 담는다. 왜 하늘색이 바뀌는지- 왜 물이 어는지- 추운 날이 되면 동물과 식물들은 어떻게 되는지 등 아이들을 둘러싸고 있는 모든 것들이 스승이 된다.
벌써 한글도, 영어도 하는 또래들이 있지만 그래도 조바심을 갖지 않고 주말마다 자연이라면 어디든 끌고 다닌다. 숲도 좋고 들도 좋고 갯벌이나 강변도 좋다. 그리고.
아내는 내가 더 좋아서 그렇게 데리고 다닌다고 하는데, 맞는 것 같다. 나 스스로가 재미있어 즐기게 된다. 즉, 나도 계속해서 배우고 있다. 나이가 어리다고 혹은 많다고 해서 자연에서 배우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흙에서 왔다 돌아가는 우리는 자연에 귀를 기울이는 어느 순간이든 많은 것들을 배운다. 때론 상처 받고 좌절한 마음에 위로를 받아 헤쳐나갈 방법을 터득하고, 조급하고 분주할 때는 인내하며 기다리는 법도 배운다.
자연은 'A는 B다'라고 알려주진 않는다. 지혜 많은 노인이 시나브로 해 보이듯, 슬-쩍 어깨너머로 보여준다. 은근하고 혹은 노골적인 그 교육에서 가르침을 받는 사람은 자연을 보고 듣고 만져본 사람들이다. 자연은 그 곁에 있는 인간에게 대가 없이 방법을 준다.
다큐멘터리를 만들면서 지치고 상처 받은 주인공은 고향집이 있는 바닷가로 돌아가 매일같이 바닷속을 날아다닌다. 그러던 어느 날 문어를 만나 사랑에 빠지고 문어와의 1년을 다큐멘터리로 만든다.
주인공은 바다에서 위로받고 문어에게 배운다. 척추도 없는 녀석에게 뭘 배우냐-라고 할 수 있겠지만, 앞서 말한 것처럼 자연은 조용히 묻는 사람에게 말없이 답을 준다. 주인공은 실제로 그렇게 답을 얻는다.
짧은 다큐멘터리 영화일 뿐인데, 서사에서나 느낄 수 있는 다양한 감정과 교훈을 얻을 수 있었다. 다큐멘터리라고 딱딱하지도 않다. 영상미와 적절한 배경음악이 바닷속 몰입도를 극대화시켰다. 마지막 장면에서는 뭐에 한대 얻어맞은 것처럼 멍-해지는 기분이 들 정도로 깊이 있게 만들어졌다.
고작 문어에게 무얼. 한-참 배우게되니. 나의 어린 시절도 떠오르고, 아이들과 함께 바닷가에 살고 싶기도 하고,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지도 고민하게 되었다. 고작 80분이 내 80 인생에 돌 하나를 던졌다.
넷플릭스 스토리텔러로 선정되어 넷플릭스 멤버십을 지원받아 작품을 감상하고 발행한 글입니다.
하지만, 제가 리뷰하는 것들은 감상한 작품 중 반의 반도 되지 않습니다. 볼 만한 것만 추천합니다. 이번 작품도 그렇습니다.